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바람의 가문'이 세계 야구사에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세웠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류지현(55) 감독이 팀의 새로운 리더로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낙점하면서, 20년 역사의 대회 역사상 최초의 '부자(父子) 주장'이라는 대기록이 탄생했다. 이종범(56) 역시 초대 WBC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류지현 감독은 6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WBC 최종 엔트리에 대한 기자회견 자리를 통해 "이정후에게 대표팀 주장 자리를 맡기려고 한다. 그 이유로 한국 선수들과 메이저리그 해외파 선수들이 여러 명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재 이정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 가운데 가장 앞에 있는 선수라고 생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부터 주장에 대한 생각을 선수와 교감을 했다. 선수 역시 흔쾌히 주장을 맡겠다는 의사도 보였다"고 밝혔다.
WBC는 2006년 출범한 야구 대회다. 출범 이후 무려 20년 동안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와 야구 가문을 배출했다. 2006년 대회에 나섰던 이종범과 2023년 대회에 나섰던 이정후가 최초로 부자 출전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유일 부자 출전 기록은 이번 2026 대회에서 깨질 전망이다. 박찬호(53)에게 한 이닝 만루 홈런 2방을 때려낸 페르난도 타티스(51)가 2009년 대회에 나섰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2026 대회 자신의 첫 출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부자 주장'은 이번 이정후의 주장 선임으로 여전히 최초가 됐다. 주장은 단순히 뛰어난 기량을 넘어 팀 전체를 하나로 묶는 상징성과 리더십을 갖춰야 하는 보직이기도 하다. 2006년 WBC 초대 대회에서 이종범을 주장으로 4강 신화를 이뤄낸 바 있다. 이종범은 2006 대회에서 이승엽(50)과 함께 대회 베스트 9에 뽑히기도 했다. 이종범은 2006 대회에서 7경기에 나서 타율 0.400(25타수 10안타) 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04를 기록했다. 2006년 3월 일본과 2라운드에서 0-0으로 맞선 8회초 1사 2, 3루 상황에서 후지카와 큐지(46·현 한신 타이거즈 감독)를 상대로 때려낸 좌중간 적시 2루타는 여전히 국민들의 기억 속에 강렬히 남아있다.
20년 전 아버지가 36세의 노련한 베테랑으로서 팀을 이끌었다면, 아들 이정후는 28세의 최전성기 나이에 메이저리거의 위상을 품고 캡틴의 중책을 맡았다. 아버지가 닦아놓은 승리의 길을 따라, '캡틴 이정후'가 이끄는 류지현호가 다시 한번 도쿄돔에서 한국 야구의 부활을 알릴 수 있을지 전 세계 야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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