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어마어마한 장타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거포 1루수' 폴 골드슈미트(39)가 결국 익숙한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됐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비롯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복귀 등 낭만적인 선택지도 거론됐으나 직전 소속팀인 뉴욕 양키스에 잔류했다. 계약 조건과 최근 성적 지표는 KBO 리그 베테랑인 손아섭(38·한화 이글스)과 닮아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을 비롯해 뉴욕 포스트 등 복수 매체들에 따르면 골드슈미트는 7일(한국시간) 양키스와 재계약에 합의했다. 아직 구단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2025시즌 양키스에서 1250만 달러(약 183억원)를 수령했던 골드슈미트는 이 금액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을 맺었다는 추측이 힘을 얻는다. 전성기에 비하면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차가운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피할 수 없는 에이징 커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슈미트의 이번 계약이 국내 팬들에게 흥미로운 이유는 손아섭과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골드슈미트와 손아섭은 최전성기 시절 각각 메이저리그와 KBO 리그를 호령했던 타자들이다. 꾸준함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고 장타력은 그야말로 급감했다.
먼저 골드슈미트는 2011시즌부터 메이저리그 통산 372홈런을 때려냈을 정도로 전형적인 거포였다. 하지만 2025시즌 양키스에서 146경기에 나서 타율 0.274(489타수 134안타) 10홈런에 그쳤다.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수술로 58경기 출전에 그쳤던 2020시즌을 제외하고 2012시즌부터 시즌당 평균 20홈런 이상을 꾸준하게 때려내던 타자였으나 홈런이 그야말로 실종했다. 실제 2025시즌 골드슈미트는 무리하게 담장을 넘기는 스윙보다 콘택트에 집중하는 스타일로 바꿨다. 그 결과 2024시즌 173삼진에서 100삼진으로 정교함을 갖춘 타자로 변신했다. 에이징 커브에 대처하는 변화를 가져간 것이다.
손아섭 역시 비슷하다. 2618안타로 KBO 리그 역사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낸 전설적인 타자지만 장타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완전한 거포의 스타일도 아니었지만 2020시즌 롯데 자이언츠 시절 11개의 홈런을 때려낸 것이 손아섭의 마지막 두 자릿수 홈런 시즌이다. 2025시즌에는 홈런 1개에 그쳤다. 결국 이번 겨울 비시즌에서 차가운 현실을 마주했고 지난 5일 한화와 1년 계약을 맺었다.
양키스가 골드슈미트를 붙잡은 이유는 명확하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베테랑으로서의 경험과 여전한 수비력, 그리고 좌투수 상대 강점(상대 타율 0.336) 때문이다. 골드슈미트는 2026시즌 주전 1루수이자 유망주 벤 라이스(28)의 뒤를 받치는 '조커'이자 '멘토'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판 손아섭'이라는 수식어처럼, 거포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정교한 타격으로 생존 전략을 바꾼 골드슈미트는 계약을 마치고 오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선다. 무적 상태임에도 미국 대표팀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골드슈미트가 WBC 활약과 함께 양키스에서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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