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최후의 권력', 최고의 빅맨은 나"(인터뷰①)

발행:
윤상근 기자
정봉주 전 국회의원 /사진=이동훈 기자
정봉주 전 국회의원 /사진=이동훈 기자


"일단 내가 한 번 움직이면 나도 나름대로 대중의 인지도가 있으니까..."


전 국회의원 정봉주(54)의 입에서 위와 같은 말은 여러 차례 나왔다. 정치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모. 높은 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 그 속에 묻어난 진중함. 바로 정봉주만이 가진 캐릭터였다. 역시나 특유의 '깔때기'는 여전했다(여기서 말하는 '깔때기'란 정봉주가 '나는 꼼수다'에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지난 16일 첫 방송된 리얼 버라이어티 포맷의 시사 다큐 SBS '최후의 권력-7인의 빅맨'(이하 '최후의 권력')에서 비쳐진 그의 모습 역시 예전 국회의원 시절 활발하게 정치판에 뛰어들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봉주는 지난 2011년 4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BBK 사건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고 지난해 12월 출소 이후에도 그의 행보는 지금까지도 대중의 지지와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시사 프로그램 출연 외에도 전국 순회강연도 나가는 등 나름대로 정치적 행보도 시작했다"며 자신의 근황을 밝혔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 카페에서 그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 '최후의 권력' 기획, 그 출발점은 정봉주였다


'최후의 권력'은 정봉주를 비롯해 금태섭 변호사, 박형준 전 정무수석,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 정은혜 전 민주당 부대변인, 차명진 새누리당 의원, 천호선 정의당 대표 등 총 7명의 정치인들이 조지아의 험준한 코카서스 산맥을 탐험하면서 극한의 상황에서 권력이 어떻게 발휘되는지를 알아보고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권력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오지에서 함께 생활하다보니 식량 문제, 주거 문제 등 생존을 위한 여러 요소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지부터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정치판에서 다른 이념과 성향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해오던 이들은 한 팀이 돼 장을 뽑고 미션을 수행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정봉주는 먼저 '최후의 권력'의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엄밀히 말하면 각 빅맨은 오지에서 정치를 하고 왔다고 볼 수 있죠. 여야 정치인들이 함께 부딪치며 어떤 교집합을 찾아내는 과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 있는 시도였어요."


정봉주는 "당시 제작진이 나를 가장 먼저 섭외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이 나의 출연이 결정되면 바로 나머지 멤버를 섭외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겠다고 했고 이후 나도 출연 결정을 내렸어요. 그리고 나머지 멤버도 나와 다른 성향의 정치인들을 섭외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냈죠. 개인적으로는 출연 여부에 있어서 정치적 성향보다 출연료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고요(웃음)."


촬영 당시 멤버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그는 "전혀 불편한 점은 없었다"며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도 여러 차례 갈등 상황을 빚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 아는 사이이고 친분도 많기 때문이다.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친했던 차명진 의원하고는 재기발랄하면서도 파릇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박형준 의원의 경우도 나중에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의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천호선 대표는 성향이 비슷한 진영의 사람이었지만 또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죠. 금태섭 변호사 역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법조인이지만 정치적 감각이야 워낙 뛰어난 분이고요. 손수조 의원도 내공이 있음을 느꼈고요. 정은혜 의원의 경우는 일부 네티즌에게 부정적인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됐다고 하는데 워낙 정치에 대한 순수한 열정 때문에 그런 거니까요. 나중에는 함께 터놓고 얘기하면서 우리끼리 새 정당 하나 만들자고 얘기했을 정도였어요."


정봉주 전 국회의원 /사진=이동훈 기자


◆ "'최후의 권력' 최고의 빅맨은 나였다"


'최후의 권력'에 함께 한 7명의 정치인은 총 15일 동안의 여정을 함께 했다. 이 중 출, 입국 이동 일정 등의 기간을 제외하고 10일간 팀으로 지냈고 빅맨을 선출하는 기간은 5일이었다. 이들은 하루에 한 명씩 빅맨을 선출하고 멤버들이 함께 따르고 의논하는 과정을 거치며 권력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자연스럽게 7명 중 2명은 빅맨이 될 수 없었고, 결국 정봉주와 손수조가 빅맨의 자리에 앉지 못했다. 특히나 정봉주가 빅맨이 되지 않은 건 다소 의문(?)이었다. 대권을 심심찮게 노리는 그가 한 팀의 장이 되는 것을 고사했다니. 이유가 있을 법 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내 원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제가 어디서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하는 모습만 가지고 있을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묵묵히 일하면서 보조하는 역할을 더 많이 해요. 이번 여정에서도 이동할 때 항상 줄의 맨 뒤에 서서 걸어가는 장면이 많았었는데 제작진도 그렇고 지인들도 그렇고 그 모습에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물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실은 기획된 연출도 있긴 했죠(웃음). 실제로 촬영하면서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제작진과 출연진이 소통하는 데 있어서 제가 그 통로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빅맨 선출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제작진이랑 얘기를 많이 하게 됐고 방송 분량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대중의 인지도가 덜 알려진 분은 꼭 빅맨 역할을 수행했음 했던 거예요. 손수조 의원의 경우는 워낙 화제가 되는 발언이 많아서 방송 분량 확보가 됐었고요."


결국, 다른 출연자 배려 차원에서 빅맨을 하지 않았다는 뉘앙스였다. 깔때기였다. 살짝 거만하게 느껴졌지만, 정봉주여서 이해는 간다. 방송에서도 "피선거권이 없어서 빅맨 못 돼요", "빅맨 출마 포기하고 대권 도전할 겁니다"라고 재치 있게 받아치던 순발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그는 "결국 누군가 한 명이 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빅맨이 되려고 정치인들이 경쟁하는 상황도 방송에서는 결코 아름답게 비쳐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설사 진짜 선출 과정을 거쳤더라도 내 캐릭터가 워낙 강해서 다른 멤버들이 날 추천하진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심지어 "빅맨의 위치가 아닌 상황에서 비판만 하다가 막상 빅맨은 고사한 모습이 방송에 나가다 보니 비겁하게 비쳐진 것에 내 아내가 열 받아 앓아눕기도 했다"며 웃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이번 여정에서의 최고 빅맨은 누구였을까. 다름 아닌, 정봉주 자신이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보이지 않는 빅맨은 저였죠. 제가 빅맨으로 하여금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게 해줬으니까요(웃음). 아마 다른 멤버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다 자기가 제일 잘했다고 말할 것 같은데요?"


그는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최후의 권력' 출연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권력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밝히기도 했다.


"권력에 대해서는 출국하기 전에도 이미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고요. 큰 틀에서 바뀐 건 없지만 갔다 오고 나서 느낀 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옳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윤상근 기자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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