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명맥을 이어온 '보이스'가 벌써 네 번째 시리즈까지 왔다. 이전보다 더 강력한 스토리와 탄탄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최근 마진원 작가는 tvN 드라마 '보이스4: 심판의 시간'(극본 마진원, 연출 신용휘, 제작 스튜디오드래곤·보이스 프로덕션, 이하 '보이스4') 종영을 기념해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보이스4'는 지난 2017년 1월 방영한 '보이스'의 네 번째 시리즈로,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범죄자로 인해 궁지에 몰린 보이스 프로파일러와 타협을 불허하는 원칙주의 형사의 새로운 골든타임 공조를 그린다. 이번 시즌에는 배우 이하나 외 송승헌, 강승윤, 이규형, 손은서, 백성현 등이 출연했다.
'보이스4'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이하나의 변화와 이규형의 악역 그리고 새로운 인물인 송승헌이었다. 그간 선한 역으로 정의만 지킨 강권주(이하나 분)는 악한 모습까지 보여주며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또한 그간 악역 캐릭터로도 유명한 '보이스' 시리즈는 이번엔 다중인격 연쇄살인범을 등장, 이규형의 연기력으로 한층 강화된 모습을 맛보게 했다.
새로운 남자주인공인 데릭 조(송승헌 분)는 그간 남자주인공들과 다르게 부드러운 모습을 지녔다. 기존 설정해서 한 발씩 더 나아간 '보이스4'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명작을 탄생시켰다. 이에 마진원 작가 또한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는 듯했다. 마진원 작가는 캐릭터와 배우들에 애정을 느끼며 '보이스5'로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 이하 마진원 작가와 나눈 인터뷰 전문.
-지난 2017년부터 해온 '보이스' 시리즈가 벌써 시즌4까지 진행됐다. 종영 소감 부탁한다.
▶ 이 자리를 빌려 '보이스' 시즌4를 시청해 주신 시청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시즌은 '어떻게 해야 좀 더 발전되고 의미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란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시즌인 거 같다. 또 엔딩은 오랜 고심 끝에 강권주와 시즌4의 데릭 조, 동방민을 시즌 2-3의 인물인 방제수, 가드니스 리와 연결하기로 결정했다. 시즌5까지 '보이스'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한 결말이었고 내심 반응이 걱정스러웠는데 시청자분들도 호응해주신 것 같아 진심으로 안도하고 감사했다. 시즌제는 긴 시간을 두고 기획되기 때문에 모든 제작진이 긴 호흡을 갖고 한마음으로 달렸을 때 의미있는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시즌4는 코로나 19 팬데믹이란 어려운 상황임에도 끝까지 제작진 모두가 '배려하고 소통하며' 즐겁게 마무리했기에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다.
-'보이스4'는 지난 시즌과 다르게 tvN에서 방송됐다. 작가 입장에서 다른 점을 느꼈나.
▶ 집필하는 중에 방영 채널이 OCN에서 tvN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보다 넓은 시청층을 타깃으로 하는 채널이다 보니 대중적인 취향을 가진 분들도 무리없이 시청하실 수 있도록 장르물의 수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막상 심의팀에서 의견을 보내주셨을 때 채널의 변화가 피부로 와 닿았다. (감독님도 심의 의견을 받아 수정편집을 했고, 그 과정에서 삭제된 맥락으로 인해 이미 다 찍어버린 캐릭터의 감정이 잘 전달되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 외 작업 방식에서의 차이는 크게 없었다. 초반엔 채널을 착각하고 본 방을 놓치거나 채널을 바꾼 이유를 오해한 시청자분들도 꽤 계셨는데 그 점은 살짝 안타깝게 생각한다. 채널을 바꾸었다고 해서 좋거나 나쁘다고 함부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다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에선 시즌4까지 일관된 기획을 거쳐 본격적으로 달려온 작품이 많지 않다.
