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한일전→오타니는 오타니로 맞서야 한다! "오늘만큼은 동경을 버리자"
승부의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상대의 실력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동경'이다.
지난 2023년 3월 열린 미국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직전 일본 대표팀의 라커룸에서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외친 장면은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대표팀 동료들을 향해 "오늘만큼은 동경하는 것을 그만두자. 동경해서는 (상대를) 넘어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들을 우러러보지 말고 오직 승리만을 생각하자는 오타니의 한마디는 일본을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다.
7일 오후 7시 운명의 한일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에게 필요한 것은 오타니의 실력에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오타니라는 거대한 벽 앞에 당당히 마주 설 수 있는 '배짱'이다. 사실 오타니는 현대 야구의 상징이자 만화 같은 존재다. 메이저리그 중계 속에서나 보던 우상이자 연구 대상이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만난 적을 우러러보는 순간, 경기는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기 마련이다.
사실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지명 타자로만 나설 것이 유력하다. LA 다저스의 요청으로 인해 투수 등판은 물론 외야 수비 소화도 없을 전망이다. 동시에 7일 한일전에서도 1번 타자로 배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6일 대만과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치른 일본의 방망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막강했다. 오타니의 타격감은 그야말로 '미쳤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0-0으로 맞선 2회초 대만 선발 정하오쥔을 상대로 터뜨린 만루 홈런은 도쿄돔을 가득 채운 일본 팬들의 화력에 불을 지폈다. 오타니는 타석에 서는 것만으로도 상대 투수를 압도했다. 어딜 던져도 정타를 만들어낼 것 같은 위압감에 대만 투수진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홈런, 2루타, 단타까지 3루타만 채우지 못한 채 4타수 3안타를 기록한 뒤 경기에서 빠졌다.
현재 한국 야구는 일본전 10연패라는 깊숙한 수렁에 빠져 있다. 냉정히 말해 투수진이 일본의 막강한 화력을 완벽히 봉쇄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투수전'이 아닌 '타격전'으로 정면 승부를 걸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 타선 역시 체코전에서 응집력이 살아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일본 마운드가 높지만, 방망이로 맞불을 놓을 기회는 분명히 있다. 한국 대표팀 역시 5일 체코전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들이 3명이나 있다. 여기에 일본 역시 부상으로 인해 타이라 카이마(세이부 라이온즈)를 비롯해 이시의 다이치(한신 타이거즈), 마츠이 유키(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무려 3명의 선수가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항간에는 전략적으로 일본전에 힘을 뺀 뒤 대만전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지만 대표팀 핵심 선수는 "정작 뛰는 선수에게는 경기에 나가면 이기고 싶은 마음 뿐이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동경의 대상이 아닌, 반드시 아웃시켜야 할 승부의 대상으로 오타니를 바라볼 때 비로소 승리의 문은 열린다. 2006 WBC에서도 이치로 스즈키(당시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가 버티고 있던 일본을 제압한 바 있다. 오타니가 스스로 가르쳐준 '동경의 포기'가 한국 야구의 10연패 사슬을 끊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7일 오후 7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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