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대참사'다.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이 베트남에 져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4위에 머물렀다. 한국축구 역사상 베트남 U-23 대표팀에 패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4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3위 결정전에서 베트남과 정규시간과 연장전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7로 졌다. 베트남 사령탑은 김상식 감독이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앞서 이민성호는 조별리그 C조에서 두 살 어린 우즈베키스탄에 패배하는 등 1승 1무 1패(승점 4)로 간신히 8강에 올랐다. 토너먼트 첫 경기에선 호주를 꺾었지만, 역시 두 살 어린 U-21 대표팀으로 나선 일본과의 4강전에서 져 3위 결정전으로 밀렸다. 나아가 마지막 자존심이 걸린 3위 결정전마저 패배해 고개를 숙였다.
한국축구 역사에 남을 굴욕 기록도 남겼다. 지난 2006년 도하(카타르)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맞대결을 펼친 이래 베트남에 패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U-23 대표팀 간 역대 전적에서 한국은 6승 3무로 '무패'를 기록 중이었으나 사상 처음으로 패배를 당했다. 그나마 승부차기 패배는 공식 기록상 무승부로 남지만 의미는 없었다. 앞서 두 살 어린 우즈베키스탄, 일본에 패배한 데 이은 또 다른 최악의 기록이다.
올해 올림픽이 열리지 않아 이번 대회가 올림픽 출전권과는 무관하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만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 4연패 도전은 물론 2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지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리게 됐다. 이민성호는 25일 오후 '씁쓸한' 귀국길에 오른다.
이날 한국은 정승배(수원FC)와 정재상(대구FC)이 투톱으로 나서고 김도현(강원FC)과 정지훈(광주FC)이 양 측면에 서는 4-4-2 전형을 가동했다. 배현서(경남FC)와 김동진(포항 스틸러스)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장석환(수원 삼성)과 조현태 신민하(이상 강원) 강민준(포항)은 수비 라인을, 황재윤(수원FC)은 골문을 각각 지켰다. 지난 일본과의 4강전과 비교해 절반이 넘는 6명에 변화가 이뤄졌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 강한 압박에 흔들렸다.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좀처럼 기회를 만들진 못했다. 전반 중반까지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다 전반 27분에야 강민준의 날카로운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국은 전반 30분 일격을 맞았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빼앗긴 뒤 역습을 허용했다. 한국의 오른쪽 측면 수비가 무너졌다. 응우옌 딘 박의 컷백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던 응우옌 꾸옥 비엣에게 연결됐다. 꾸옥 비엣의 왼발 슈팅이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빠르게 균형을 맞추는 듯 보였다. 전반 34분 코너킥 이후 상황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볼 경합 상황에서 정승배가 상대의 발에 얼굴을 가격 당했다는 판정이었다. 그러나 주심은 온 필드 리뷰를 거쳐 페널티킥을 취소했다. 위험한 장면이긴 했으나 딘 박의 발이 정승배의 머리를 직접 가격하진 않았다.
한국은 남은 시간 공세를 펼쳤으나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쳤다. 전반 슈팅 수는 한국이 3개, 베트남은 2개였다. 60%가 넘는 볼 점유율은 0-1 스코어와 맞물려 무의미했다.
궁지에 몰린 이민성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강성진(수원)과 이현용(수원FC), 이찬욱(김천 상무)을 투입하며 3장의 교체 카드를 동시에 썼다. 투입 직후 한국은 김도현과 이찬욱, 정승배의 연이은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정재상과 이찬욱의 슈팅도 잇따라 나왔다. 다만 슈팅은 골대를 벗어나거나 골키퍼 품에 안겼다. 상대를 위협할 만한 결정적인 기회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강성진의 왼발 프리킥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후반 중반 이후 베트남은 더욱 수비벽을 두텁게 쌓았다. 한국은 높은 점유율과 강한 압박으로 베트남 수비 빈틈을 노렸다. 그리고 후반 24분 마침내 균형을 맞췄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공을 잡은 김태원이 가운데로 파고들다 강력한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김태원(가탈레 도야마)은 교체 투입 후 7분 만에 골을 넣었다.
그러나 동점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은 2분 만에 다시 리드를 빼앗겼다. 아크 왼쪽에서 찬 딘 박의 오른발 프리킥이 그대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앞서 꾸옥 비엣의 선제골을 도왔던 딘 박은 이날 한국을 상대로 멀티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한국은 더욱 점유율을 높이며 다시 동점골을 노렸다. 앞서 정승배의 부상으로 이건희(수원)가 투입돼 5장의 교체 카드를 일찌감치 다 쓴 터라 교체를 통한 분위기 반전도 기대할 수 없었다. 결국 그라운드 위 선수들로 어떻게든 균형을 맞춰야 했다. 문전을 향한 크로스 중심으로 동점골 한 방을 노렸다.
후반 40분 딘 박이 거친 태클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한국은 수적 우위까지 점했다. 베트남은 더욱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채 버티기에 돌입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한국의 압박감이 점점 커졌다. 센터백들까지 전진 배치했지만 정작 크로스 정확도가 떨어져 공격 기회가 번번이 무산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막판 극장 동점골이 터졌다. 측면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했고, 전진 배치된 신민하가 공중볼 경합 이후 빠른 슈팅으로 베트남 골망을 흔들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서 나온 천금골이었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한국은 추가된 1장의 교체 카드로 김용학(포항)을 쓰며 공격에 무게를 뒀다. 한국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파상 공세를 펼쳤다. 다만 공격 기회가 번번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연장 후반 2분 이현용의 헤더는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연장 30분 내내 한 명 더 많은 한국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끝내 균형을 깨트리지 못했다.
결국 접어든 승부차기. 한국이 선축한 가운데 양 팀 모두 1~5번 키커가 성공시켰다. 승부차기조차 서든데스로 돌입했다. 균형은 7번 키커에서 깨졌다. 한국은 배현서의 킥이 골키퍼 선방에 막힌 반면 베트남 7번 키커의 킥은 골망을 흔들었다. 승부차기 스코어 6-7, 3시간 가까이 펼쳐진 대회 3위 결정전은 한국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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