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화 이글스를 이끌어야 하는 두 거물 듀오의 10타수 무안타 침묵. 팬들 사이에선 이어지는 부진에 외마디 비속어까지 섞여 나왔다. 그러나 결국 경기를 끝낸 건 그들이었다.
한화는 2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개막전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10-9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키움에 개막전 3연패 중이었으나 4시간 17분 혈투 끝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극적인 승리를 챙겼다. 그 중심에 노시환(26)과 강백호(27)가 있었다.
한화는 오재원(중견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문현빈(좌익수)-노시환(3루수)-강백호(지명타자)-채은성(1루수)-하주석(2루수)-최재훈(포수)-심우준(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오재원과 페라자, 문현빈이 밥상을 차리면 노시환과 강백호가 마무리하는 그림을 구상한 타순 배치였다.
수많은 밥상이 차려졌다. 특히 노시환은 1회말 1사 2,3루를 시작으로 4번 연속 득점권에 타석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출루하지 못했다. 9회까지 5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노시환이 흐름을 끊으며 3차례나 선두 타자로 시작해 덜 주목 받았지만 강백호 또한 9회까지 5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팀이 4-7로 끌려가던 8회말 온통 주황빛으로 물든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최강한화'를 외치는 육성응원이 울려퍼졌고 심우준이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11회초 2점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11회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심우준이 다시 한 번 안타로 출루했고 1사 1루에서 문현빈이 큼지막한 2루타로 심우준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노시환이 좌전 안타를 날려 동점타를 터뜨렸다. 일단 패배는 면하며 한숨을 돌렸고 이후 타석에 들어선 강백호가 중견수 앞으로 향하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한화생명볼파크는 함성으로 가득찼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시즌 개막 경기는 쉽지 않은 경기인데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 해줬다"며 "엔트리에 젊은 선수들이 많아 오늘 같은 경기에는 긴장 했을텐데 각자 자기역할을 잘 해줬다. 홈구장을 가득 채워준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게 돼 기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4시간 넘게 부진했지만 마지막 반전을 써낸 노시환과 강백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시환은 "난 한 게 없다. 팀이 이겨서 기쁠 뿐이다. 팀에 너무 미안했고, 마지막 타석에서 더욱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11회에) 들어가기 전에 같이 선수들이 (심)우준 형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줬고 투수들을 잘 막아줬기 때문에 우리가 또 타석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다섯 번을 못 쳐도 한 번을 치면 반전을 시킬 수 있는 선수들이니까 둘이서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원래 이런 건 프랜차이즈 스타가 하는 거라고 했는데 앞에서 잘 쳐줘서 저에게까지 기회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강백호는 "개막전에 이렇게 성적이 안 좋았던 적이 없었고 감이 안 좋았던 게 아닌데 이러니 정신없이 흘러갔다. 긴장도 하고 있었다. 우준이 형이 홈런을 쳐줬고 (김)도빈이가 만루를 막아줘 이런 기회가 왔다. 선수들 덕분에 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누구보다 절박했다. 강백호는 "너무 집중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집중은 최대한 다 했던 것 같다. 내가 못 끝내더라도 무조건 출루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제가 긴장을 잘 안 하는데 너무 떨렸다. 지금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재밌게 좋은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잠은 잘 수 있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강백호는 "마지막 타석에는 정말 깜짝 놀랐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뻔할 정도로 (함성이) 엄청 커서 '무조건 쳐야겠다. 못 치면 진짜 큰일 난다. 보답을 해야겠다' 싶었다"며 "끝내기가 두 번째인데 첫 안타가 끝내기가 돼 출발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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