
국가대표 세터 김다인(현대건설)도, 1위팀 세터 이윤정(한국도로공사)도 아니다. 올 시즌 가장 핫한 세터는 서울 GS칼텍스의 김지원(25)이다.
김지원은 20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정관장과 진에어 2025~2026 V리그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팀의 세트스코어 3-0(25-19, 25-22, 25-14) 셧아웃 승리를 이끌었다.
서브 에이스 2개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김지원의 경기 운영 능력이었다. GS칼텍스는 공격 성공률 39.45%를 기록했는데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47.22%)만이 아닌 사이드 공격수들과 미들 블로커 오세연(83.33%)과 최유림(50%)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고른 공격 루트가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왔다.
제천여고 졸업 후 2020~2021시즌 신인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합류한 김지원은 안혜진(28)이라는 1옵션에 밀려 데뷔 초반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으나 안혜진의 잦은 부상을 틈타 주전으로 도약했다.
올 시즌엔 한층 더 완성도를 높였다. 득점(719점)과 이동 공격(60%) 1위, 공격종합(46.31%)과 오픈 공격(40.44%), 퀵오픈(51.67%), 후위 공격(46.02%) 모두 2위로 공격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실바가 있다고는 하지만 순전히 '실바 효과'만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지난 시즌엔 점유율 50%를 넘긴 게 32경기 중 12경기에 달했지만 올 시즌엔 23경기 중 단 1경기에서만 50%를 넘겼다. 45% 이상도 8경기로 지난 시즌 22경기에 비하면 실바 의존도를 크게 줄여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실바는 양 팀 최다인 21점을 올렸지만 공격 점유율은 33.03%에 그쳤다. 26.61%의 공격을 소화한 레이나 도코쿠(등록명 레이나)가 성공률 24.14%로 부진했던 게 아쉽지만 두 명의 미들 블로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이는 명확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김지원은 세트당 평균 11.066개의 세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김다인(10.778개), 이윤정(9.929개) 등과 차이를 보이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도 85개의 세트 중 33개를 성공시켰다. 세트당 11개 꼴이었는데 시즌 기록과 유사한 흐름이었다.
경기 후 만난 김지원은 "실바의 점유율이 높은 건 다 알고 있고 혼자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상대팀도 실바만 막으려고 한다"며 "다른 쪽도 풀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리시브도 잘되고 속공수도 잘 풀려서 계속 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영택 감독은 아직 더 해낼 수 있는 게 많다는 생각이다. "잘할 땐 잘하는 것 같다. 요즘 보면 운영도 그렇지만 볼 컨트롤에서 결국엔 공격수가 때리기 편하게 올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며 "그런 컨트롤에선 조금 기복이 있는 것 같다. 4라운드 후반이다보니 체력적인 문제가 분명 있는 것 같다. 잘하고 있다. 세터 1등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경기 운영에 대해선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운영적 측면은 지원이에게 많이 맡기고 있다. 그런데 레이나도 살려주고 싶고 유서연도 살려주고 싶고 미들에도 공을 줘서 살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며 "위기 상황에선 한 방을 끝내줄 수 있는 실바가 있기에 운영하는 데에 있어선 믿는 구석이 하나 있다는 게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지원에게도 실바는 든든한 우군이다. 실바가 있기에 더욱 다양한 공격 루트를 고민할 수 있다. 김지원은 "리시브가 흔들릴 때는 2단 공을 포인트로 연결하기가 어렵다"며 "확실히 빨리 돌려야 하거나, 지고 있거나, 경기가 비등할 때는 (실바라는) 확실한 한 방이 있기에 그때는 올리는 게 낫다는 생각은 한다"고 말했다.
GS칼텍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모두 실바에 초점을 맞춰 대비한다. 그렇기에 더욱 배분에 신경을 쓴다. 김지원은 "가장 많이하는 고민은 매치포인트나 점수가 비등할 때 누가 봐도 실바에게 올라갈 것 같은 상황에서 역으로 (공격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거기서 안통하면 멘탈이 흔들린다"며 "요즘엔 역으로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전했다.
세트 1위라는 기록에 대해선 "제가 잘해서 그런 게 아니고 공격수가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기분은 좋지만 신경 쓰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봄 배구를 위해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김지원은 "초반보다 지금 더 부담을 느낀다"며 "우리끼린 부담 없이 최선을 다하자고 많이 얘기를 한다. 그러다보면 오늘처럼 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낙관론을 펼쳤다.
최근 대표팀 사령탑에 오랫 동안 GS칼텍스를 이끌었던 차상현 감독이 선임됐다. 대표팀 발탁에 대해선 조심스러워했지만 현재의 활약대로라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김지원의 모습도 머지않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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