'보이스'의 대중성을 위해 채널을 바꾼 것이라 들었고 이러한 여러 시도가 결국 (경험치가 되어) '보이스'의 장기시즌제 발판이 되거나 혹은 다른 시즌제 드라마 발전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 시즌 동안 만났던 OCN 고정 장르물 팬들이 아닌 다양한 시청층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채널을 따라와주시고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땐 스트리밍과 VOD로 즐겨주셨던 팬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린다. '보이스'는 우리 인생의 골든타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그 순간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때론 타협하고 외면하고 싶을지라도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하는 가치, 그것을 지키고자 용기 낸 순간들이 모여 우리 인생뿐 아니라 사회의 골든타임 역시 지켜진다고 믿고 있다.
-'보이스'는 배우 이하나를 주축으로 다양한 배우들, 내용을 이끌어갔는데 이번 시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 '보이스'는 매번 최고의 감독님들과 일하는 행운이 따르는 반면 그 다음 시즌에 스케줄을 맞추기 쉽지 않단 단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매 시즌 새 감독님을 만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감독님들 덕분에 다른 색을 띠는 시즌을 만든단, '보이스'만의 장점이 생기는 것도 같다. 시즌4에선 '터널' 등 휴머니즘이 강한 장르물을 만든 신용휘 감독님을 만나 피해자분들의 아픔 및 가족범죄가 왜 벌어지는지 등 그 감정을 구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가족범죄의 수위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데 잔혹하다면 의미가 퇴색될 것이고 그렇다고 '보이스'가 유지해온 톤 앤 매너를 버릴 수도 없으니 말이다. 결국 '보이스' 시즌4는 실시간 추격의 다급함보다는 디테일, 정서와 감정에 충실한 시즌으로 차별화하자는 취지 하에 제작진 모두 힘을 합쳤다. 또한 남자 주인공 데릭 조 캐릭터를 전 시즌의 무진혁, 도강우와는 정반대로 설정해 권주와의 관계, 골든타임팀 분위기를 다르게 (성숙하게) 만들고자 했다. 이외에도 팀원들이 에피소드 사건과 엮이는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에피소드마다 가족범죄란 주제만 통일시키고 독립적으로 개발했다. 마지막으로 세계관 연결을 위해 시즌1의 심대식 형사와 천상필 요원을 시즌4에서 다시 재회하게 했는데 시청자분들이 환대해주셔서 많이 뿌듯하고 감동 받았다.
-이번 시즌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이 데릭조의 송승헌, 한우주의 강승윤 역이다. 두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각 배우와 어느 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는가.
▶ 시즌제는 정말로 팀워크다. 기존의 팀과 새로운 팀들이 만나고 그 시너지가 화면 안과 밖에서 살아있어야 성공적인 작품이 된다고 본다. 화목하고 행복했던 '보이스' 시즌4는 그런 면에서 정말 성공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신용휘 감독님과 새로운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송승헌 배우(데릭 조 형사)가 중심을 잡아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즌4의 차별화를 위해서 새로 들어온 데릭 조 형사의 캐릭터가 기존의 남자 주인공들과 결이 달라야하는 것이 가장 우선 사항 중 하나였다. 과거 무진혁, 도강우 형사가 아픔을 지닌 거친 남성미를 강조했다면 데릭 조 형사는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 출신, 갱전담팀 팀장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춘 외유내강형 형사로 설정했고 처음 구상할 때부터 외모와 성격이 송승헌 배우와 아주 유사해서 송승헌 배우가 흔쾌히 출연해 준다고 할 때 진심으로 기뻤다. 사실 데릭 조 캐릭터는 무진혁이나 도강우 캐릭터에 비해 정적이고 내면으로 삭이는 설정들이 많았는데 대본 한 줄, 한 줄 날카롭게 분석하며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집요하게 고민해 대본 이상의 데릭 조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해줬다.
