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왔다! 장보리'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극이 막바지로 갈수록 이유리가 연기한 독기 품은 희대의 악녀 연민정이 이슈였다. 연민정의 이유리는 "'왔다 장보리'로 시작해 '갔다 연민정'으로 끝났다"는 말이 돌 만큼 분량과 화제성을 모두 독점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악녀 연기는 '역대급'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
그 스포트라이트의 그늘에 오연서가 있었다. 오연서는 타이틀롤인 장보리 역을 맡았다. 연민정에게 화제가 집중될 만큼 오연서의 장보리는 덜 돋보였지만 오연서는 묵묵하게 제 몫을 해냈다. 쉽지 않은 역할이다.
강렬한 조연들이 빛을 받을수록 평범한 주인공은 든든한 뒷받침 노릇을 하기 마련이다. 악녀가 판칠 수록 착한 주인공은 모든 악행을 묵묵히 받아내는 역할에 그치기 쉽다. 담담함이 밋밋함으로 보일 수 있기에, 이른바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 그래서 어렵다. 주인공의 부담을 지고서 다른 캐릭터를 받쳐줘야 한다.
오연서의 장보리가 그랬다. 초반엔 건강하고 씩씩한 장보리에게 관심이 쏠렸다. 억센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뽀글머리 국밥집 처녀 장보리가 찌끄레기 이재화(김지훈 분)와 알콩달콩 연애를 해나갈 땐 강렬한 막장드라마에 유머를 더하며 숨통을 틔웠다. 시청자들의 호응도 높았다.
그러나 중반 이후엔 입장이 바뀌었다. 악녀 연민정이 악에 받칠수록 장보리는 냉정해져야 했고, 오연서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연민정의 개과천선에, '왔다 장보리'의 권선징악에 디딤돌 노릇을 해냈다.
오연서는 김순옥 작가가 써내려간 이야기 속에서 각 부분마다 충실하게, 욕심내지 않고 제 몫을 다했다. 더욱이 그녀에게는 주인공 자리가 처음. 게다가 반년 넘게 이어진 52부작 드라마를 이끌었다. 흔들림 없이 끝까지 제 몫을 지켜준 오연서를 칭찬하고픈 이유다.
'왔다! 장보리'는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시누이 말숙이로 국민 시누이에 올랐던 오연서가 지난 2년간 '오자룡이 간다', '메디컬탑팀' 등 주말, 일일, 미니시리즈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활동 속에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왔다 장보리'가 유종의 미를 거둔 오늘, 그녀를 다독여주고 싶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