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작가의 고집이 안방에서 또 다시 통했다. 김수현 작가가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선보이고 있는 주말극 '무자식 상팔자'(연출 정을영·총 30부작)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꾸준히 경신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무자식 상팔자' 4회는 평균 시청률 3.228%(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광고 제외·이하 동일기준)를 기록하며 방송 4회만에 3%대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4.14%였다. 방송 첫 주 1%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지상파가 아닌 종합편성 채널로 무대를 옮긴 김수현 작가의 또 다른 흥행신화가 예상된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 아니라고 할까, '무자식 상팔자'는 전형적인 '김수현표 드라마'다. 독특한 어투와 가슴을 후벼 파는 날선 공감 대사들,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적 소재가 등장, 시청자를 자극하고 있다.
'무자식 상팔자'는 안호식(이순재)-최금실(서우림) 부부를 중심으로 안희재(유동근)-이지해(김해숙), 안희명(송승환)-지유정(임예진), 안희규(윤다훈)-신새롬(견미리) 세 아들부부와 그 자식들(엄지원, 정준, 하석진, 손나은)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드라마. 김 작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 미혼모를 바라보는 이 사회 구성원인 이웃, 가족 더 나아가 미혼모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수현 작가가 그리는 미혼모는 탈선 청소년, 소싯적 실수나 범죄에 의해 만들어진 미혼모가 아닌 지방법원 판사(엄지원)라는 직업을 지녔다. 왜 판사일까? '법을 기준으로 잘잘못을 판단해야하는 판사가 미혼모라니'라는 답과 함께 김수현 작가의 무한한 필력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김수현 작가의 '고집'이 시청자들을 붙들고 있다면, 노희경 작가는 시청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그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과연 내가 아는 노희경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다. 변신인 것 같지만 '변심'처럼 느껴진다.
김수현 작가에 앞서 종편 행을 택한 노희경 작가는 지난 2011년 12월 5일부터 지난 2월 7일까지 JTBC에서 방송된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이하 빠담빠담)를 선보였다.
정우성과 한지민이 주연한 이 드라마는 살인 누명을 쓰고 16년 만에 출소한 양강칠(정우성)과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신에게는 이기적인 정지나(한지민)의 사랑이야기다. 스타연기자가 출연하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고, 평균 시청률 1.878%를 기록하며 종편채널 드라마로는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작품성에서 만큼은 노 작가의 이전 작품들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였다. 물론 노 작가는 김수현 작가와는 달리 대중적인 인기와 시청률이 보장되는 작가는 아니다. 노 작가만이 할 수 있는, 화려하지 않지만, 심금을 파고들며 영혼까지 울리는 섬세하고 절제된 감성 묘사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호평 받고 있다. 노 작가의 수작중 하나로 꼽히는 드라마 '거짓말'(1998년)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노희경 표' 감성 드라마로 불리고 있다.
노 작가의 '변심'은 '그들이 사는 세상'부터 서서히 조짐을 보이다 '빠담빠담'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대중성의 보강을 위한 장치들이 드라마 전반에 걸쳐 드러난 느낌이랄까. 노 작가만의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는 절제된 감성 묘사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변신'보다는 아닌 '변심'으로 느껴졌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노희경 작가가 자신만의 색깔을 버리고 시류에 영합하려는 것인지, 변화가 감지된다는 우려의 평가를 내고 있다.
노희경 작가는 내년 초 공개될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연출 김규태)로 돌아올 예정이다. 조인성과 송혜교가 출연을 결정되면서 벌써부터 안팎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유년시절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첫사랑에 실패한 후 의미 없는 삶을 사는 남자(조인성)와 부모의 이혼과 오빠와의 결별, 갑자기 찾아온 시각 장애로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사는 여자(송혜교 분)가 만나 차갑고 외로웠던 그들의 삶에서 희망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반평생 넘게 살 비비고 산 남편에게 "니가 여자냐"는 말을 듣고, 가슴에 빨간약을 바르며 눈물을 뚝뚝 흘렸던 고두심('꽃보다 아름다워' 2004년)을 브라운관을 통해 보며 함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그런 감동을 다시 시청자에게 안겨줄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