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인'이란 말이 너무 좋은 말이면서도 무섭기도 해요. 떡상도 하고, 떡락도 하지 않나요. 좋은 '와인'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오래 고아도 고아도 빛이 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룹 2PM 멤버이자 배우 이준호(31)에게 2021년은 뭘 해도 되는 해였다. 상반기엔 그가 군 복무 중에 2PM '우리집'이 역주행했고, 전역 후 9월엔 2PM '해야 해' 신곡으로 가수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연말엔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연출 정지인, 극본 정해리, 이하 '옷소매')으로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잭팟이 터졌다. 그러나 이준호는 '준호 코인'이란 수식어에 안주하지 않고 그룹 2PM 데뷔부터 14년간 늘 그래왔듯, 흔들림 없는 노력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모습이 정조 이산과 닮아 있었다.
'옷소매'는 왕세손 이산(이준호 분)과 궁녀 성덕임(이세영 분)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강미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17회 마지막회가 시청률 17.4%(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순간 최고 19.4%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0.5%을 기록한 '내 뒤에 테리우스' 이후 3년여 만의 MBC 두 자릿수 시청률 드라마다.
이준호는 극중 정조 이산 역을 맡았다. 이산은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영조의 손자로 비애를 겪으면서, 자신을 위로해주는 덕임(의빈 성씨)과 애틋한 사랑을 보여줬다.
-군백기 이후 첫 작품으로 '옷소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21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 이세영과 베스트커플상 수상으로 2관왕을 거머쥐었다.
▶군백기가 끝난 후에 찾아뵙게 됐는데 2PM 활동부터 '옷소매'까지 아주 즐겁게 한 해 마무리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랑 주셔서 행복하다. 최우수상 연기상 수상을 해서 너무 감사하다. '김과장' 때가 떠오른다고 말씀드렸는데, 행복하게 연말을 마무리하고 싶었고 행복하게 커플상도 받아서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간접 체험했다. 즐거운 연말이었다.
-전역 후 복귀작이라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내가 군복무를 하던 도중에 활동이 고팠던 것도 사실이다. 가수, 배우로서 컴백을 너무 기다렸다. 부담감보다는 빨리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 제대 전부터 많은 작품들을 보내주셨다. 많은 사랑을 주셔서 대본을 보다가 '옷소매'를 하게 됐는데 앉은 자리에서 대본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또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정조 이산이란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좋은 부담감은 있었다. 내가 이 캐릭터를 잘 해본다면 재미있는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하며 접근했고 마냥 기뻤다. 내 연기가 처음엔 솔직히 마음에 계속 안 들었다. 제대 후 연기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보이면서 고민하면서 모니터만 했다. 새벽에 들어가서도 다시 보면서 작품에 몰입했다. 정조로서 완벽하게 그 인물이 되자고 생각했다.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은 조선의 왕을 내 스타일로 잘 보여주고 싶었다.
-정조의 일대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보여주려고 했는가.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것이다 보니 최대한 담백하고 싶었다. 성격적인 묘사에 있어선 사실적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조 이산의 성격과 '옷소매' 원작의 묘사에서도 다른 부분이 있겠다. 인물에 대해 하나하나씩 파고들어 갈수록 희열이 있었다. 나이, 시간의 흐름은 본능에 맡겼다. 세손, 왕에 따라 그에 맞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나이에 따라 이산의 억양, 눈빛, 걸음걸이, 어깨 등에 차이를 주려고 했다. 오히려 노년 때는 온 몸에 힘을 빼고 연기해서 편했다.
-정조 연기를 위해 참고한 다른 작품이 있었는지.
▶이번엔 내가 참고할 수 있는 작품을 도무지 못 찾겠더라. 유튜브, 책 같은 걸 보려 했는데 영조, 사도세자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산이 교육을 받았는지를 봤다. 그래서 이산이 정치를 빨리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숨만 쉬고 있어도 살얼음판 같았던 세손의 시절부터 이 사람은 과연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았을까 생각했다.
-정조와 이준호의 닮은 점이 있다면?