또한 월드스타답지 않은 소탈함과 배려심, 유머감각도 뛰어나서 '보이스' 시즌4의 모든 제작진 하나하나를 챙기는 정말 큰 형님 같은 배우였다. (주변에서 왜 송승헌 배우를 칭찬하고 좋아하는지 너무나도 실감한 시즌이었다) 또한 데릭 조를 통해 시즌 4에서 궁극적으로 그리고자 한 것은 과거의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극복해 나가려는 인간의 선한 의지다. 자신의 상처에 갇혀 살인마가 되어버린 동방민과는 달리 학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캐릭터로 점차 잔혹해져가는 범죄 상황 속에서 '선한 영향력'이 화면 너머로 느껴지길 바랐는데 송승헌 배우가 바로 그런 데릭 조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해줬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반 이전 주인공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분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는 시즌제 드라마 모든 제작진들의 고충이다) 힘든 티 내지 않고 오히려 작가와 감독에게 기운을 북돋아주면서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그려준 데릭 조 형사의 연기는 14부 동방민과의 대결씬과 위험에 처한 권주를 걱정해 다시금 돌아온 데릭 조 형사의 마지막 대사 "골든타임팀 응답하라"에서 완성됐으며 결국엔 일희일비하지 않고 큰 그림을 볼 줄 알며 정의와 화합을 추구하는 송승헌 배우의 성숙한 연기가 확실하게 통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촬영 초반에 송승헌 배우에게 데릭의 입양된 아픔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될까싶어 벨기에로 입양된 분의 에세이를 선물했는데 캐릭터 구축에 도움이 됐다며 작가에게 도리어 힘을 북돋아주기도 했다.
한우주는 90년대생 4차원 사이버 요원으로 설정한 뒤 배우를 찾고 있을 때 강승윤 배우가 선뜻 하겠다고 해줘 무척 기뻤다. 아이돌이자 싱어송라이터에 연기까지 뛰어난 강승윤 배우라면 한우주에 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 '보이스' 지난 시즌을 정주행하는 열정까지 보여줬는데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하는 모습마저 90년대생 한우주 그 자체였다. 범인 검거 과정에서 적재적소에 단서들을 제공하는 역할로 대사에 전문용어가 많아 어려웠을 텐데 재미 포인트를 살려가며 연기해줘서 참으로 고마웠다. 또한 현장에서의 분위기메이커로서 지친 현장 스태프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단 이야기 또한 들었다. 실제로 봤을 땐 스펙트럼이 다양해 스릴러 등 다른 센 장르나 역할도 소화 가능할 것 같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였다. 연기뿐 아니라 최고의 가창력으로 'Your voice'란 OST 역시 참여해준 (일당백) 강승윤 배우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가 입장에서 강권주 역에 대한 애착이 대단할 것 같다. 강권주는 시즌1~4까지 모두 등장하면서 성장한 면모를 보인 만큼, 배우 이하나도 그러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떠한가.
▶ 이하나 배우는 참 맑고 따스하다. 보이스 프로파일러로서 갖춰야 할 모든 성향을 담고 있기에 이하나 배우가 없었다면 아마 '보이스'도 없었을 것이다. 시즌4 내내 초강력 사건을 수사하고 센터 내에서 상대 배우 없이 지령을 내리고 감정적으로 위로하는 어려운 연기를 정말로 완벽하게 소화할 뿐 아니라 현장 스태프들을 잘 챙기는 배우이기도 하다. '보이스' 대본을 마치 자신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대본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데 작가로서 고맙고 프라이드를 느낀다. 특히 이번 시즌은 다중인격의 한 인격인 악역까지 연기해야 해서 초반에 심적으로 부담이 많았을 것으로 안다. 무려 3시즌 내내 정의로운 경찰을 해온 주인공에게 잔혹한 빌런 역을 맡길 땐 걱정이 됐다. 그러나 우리 이하나 배우라면 주인공의 선함을 훼손하지 않고 완벽히 다른 인물을 만들어 낼 거란 믿음이 들었다.
