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을 이끌고 KT 위즈에 새롭게 합류한 김현수(38)가 개막전부터 전 소속팀을 만나게 된 것을 개의치 않았다.
김현수는 21일 호주 질롱에서 열릴 KT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실 조금 걱정이다. 어릴 때 왔으면 형들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KT가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 내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잘 알아가려 한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이강철(60) 감독이 이끄는 KT 선수단 44명은 이날 오전 코치진 12명과 함께 호주 질롱으로 떠났다. 가장 먼저 인천공항에 도착한 건 이적생 김현수였다. 김현수는 지난해 11월 25일 3년 50억 원(계약금 30억 원, 연봉 총액 20억 원)을 전액 보장한 KT에 새 둥지를 틀었다. 뛰어난 활약으로 LG를 구단 4번째 통합우승으로 이끈 지 한 달만이었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도 많았다. 그러나 결국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한 KT를 선택했다. 8시즌 간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LG에는 이별을 고했다. 잠잠해졌던 김현수와 LG의 서사는 그로부터 약 3주 뒤 2026년 KBO 정규시즌 일정이 발표되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우승팀 LG의 개막전 상대가 KT로 결정되면서 '김현수 더비'가 성사된 것.
하지만 정작 김현수 본인은 이 부분에 담담했다. 김현수는 첫 상대로 LG가 된 소감에 "어쩔 수 없다. 언젠간 만나게 될 일이라 크게 생각 안 했다. 그냥 내가 잘해야 한다. 이제는 KT가 이기기 위해서 뛰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잠실에 못 갔기 때문에 계약하면서 KT 선수가 됐다는 걸 실감했다. 한 다섯 살만 어렸어도 부담이 덜했을 텐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조금 다르다"고 밝혔다.
지난해 김현수는 모처럼 원조 타격 기계로서 명성을 회복했다. 부진했던 2년을 지나 지난해 정규시즌 140경기 타율 0.298(483타수 144안타) 12홈런 90타점 66득점 4도루, OPS 0.806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 타율 0.529(17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으로 MVP를 수상하며, 가을에 약하다는 오명을 완전히 씻어냈다.
함께 주목받은 것이 리더십이다. 야구계에서는 김현수 영입 전후 LG 팀 문화가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 평가가 높다. KT는 이런 김현수가 좋은 선배로서 꾸준한 타격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선수 본인도 이러한 기대를 알고 있다. 김현수는 "이적하면서 리더십 같은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데려오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강)백호도 빠졌고 그만큼 내가 메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량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했다"라고 강조했다.
8시즌 동안 KT 타선 중심에서 활약했던 강백호의 공백을 메우기란 쉽지 않다. 강백호는 지난 8년간 타율 0.303, 136홈런 565타점 OPS 0.876을 기록한 뒤, 이번 겨울 4년 100억 원에 한화 이글스로 향했다. 드넓은 잠실야구장을 떠난 구장 효과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김현수는 "구장에 따라 장타가 조금 더 늘어날 순 있겠지만, 확 늘 것 같진 않다. 무조건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더 정확하고 완벽하게 치려고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목표도 정말 없다. 그보단 지난해 KT가 가을야구에 못 나갔다. 이렇게 많은 선수를 영입했을 때 좋은 성적을 내야 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팀이 가을야구 진출부터 시작해 우승하는 데까지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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