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에서 투수가 한 경기에서 7실점을 기록했다면 대개 '패전의 원흉'으로 지목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비록 7점을 내주며 난타를 당했음에도 벤치와 현지 언론, 그리고 팬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은 투수가 있다. 주인공은 과거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좌완 투수 찰리 반즈(31)다.
LA 다저스는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 새크라멘토의 서터 헬스 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애슬레틱스와의 원정 경기서 1-7로 완패했다. 경기 결과만 보면 무기력한 패배였지만, 다저스에는 패배 속에서도 빛난 '값진 수확'이 있었다. 급조된 불펜 데이 상황에서 2번째 투수로 등판한 반즈의 눈물겨운 7이닝 '희생 투구' 덕분이었다.
이날 다저스는 경기 전반을 사실상 버리는 '불펜 투수 아끼기' 전략으로 나섰다. 사실상 오프너로 다선 잭 드라이어가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낸 뒤 2회부터 트리플A에서 긴급 콜업된 반즈가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반즈는 오클랜드 타선에 홈런을 포함해 7실점을 헌납하며 마운드 위에서 혹독하게 두들겨 맞았다.
보통의 경기였다면 벌써 강판당했어야 할 상황. 하지만 다저스 벤치는 반즈를 내리지 않았고, 반즈 역시 묵묵히 마운드를 지켰다. 반즈는 2회부터 8회 경기 끝날 때까지 무려 7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2시간 21분 만에 경기를 초고속으로 끝마쳤다. 다저스 현지 언론들은 반즈에게 "서비스에 감사한다"며 찬사를 보낸 이유는 명확하다. 살인적인 일정을 앞둔 다저스의 '불펜'을 완벽하게 구해냈기 때문이다.
현재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서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격차를 12.5경기 차로 벌리며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에 지구 우승을 가시권에 둘 만큼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전 불펜 투수들의 체력 안배다.
다저스는 곧바로 '지구 라이벌'이자 지구 우승을 위해 반드시 잡아내야 하는 샌디에이고와의 운명의 4연전을 앞두고 있다. 반즈가 홀로 7이닝을 지워준 덕분에, 다저스는 단 한 명의 필승조도 소모하지 않은 채 '완벽하게 충전된 불펜 자원'과 함께 샌디에이고전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반즈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7.50으로 치솟았지만, 팀을 위해 온몸을 바친 셈이다.
팀을 위해 임무를 완수한 반즈는 경기 직후 곧바로 마이너리그로 강등되며 쿨한 작별을 고했다. 그의 빈자리에는 우완 투수 폴 저베이스가 콜업될 예정이다. 비록 기록지에는 '7이닝 7실점 패전 투수'로 남았지만, 다저스가 가장 가려운 곳을 완벽하게 긁어준 반즈의 헌신은 현지 팬들에게 '가장 고마웠던 패전 투구'로 기억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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