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오년(丙午年)을 맞이하여 국내 유통업계는 붉은 말의 해 특수를 누리기 위해 분주하다.
상품 패키지부터 각종 판촉물, 쇼핑몰 장식까지 말을 등장시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의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과 귀족 그리고 특별한 지역의 특별한 전사들을 위한 전유물이었다. 최고 권력자의 정통성과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해 하늘이 내린 '천마', '신마' 같은 영험한 말을 결부시킨 것은 거의 클리셰에 가깝다.
고대 무덤의 벽화나 중세 회화에서도 왕이나 장수, 관리들이 말을 타고 행차하고, 전투하고 사냥하는 장면은 익숙한데 평범한 백성들이 말을 타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조선시대 말 한 필 가격이 노비 2~3명과 비슷했다는 기록이 있고 중세 서아프리카 가나제국에서는 말한마리의 거래가가 남자 노예 10명과 바꿀만한 가치였다.
말의 가치에 맞게 말을 꾸미는 장식들의 가치도 높이 평가 됐다. '한국마사회 말박물관에는 통일신라시대 지름 10㎝ 가량의 크고 아름다운 순은방울 한 쌍이 전시되어 있어 화려한 고대 마구의 극치를 보여준다.
마구의 핵심인 안장도 럭셔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과천에 소재한 한국마사회 말박물관에는 고종황제의 일곱째 아들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이은(李垠1897~1791)이 사용했던 검은색 나무 안장도 있다. 나무틀에 면포를 씌우고 흑칠을 했으며 앞가리개에 사슴뿔을 사용해 상감기법으로 기린문양을 새겨 넣었다. 기린(麒麟)은 말의 몸에 날개가 있고, 입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뿜어낸다는 상상의 동물로 조선 단종 이래로 제왕의 적자를 상징하여 대군의 흉배와 관대 등에 사용했다고 전한다. 기린문에 금분을 입혔으나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조선에서 이어지는 미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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