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그프로그램은 단연,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다. 국내 공개개그프로의 '원조'격인 '개콘'은 10년 넘는 방송 기간에도 꾸준히 발전, 높은 인기를 과시 중이다.
이제 '개콘'하면 '대한민국 국가대표 개그프로'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프로그램이나 출연 개그맨들의 위상 또한 높다. 제작진과 개그맨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다.
'개콘'은 그러나 최근 들어 뭔가 생동감을 잃는 느낌이다. 새로운 코너들을 계속해 선보이고 있고, 새 캐릭터와 유행어가 나오고 있지만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생활의 발견'에서 홍보하러 나온 게스트를 구경하고, '불편한 진실'에서 김지민과 김기리의 닭살 돋는 드라마 패러디에 '쟤네 진짜 사귀는 거 아냐'라는 의심을 가져보고, '네가지'에서는 '유명해지고 싶다'는 김기열, '내가 사는 곳이 그리 시골은 아니다'는 양상국, '작지만 잘 생겼다'는 허경환, '마음만은 홀쭉하다'는 김준현에 웃어도 보고, '희극여배우들'에서 '못~생기지 않았다'는 박지선의 푸념을 들어주고. 이게 다다. 이번 주가 저번 주 같고 저번 주가 한 달 전 같다면 기자의 '오버'일까. 매회 달라지는 게스트를 제외하고 말이다.
물론 제작진과 개그맨들이 한 주의 녹화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낮게 보는 것은 아니다. '개콘' 개그맨들은 일주일 내내 매주 수요일 녹화를 위해 '올인'하고 있다. 언감생심 '개콘'외 다른 스케줄은 생각할 수도 없다. 제작진 또한 녹화 전까지 개그맨들과 아이디어 회의하고 수요일 녹화 뒤 일요일 방송 전까지 편집에 공들여야하니 쉴 틈도 없다. 그렇게 해서 '1등 예능'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너무 잘 나가는 게 문제다. 어떻게 하면 시청률이 높을지, 화제가 될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잘 나가는 공식'에 맞추고만 있다. '이 정도만 하면 녹화에는 문제없겠지'하지는 않는지.
'잘 나가는 개콘'이 이 시점에서 눈여겨 볼 프로가 있다. 바로 tvN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다. '개콘' 산파 중 하나인 김석현PD가 CJ E&M으로 옮겨가 만든 공개개그프로인 '코빅'은 2011년 9월 첫 방송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유세윤, 박준형 등 인기 개그맨들도 일부 있었지만 거의 대다수는 KBS, MBC, SBS 등 기존 방송사에 자리 잡지 못한 이들이었다. 케이블이라는 매체적 불리함에 출연자들마저 'A급'이 아니다보니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 쉽지 않았다.
'코빅'은 그러나 첫선 후 1년여 동안 끊임없이 변화를 주고 리그제, 순위제, 토너먼트제 등 각종 경쟁을 통해 출연자들을 못살게 굴었다. 순위제일 때 매회 꼴찌팀은 밀가루 세례라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케이블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매회 2%가 넘는 시청률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원달라'(박준형 정만호 윤성한)나 '개불'(이용진 양세찬) 등 인기 팀들을 배출하고 있다. '개콘'보다 신선하다는 시청자 의견도 적지 않다.
공중파에 비해 소재나 수위에 제한이 없는 케이블 프로그램이라 '개콘'보다 유리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콘'은 높은 명성과 넘치는 인기 개그맨들이라는 다른 프로그램이 따라 올 수없는 무기가 있기에 여타 프로와 소재, 수위를 놓고 유불리를 논할 차원은 아니다.
결국 문제는 '절실함'의 차이다. '코빅'은 그 무대가 아니면 출연자들이 설자리가 없다. 매번 시청자들이 평가하기 때문에 한눈팔다가는 순위 상승은 꿈도 꿀 수 없다. 짧은 제한 시간 동안 모든 걸 쏟아내야 하기 때문에 유행어나 '게스트발'로 밀어붙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개콘'은?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고심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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