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유아인과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형식을 파괴, 신개념 지식 토크쇼 '도올아인 오방간다'로 뭉쳤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KBS 1TV 교양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는 유아인과 도올이 대한민국 역사와 현재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방송은 유아인이 도올에게 쓴 편지로 시작됐다. 유아인은 '도올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이른 새벽에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을 드립니다. 저는 그동안 번뇌와 혼란으로 삶의 시간을 혼잡하게 보내는 가운데 선생님의 존안과 존함이 떠올랐고 선생님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라고 글을 썼다.
이어 '제 기억에 있고 연이 닿은 분 중 도울 선생님께서 가장 많은 시간을 살아오신 인생의 선배님이시고 직접 만나 뵌 적은 없지만 큰 영감과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이십니다. 선생님께서 시간을 내어 주신다면 직접 찾아뵙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나이대와 생활 반경에서 전혀 접점이 없어보이던 유아인과 도올은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유아인은 "연기를 15년 동안 해오면서 많은 혼란과 고민을 했다.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까 생각했다. 친구들은 '네가 고민할 게 뭐가 있냐'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보다 큰 대답을 들려주실 수 있는 (도올)선생님께 연락을 하게 되더라"고 밝혔다. 유아인은 지난해 9월 15일 먼저 도올을 찾아갔고, 그 때부터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청중 앞에 선 도올은 "올해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그런데 나는 '3.1운동'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3.1민족독립만세의거'라 부르고 싶다"며 말을 시작했다. 도올은 1910년까지 조선은 왕조체제로 살아왔다며 "불과 1919년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임을 선포했다. 조선왕조 몰락 9년 만이다"라는 말과 함께 역사에 대해 알고 국민들이 앞으로를 의미있게 보낸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유아인과 격식을 허문 자유로운 토크를 기대했다.
도올은 "역사를 왜 알아야 하냐"고 질문했고 청중은 다양한 이유를 답했다. 유아인은 "어제가 없는 오늘은 없다"며 "역사를 아는 것이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도올은 "우리 민족은 세계 역사 중 침략사에 가장 슬픈 희생을 당했다. 미.소 냉전 구도 속에서 우리 민족은 70년 이상 고통 받고 살아왔다"면서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주'에 대한 화두가 나오자 유아인은 트럼프가 "한국은 내 허락 없이 대북 제재 철회를 못한다"고 말한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제시, "우리가 마음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웃었다. 도올은 "우리나라는 지금 문화 강국이며 GDP 세계 11위다. 세계 사람들이 지금 우리를 관심있게 바라볼 것이다.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찬란한 문명을 만들어왔다"고 자긍심을 드러냈다.
이에 유아인은 "지금의 대한민국 환경은 완전한 해방이 맞냐"고 물었고, 도올은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아직 제대로 해방되지 않았다"며 씁쓸해 했다. 남북통일문제 인식 조사 결과 '동의한다'가 47.8%, '보통이다'가 26.6%, '동의하지 않는다'가 25.6%로 나왔다. 유아인은 "북한과 통일하면 경제 논리적으로 우리가 손해보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어봤다"고 말했다.
도올은 "과거에 분단은 상상할 수 없던 '재난'이었다. 1948년 각각 독립정부가 세워졌다. 분단은 쉽지만 통일은 어렵다"며 "지금 통일을 못하면 앞으로도 너무나 많은 슬픔을 겪게 될 것이다. 지금의 세계 시대적 상황이 우리에겐 (통일의) 기회다"라고 주장했다. 유아인은 "우리는 하나였고, 우리가 분단되게 한 어떠한 힘이 작용됐다면 삶, 가치관, 이해관계가 달라졌을지언정 떨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야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유아인은 "우리가 통일 얘기를 하고 북한을 좋아한다 하면 '빨갱이' '좌파'라 한다. 우리는 어떤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편 가르기를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지 않냐"고 문제점을 짚었다. 그러자 도올은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빨갱이'라는 말이 없었다. 그 말은 엄청난 비극적 상황에서 만들어졌다"며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을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 이어질 회차에서 자세히 다뤄질 예정이다.
두 사람은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고찰했다. 유아인은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라는 것에 동감하냐'는 질문에 '동감한다'는 73.3%, '동감하지 않는다'는 26.7%가 나온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도올은 2018 월드컵에서 세계 랭킹 1위국 독일을 격파한 대한민국팀을 예로 들며 "이게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새로운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아인은 "무조건 이기는 게 목적이면 안 된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우리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야 한다. 우리답게 자유롭게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그렇게 엇갈린 견해가 나오기도 했지만 유아인과 도올은 서로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도올은 "우리는 우리의 전통을 지키면서 얼마든지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고, 우리 힘으로 반드시 버젓한 통일 국가를 만들어야 하고 수 없는 BTS를 상식적인 선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이자 유아인은 "인터넷 문화를 통해 성장한 젊은이들은 국가의 경계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K-콘텐츠가 많이 팔리고 있는데, '너네의 고유한 색깔은 뭐냐'란 질문을 받았다. 진짜 우리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경쟁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했고, 청중에서 친일파를 청산하지 않은 데서 '헬조선'임을 느끼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도올은 독립운동가 김원봉의 비참한 죽음과 친일파 경찰 노덕술의 평온한 최후를 얘기하면서 "여러분이 의식을 가지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 여러분들이 깨어있고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유아인은 "우리가 정보를 통해 역사를 바로잡지 않았냐. 대통령 탄핵을 했다"고 최근의 사례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도올은 "노덕술 같은 사람이 설치지 않도록 우리 역사를 젊은이들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역사의 총체적인 이해를 통해 우리가 더 선명하게 존재하고 더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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