마침내 실제 영상을 보았을 땐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소화해 나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런 이하나 배우의 빌런 연기를 '다크권주'라고 부르며 반겼던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보고 역시 사람들 보는 눈은 비슷하구나 감탄했다. 선역과 악역을 동시에 연기하면서 분명 큰 고충이 있었을 텐데 내색 하나 없이 꿋꿋하게 '보이스'를 이끌어간 이하나 배우에 대해 참으로 고맙고 대단하다고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 자리를 빌려 강력한 범죄현장 드라마를 몇 년간 흔들림 없이 연기해 온 이하나 배우를 비롯한 우리 '보이스' 배우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시즌4에서 다음 시즌을 예고한 것 같다. 시즌5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사실 시즌2-3처럼 시즌4-5도 큰 틀은 함께 기획했기에 시즌4의 엔딩은 강권주라는 인물에 대한 서사가 시작될 것임을 암시하고 시즌5에 어떤 이야기가 벌어질 것인지 여러 복선을 깔아두는 의도로 작업한 게 맞다. 사실 시즌5가 '보이스'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 강권주 청력의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이자 시즌1-5까지 이어지는 세계관의 마무리지 않을까 싶다. 시즌5의 기본 골격이 될 F아동요양병원, 가드니스 리, 파브르랩, 방제수의 재등장과 관련된 스토리는 사실 어느 정도 구상돼있다. 하지만, 작가조차 새 시즌의 일정은 전혀 알 수 없다. 배우들의 스케줄이나 제작여건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 혼자 절대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고 만약 시즌5 제작이 확정된다면 이후 세부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시즌1에 이어 2-3까지 남자 주인공들의 대서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 '보이스'의 동력 중 하나다. 이제 처음으로 강권주 센터장이 센터를 떠난다. 마지막으로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준 방제수 역의 권율 배우는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방 촬영을 마치고 달려와 폭염 속에서 흰 정장을 입고 새벽까지 촬영에 임해줬다. 권율 배우의 프로페셔널함과 변함없는 '보이스'에 대한 애정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보이스'는 항상 악역의 캐릭터성도 주목받았다. 이번엔 5인격 연쇄살인마를 보였는데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그려내려고 했는가.
▶ 다중인격이라 불리는 해리성정체감장애는 대부분 어린 시절 심각한 학대와 폭력에 노출돼 발병한다. 즉 가족범죄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질환이기에 서커스맨의 탄생배경으로 설정했다. 사실 시즌3가 끝나고 가족범죄(가족 간 폭력, 아동학대 등)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도 쉬쉬하는 범죄라 작가로서 꼭 써야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마침내 많은 시행착오 끝에 5개 인격의 다중인격 범죄자를 만들었고 소낭촌이란 사이비 대안가족공동체에 벌어진 잔혹한 범죄를 보여주기 위해 범죄에 희생된 여러 인격이란 설정을 넣었다. 예를 들어 동방민의 인격들인 마스터, 센터장, 서커스맨, 착한 동방민, 소년 동방민은 아동학대를 당한 동방민 자신이거나 생전 동방민을 도우려 했던 선한 사람들이살인마 인격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가족 범죄의 폐쇄성과 우리 사회의 무관심 때문에 누군가를 구조할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우리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음을, 아동학대를 막는 방법은 주변의 관심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담은 설정이었다. (그러나 너무 어려웠던 것은 아닌지 싶다.) 그리고 시즌4 후반부에 드러난 동방헌엽에 대한 동방민의 복수심과 분노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는 없지만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결국은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폭력의 악순환을 상징하고자 했다.
-악역 이규형의 연기는 어땠나.
▶ 동방민 캐릭터는 대한민국 드라마에 거의 나온 적이 없는 다중인격 캐릭터였다. 연기가 쉽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어떤 배우와 함께할지 고민이 많았었는데 감독님께서 방송과 영화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등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쳐준 이규형 배우를 캐스팅 했고 이규형 배우도 흔쾌히 역할을 맡았단 말에 정말 기쁘셨다. 사실 다중인격 빌런을 집필하고 구현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작가로서 우려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대본에 대한 (디테일하고) 진지한 고민들을 명확하게 던지는 모습을 통해 이규형 배우라면 (대본 이상의) 최고의 연기를 펼칠 거란 확신이 들었고 각 인격별 전사와 작가의 의도를 전할 수 있는 시간 역시 갖게 되어 참 좋았다.
특히 인격들 간의 표정이나 목소리 등 디테일이 아주 중요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완벽히 준비했을 뿐 아니라 여성으로 변장 가능한 느낌을 주도록 체중을 10kg가까이 감량하고 소품, 걸음걸이까지 세심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연극, 뮤지컬 무대에서 내공을 쌓고 1인 다역으로도 호평을 받은 이규형 배우는 이번 '보이스' 시즌4에서 각 인격들을 흡수한 듯 순식간에 다른 얼굴로 변하는 천재형 배우의 진가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 같다. (빌런에게 너무 집중되는 느낌이 들까봐 걱정되기까지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실 이규형 배우가 마지막 13-14부를 앞두고 손목 골절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압박붕대를 한 채 송승헌 배우와 함께 투혼으로 마지막 대결씬을 성공적으로 완성시켜줘 참으로 고마웠다. 사석에서는 골타팀과 유쾌하게 어울리는 이규형 배우에게 진심으로 고맙단 말을 하고 싶다.
