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로 마음을 다잡은 대구고 투·타 겸업 이현민(18)이 달라질 3학년 시즌을 예고했다.
대구 경상중 시절 이현민은 고등학교 입학 당시 경상권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졸업반인 2023년에는 제11회 U-15(15세 이하) 아시아유소년야구대회(15세 이하)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하현승(18·부산고), 설재민(18·덕수고) 등과 함께 한국의 동메달을 이끌기도 했다. 모 KBO 구단 스카우트는 스타뉴스에 "중학교 때만 보면 하현승보다 이현민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부산고 박계원 감독도 "중학교 때는 경상도에서 이현민이 톱이었다"고 인정할 정도.
하지만 고교 진학 후 이현민의 이름은 조금씩 잊혔다. 투수와 타자를 병행했으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1, 2학년 통틀어 타자로 8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267(15타수 4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667을 기록했다. 투수로서도 12경기 평균자책점 6.00, 12이닝 11볼넷 13탈삼진으로 저조했다. 이따금 찾아오는 팔꿈치 통증도 어린 유망주의 마음을 흔들었다.
부모님과 어린이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놀러 갔다가 구자욱(33)을 보며 꿈을 키운 야구 소년의 첫 번째 시련이었다. 최근 대구고 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이현민은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회를 받았는데 내 공이 맞아나가는게 힘들었다. 야구하면서 처음 느낀 거라 그 상황이 어색했다"고 담담하게 지난해를 돌아봤다.
대구고 손경호(60) 감독과 코치들은 당장의 성적보다 어린 유망주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무작정 등판시키기보단 훈련을 통해 마음을 신경 썼다. 이현민은 "솔직히 힘들었다. 그래도 코치님들이 과정에 조금 더 집중하자고 말씀하시면 많이 도와주셨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책도 많이 읽었다. 그중에서도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라는 책이 많은 도움이 됐다. 남들 속도에 따라가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내겐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덕분에 지금은 자신감을 찾았다"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 중학 최고 유망주는 추운 1월 이미 시속 144㎞의 빠른 공을 던졌다. 1학년 때 최고 구속인 시속 148㎞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146㎞를 던졌던 지난해보단 확실히 페이스가 빠르다.
올해는 투수뿐 아니라 외야수로서 타석에도 다시 선다. 서동완(18)-이건희(19)-김민찬(19)과 중심 타선을 이끌며 이따금 좌완 필승조로 나서는 이도류다. 올해 대구고 타선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이현민의 자신감이 올라왔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최근 윈터리그에서도 종종 4번 타자를 맡고 있다. 손경호 감독도 "올해 우리가 투수들이 좋다고 하지만, 이현민까지 있는 상위 타선도 나쁘지 않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현민은 "현재로서는 조금 더 자신 있고 마음이 가는 투수 쪽에 마음이 있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두 가지를 다 하기 어렵기도 하고, 하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당장 훈련 자체는 야수 스케줄을 많이 소화하고 있다. 투수 쪽은 롤모델인 LA 다저스의 야마모토 요시노부 선수나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보면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KBO 스카우트들도 달라진 이현민의 2026시즌을 궁금해한다. 올해 후반기 열릴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후보로 꼽히는 정일(18)을 필두로 조용준(19), 마진혁(18) 등과 함께 대구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는 이현민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최고 시속 148㎞의 빠른 직구에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여유 있게 던지는 좌완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무브먼트가 있는 직구와 우타자에게 헛스윙을 끌어내는 체인지업은 최고 강점으로 꼽힌다. KBO 스카우트 A는 "이현민은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좋은 제구로 경기 운영이 괜찮은 선수다. 특히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다"라고 호평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키 181㎝ 몸무게 85㎏으로 투수로서 작은 체구도 이현민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중학 시절 최대 라이벌 하현승과 희비가 엇갈린 이유도 신체적 성장이 멈춘 것이 컸다. 이현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KBO 스카우트 A는 "키가 크지 않은데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구단마다 평가가 갈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작은 체구를 무작정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선도 있다. 큰 체구만 보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뽑았다가 소리 없이 사라진 유망주도 부지기수 아니냐는 것. 작은 체구의 유망주도 억지로 쥐어짜지 않고 빠른 공을 던진다면 그 자체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KBO 구단 관계자 B는 "키가 작다고 부상 위험이 높고 성장 가능성이 낮은 건 아니라고 본다. 키 180㎝ 선수가 시속 150㎞ 이상 던지는데 안 뽑을 건가. 그건 그 자체로 인정해줘야 한다. 이미 성공 사례도 많다"고 강조했다.
기대와 우려를 안고 다시 실전 무대로 나아간다. 이현민은 "올해 목표는 대구고의 우승이 첫 번째다.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잘해서 우승과 함께 프로에도 가고 싶다"라며 "어디든 불러주시면 좋을 것 같다. 만약 가게 되면 홍창기, 김도영 선수를 만나고 싶다. 두 분 모두 KBO 리그를 대표하고 콘택트도 좋은 분들이라 꼭 한 번 상대해 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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