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켈레톤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가 충격적인 실격 처분을 받았다. 러시아 침공으로 희생된 자국민을 추모하는 헬멧 착용을 고수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ID 카드를 박탈당한 것이다.
영국 '더선'은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스켈레톤 스타 헤라스케비치가 반 러시아 메시지가 담긴 헬멧 착용 문제로 올림픽에서 전격 퇴출당했다"고 보도했다.
IOC는 이날 "헤라스케비치는 IOC 선수 표현의 자유 지침을 준수하지 않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참가가 금지됐다"고 발표했다. 스켈레톤 1, 2차 시기는 12일 열리고, 3, 4차 시기는 13일에 열린다. 하지만 출전 선수 명단에 오른 헤라스케비치의 이름 옆에는 '실격'이 표시됐다.
헤라스케비치는 이번 대회 훈련 기간 동안 일명 '추모의 헬멧'을 착용하고 트랙을 달렸다. 헬멧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망한 전직 스포츠인들과 어린이 등 동포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IOC는 즉각 제동을 걸었다. IOC 측은 헤라스케비치에게 "경기 전후에는 추모가 가능하지만, 경기 구역 내에서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금지하는 규칙을 준수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IOC는 코르티나 현지에서 선수 측과 담판을 갖고 헬멧 대신 '검은 완장'을 착용하는 타협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헤라스케비치는 "타협은 없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그는 이탈리아에 단 하나의 헬멧만 가져왔으며, 수요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의 장비 검사 때도 해당 헬멧 착용 의사를 서면으로 확인했다.
결국 파국은 남자 스켈레톤 1차 시기 시작 불과 30분 전에 아침에 일어났다. IOC는 커스티 코벤트리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차례 대면 회의를 거친 끝에, 헤라스케비치의 올림픽 ID 카드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IOC는 "사안의 본질은 메시지 그 자체가 아니라, 그가 그 메시지를 '어디서' 표현하려 했느냐에 있다"며 믹스트존 등 경기장 밖에서의 표현은 허용했음을 강조했다. 이는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올림픽 장소 내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 금지)에 근거한 조치다.
현장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헤라스케비치의 아버지이자 코치인 미하일로 헤라스케비치는 퇴출 소식을 접한 뒤 오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훈련 주행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내며 메달권에 근접했던 선수가 경기 시작 직전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동료 선수들과 스켈레톤 계의 반응도 싸늘하다. 영국의 올림픽 2관왕이자 전설인 리지 야놀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충격과 혼란 그 자체"라며 IOC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야놀드는 "ID 카드를 뺏었다는 건 그가 이제 올림픽을 떠나야 한다는 뜻"이라며 "그에게 감정적으로 매우 중요한 추모 행위였음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잘못됐다. 오히려 IOC가 그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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