-이번 시즌에서 대본을 가장 잘 표현해낸 배우를 꼽아준다면.
▶ 배우분들 모두 대체 불가한 분들이고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한 분만 꼽기는 어려울 듯하다. (웃음) 이 모든 배우분들이 대본 이상의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셔서 '보이스' 시즌4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나 장면이 있는가.
▶ 모든 회차가 소중하지만 가장 공들인 회차는 강권주와 데릭 조에 의해 동방민이 체포되는 14회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시즌4의 중요한 마무리였던 만큼 여러 번 수정한 시퀀스였는데 폭염 속 봄옷(가죽자켓 등)을 입은 주연 배우분들과 동방민의 인격을 연기한 배우분들까지 대기해가면서 제작진 모두가 고군분투한 끝에 완성도 있게 마무리 돼 무척 다행이었다. 또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저승개가 사는 길'과 '유채꽃 밭 그 사나이'다. '저승개가 사는 길'은 숲 속에 사는 동물망상증 남자와 들개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보니 스토리 짜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이동식 화장실까지 동원하는 등 현장에서 엄청 고생했단 얘기도 감독님을 통해 전해 들었다) '유채꽃 밭 그 사나이'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 에피소드로 알고 있지만 부자지간으로 등장한 전무송 배우님과 조재룡 배우의 완벽한 연기에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또한 '보이스' 시즌4 안에서 거듭 언급한 대사가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란 말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모두 여유가 없는 상황이지만 이럴수록 가족과 이웃, 주변을 돌아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단 마음에 거듭 쓰게 됐다.
-국내에선 시즌제 드라마가 거의 없는데 '보이스'는 시즌4까지 길게 이어오고 있다. 시즌제 드라마를 오랫동안 해오니 어떠한지, 앞으로 '보이스' 외에도 다른 시리즈 물에 도전할 생각은 있는지 궁금하다.
▶ '보이스'라는 드라마가 시즌4까지 이어져 온 것은 당연히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 배경엔 강권주라는 주인공과 데릭 조 형사, 빌런인 동방민 외 많은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 해줬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시즌제 드라마일수록 에피소드가 아주 중요한데 에피소드 배우들의 열연 역시 지금의 '보이스'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시즌제의 첫 번째 매력은 한 세계관 속에 여러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강권주라는 인물이 새 파트너 형사를 만나 공조하는 스토리, 개별 에피소드를 해결하는 과정 또 각 시즌마다 빌런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는 세계관과 주제의식 등..
두 번째로 드라마가 낡지 않고 항상 새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이스'처럼 현실 범죄를 추적하는 드라마는 시즌마다 '오늘의 범죄를 해결한다' 라는 주제를 살리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7년여에 걸친 캐릭터들의 성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하나 배우의 센터장 연기와 빌런 연기, 각 시즌마다 달라지는 남자주인공 파트너와의 케미, 손은서 배우의 지령팀장과 출동팀 형사로서의 다른 연기, 백성현 배우의 시즌1과 시즌4의 변화된 캐릭터 연기처럼 다른 드라마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성장을 통해 시청자분들께서 더욱 깊은 애정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고정 팬층이 형성돼있단 점은 지난 시즌이 존재함으로써 배우 간의 비교나 진행에 대한 불만, 완성도에 대한 더 엄격한 잣대 등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또 사건 패턴을 잘 알고 있는 시청자가 많아 시청자들의 예측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웃음) 시청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지속되는 한 '보이스'의 시즌은 오래 이어질 거라 확신하지만 다음 시즌 혹은 마무리에 대한 확답은 어렵다. 강권주의 서사라거나, 파브르랩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구상돼있지만 향후 시즌이 확정되어야 드릴 수 있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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