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59) 감독이 시속 160㎞ 강속구 파이어볼러 윤성빈(27)을 사실상 필승조로 낙점했다.
김태형 감독은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만 스프링캠프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윤성빈에게 기대가 크기보단 어느 정도 필승조로 생각 중이다"라고 밝혔다.
롯데는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여러 악재가 겹쳤다. 지난해 12월 마무리 투수 김원중(33)의 교통사고가 시작이었다. 김원중은 상대방 과실 100%에 차량이 전손될 정도로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상대 차량이 조수석을 들이받은 덕분에 오른쪽 늑골 미세 골절이란 비교적 경미한 부상으로 끝났다.
필승조 최준용(25)도 부상 이탈했다. 롯데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최준용 역시 훈련 도중 오른쪽 늑골 연골에 염좌가 발생해 1차 캠프 출발은 함께하지 못했다. 지금도 가벼운 운동이 가능한 상태지만, 롯데 구단은 100% 회복을 목표로 복귀 시점을 2월 중순으로 늦췄다.
최근 이혼설이 불거진 정철원(27)까지 야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인 걸 감안하면 다소 여유만만하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롯데에는 어느덧 그들의 복귀를 느긋하게 기다려줄 수 있는 자원들이 성장해 있었다.
그 대표 주자가 윤성빈이었다. 윤성빈은 동일중앙초-경남중-부산고 졸업 후 2017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우완 파이어볼러다. 빠른 공을 던지며 기대를 모았으나, 끝없는 제구 난조에 부상이 겹치면서 8년간 1군 21경기 53이닝 등판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김태형 감독의 믿음을 통해 마침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사실 지난해도 윤성빈의 제구는 좋지 않았다.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던 탓에 5월 20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는 손을 덜덜 떠는 장면까지 나왔다.
긴장해서 자신의 공을 못 던지는 투수를 냉정하게 내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오히려 거기서 윤성빈의 가능성을 봤다. 김 감독은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손을 덜덜덜 떠는 걸 봤다. '야, 얼마나 애절함이 있었으면 저렇게 떨까' 싶었다"며 "그래서 기회를 한 번 더 주자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와 함께 보직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불펜으로 바꾼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김 감독은 "선발 투수는 경기 운영해야 하지만, 중간 투수는 가운데만 보고 던져서 결과가 바로바로 나온다"며 이유를 밝혔다.
본격적으로 불펜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윤성빈은 자신의 강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시속 159㎞가 넘는 빠른 공을 연거푸 던지며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 결과 27이닝 동안 44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놀라운 구위로 모처럼 1군에서 시즌을 마쳤다. 김 감독도 "(윤)성빈이는 이제 '볼이면 볼이고, 스트라이크 되면 스트라이크다' 이런 좋은 마인드가 됐다"라고 흡족해할 정도.
미약하지만 성공적이었던 윤성빈의 도약은 롯데 선수들뿐 아니라 프런트에도 자신감을 심어줬다. 지난해 11월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좌완 김주완(23), 우완 김영준(27), 좌완 최충연(29) 등 1라운드, 1차 지명 출신의 잠재력 있는 유망주들을 대거 데려왔다.
아시아 쿼터 쿄야마 마사야(28) 역시 최고 시속 155㎞의 직구와 낙차 큰 스플리터가 장점인 우완 투수다. 이들 모두 제구에 아쉬움이 있음에도 필승조 잠재력을 갖춘 자원들이다.
김 감독은 "쿄야마는 볼넷 비율이 높지만, 공이 빨라 중간 투수로 생각하고 있다. 볼넷을 줘도 공이 좋으면 삼진을 잡을 능력이 있기 때문에, 면담 후 방향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충연은 좋아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다른 두 선수(김영준, 김주완)도 좋다고 한다. 김주완은 12월에 제대해서 지금 데리고 가는 게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평가가 괜찮아서 보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윤성빈은 비슷한 처지의 어린 투수들에게도 희망이 됐다. 최고 시속 155㎞를 던지는 또 다른 좌완 파이어볼러 홍민기(25), 우완 강속구 투수 이민석(23) 등도 희망을 안고 1군 스프링캠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 감독은 "(홍)민기는 멘탈 쪽으로 흔들렸던 부분이 있어 아직은 조금 더 보려 한다. 그래도 마무리 훈련 때 팔 각도를 조금 올리면서 공이 좋았다. 그 정도 공이면 일단 될 때까지 한 번 믿어주면서 써야 한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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