▶대본을 읽을 때 매번 달랐다. 대본 리딩을 할 때, 촬영장 가기 전 혼자 연습할 때 또 달랐고 촬영장에서도 달라졌다. 온전히 그 인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그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다. 정조의 올곧은 자세부터 1차원적으로 주는 왕세손의 무게감을 잡으려 했다.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왕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으려 했고 말투, 행동에서 강단 있으면서 여유있게, 다채롭게 생각했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에는 몸에 힘을 주느라 담이 걸려있더라. 정자세로 앉아있는 것도 고관절이 아팠다. 외모적으로는 예민함을 주기 위해 2021년 1년 내내 식단을 했다. 아쉬운 건 드라마 현장에서 배우분들과 식사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조는 애민정신이 있으면서 궁에 있는 사람에게 엄격했고 잘 챙기기도 했다고 들었다. 나와 비슷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나 역시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스스로 엄격하다. 계속 채찍질을 하는 것, 냉정한 부분, 그러나 팬에게 잘 하는 부분(웃음)이 닮았다.
-엔딩에선 정조가 죽은 덕임을 꿈에서 만나는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마지막 대본을 봤을 때는 눈물이 좀 나더라. 슬펐다. 덕임이가 나의 옷소매를 잡을 때, 별당에서 재회했을 때의 부분이 사무치게 남아있다. 그 장면을 보고 나는 대본을 더 못 봤다. 이걸 여는 순간 자꾸 눈물이 났다. (이)세영 씨도, 감독님도 '(슬퍼서) 대본 못 보겠다'라고 얘기하더라.
-연기를 하면서, 모니터링을 하면서 가장 설렜던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연기적으로 설렌 장면은 이산과 덕임이 문을 사이에 두고 얘기하는 장면과 계례식을 하는 장면이었다. 감정이 격앙되는 건 지문에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몰입하다 보니 감정이 폭발했고 나도 놀랐던 신이다. 로맨스적으로는 산이 서책을 하고서 덕임에게 '네가 나에게 휘둘렸느냐. 내가 너에게 휘둘렸느냐'라고 말하는 신이었다.
-드라마로는 첫 사극 도전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첫 사극이었다. 영화로는 '협녀, 칼의 기억'에서 율, '기방도령'에서 기생 아들로 연기했다. 다른 어려움은 없었고 내가 더위에 약한데 옷을 두껍게 입고 있어야 했다. 로열 애티튜드란 무게감이 나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연기하기 어렵다기보단 몸이 편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왕들이 종기로 고생했다는 걸 보고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한여름에 더운 조명 안에서 옷을 껴입고 있다 보니 대사를 까먹을 때도 있었다.
-'옷소매' 화제신으로 이준호가 복근을 드러낸 목욕탕 욕조 신을 빼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아쉽다. 몸 만드는 사람은 더 욕심을 내게 된다. 나도 그랬다. 역할에 맞는 적절한 체형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팬 여러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마음에 든다. 체중 조절은 아직도 계속 하고 있다.
-'배우 이준호'와 '2PM 준호' 두 모습의 활동 비중은 어떻게 두려고 하나.
▶자연스럽게 활동할 것 같다. 그룹 활동이나 배우 활동이나 내가 할 수 있는 대로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타이밍이 좋을 때 양쪽을 번갈아가며 활동하겠다. 비슷하게 비중을 두고 활동하겠다.
-이준호에게 2021년은 '준호 코인'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뭘 해도 잘 풀린 해였던 것 같다. 상반기엔 군 복무 중임에도 2PM '우리집'이 역주행했고, 전역 후 9월엔 2PM 가수 활동도 성공적으로 했고, 연말엔 '옷소매'로 배우로서의 커리어도 잘 쌓았다. 지난해는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참 감사하게도 2020년에 나는 군 복무를 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신기했다. '우리집' 준호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기뻤고 그 사랑을 양분 삼아서 2PM '해야 해' 활동도 잘 하고 '옷소매'도 잘 마칠 수 있었다. 믿기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 이제야 내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는데 '열심히 해왔구나' 싶었다. '코인'이란 말을 해주셨는데 너무 좋은 말이면서도 무섭기도 하다. 떡상도 하고, 떡락도 하지 않냐. 좋은 와인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오래 고아도 고아도 빛이 나는 사람이 되겠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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