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녀 발언 논란, 문제는 '누구편' 아닌 '풍자의 품격'

발행:
문완식 기자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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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녀석들(박성광, 정태호, 신보라, 양선일)이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23일 방송에서 용감한녀석들의 정태호가 박 당선인에게 잘 들으라며 한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드디어 18대 대통령이 당선이 됐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번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 님 잘 들어. 당신이 얘기했듯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 기업들을 위한 정책. 학생들을 위한 정책, 그 수많은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 하지만 한 가지는 절대 하지 마라. 코미디. 코미디는 하지마. 우리가 할 게 없어. 왜 이렇게 웃겨. 국민들 웃기는 거 우리가 할 테니까. 나랏일에만 신경 쓰기 바랍니다. 그리고 진짜 웃기고 싶으면 개콘에 나와서 웃기던지"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나왔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아무리 용감한녀석들이 그간 성역 없는 비판을 해왔다지만 이제 막 대통령에 당선된 박 당선인에게 너무 무례한 것 아니었냐는 것이다. 특히 시종일관 반말조로 얘기하고, 막판에는 "웃기지마"라고 한 것도 논란을 불렀다.


방송 직후 '개그콘서트' 홈페이지 내 시청자게시판과 주요 포털에서 용감한녀석들은 여론의 포화를 맞았다. 시청자들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웃기지마는 너무 한 것 아니냐", "풍자를 넘은 지적질이자 1차원적인 디스"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적개심을 나타낸 것 아니냐", "정태호가 특정 후보를 지지했는데 당선되지 않아 그런 것 아니냐"며 정태호나 용감한녀석들 나아가 '개그콘서트' 제작진의 '정치성'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이에 연출자 서수민PD는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주 용녀(용감한녀석들) 발언에 의견들이 많으시네요. 참고로 이 녹화분은 대선 당일 날 결과를 알 수없는 상태에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에게 동일한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이었습니다. 특정당선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니 오해 말아주시길 바랍니다"라고 해명했다.


앞서 옮긴 정태호의 발언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문재인 당선인'으로 바꿔 똑같은 발언을,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9일 녹화일에 똑같이 녹화를 했고, 당선인이 결정된 방송 시점(23일)에서는 박근혜 당선인 녹화분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서PD의 말은 결국 정태호의 발언은 특정 정치인을 염두에 두지 않고 누가됐던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것이라는 얘기다. 문재인 후보다 대통령 당선인이 됐어도 마찬가지 내용으로 방송이 나갔을 것이란 말이다.


정태호 역시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개그맨 정태호입니다. 저의 발언은 어느 편에 서서 이야기 한 것이 아닙니다. 오해를 드린 점에 있어서 앞으로는 좀 더 고민하고 신중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태호가 발언했다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용감한녀석들과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알아야할 것이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고 23일 방송에서 정태호가 동일하게 발언했어도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나타냈을 것이다.


누가 해당 발언의 주어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23일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잘 들어"같은 반말조, "왜 이렇게 웃겨"같은 비아냥거리는 어투 때문이었다. "예의가 없다"는 지적이 왜 나왔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용감한녀석들을 비롯해 '개그콘서트'는 그간 날카로운 풍자로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풍자에도 '품격'이 있는 법이다. 무조건 "잘 들어"라며 할 말 안할 말 내뱉듯 쏘아 붙이는 건 풍자를 떠나 풍파만 일으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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