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걸춘향' '신입사원' 이어 '사랑한다 웬수야'까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사랑이야기에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고전적 무협 액션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무협영화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채 검을 휘두르거나 한복을 입은 채 사극 연기를 펼치는 주인공들의 언밸런스한 모습이 드라마 초반 방영되며 '티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5일 첫방송된 SBS 새 금요드라마 '사랑한다 웬수야'(극본 김정건·연출 성준기)에는 잘나가는 도도한 부인 해강(하희라 분)과 주눅든 남편 종세(김영호 분)의 신경전을 그리기 위해 첫회 첫 장면을 무협 액션으로 시작했다.
잘나가는 부인을 둔 덕에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남편 종세의 심리를 표현하는 이 꿈 속 장면에서 종세는 '너같은 놈은 키우지 않겠다'는 해강으로부터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주인공 하희라와 김영호는 긴 옷자락을 휘날리며 와이어 액션까지 소화, 드라마의 독특한 시작을 알렸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 수목극 '신입사원'(극본 이선미 김기호·연출 한희)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입사원'은 당시 4회에서 주인공 에릭과 한가인, 오지호가 칼을 들고 결투를 벌이는 장면을 삽입했다.
명문정파 출신의 봉삼(오지호 분)과 사파출신 강호(에릭 분)의 결투에 난데없이 등장한 미옥(한가인 분)이 강호를 도와 봉삼을 쓰러뜨린다는 설정. 엘리트 사원 봉삼과 대책없는 백수 강호와의 관계를 빗댄 이 장면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고전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변용, 큰 인기를 모은 KBS '쾌걸춘향'(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전기상)에는 매회 현대와 조선시대를 넘나드는 기발한 장면들이 등장했다. 특히 첫회 첫장면에서는 변학도(엄태웅 분)의 수청을 거절하다 위기에 빠진 춘향(한채영)을 구하기 위해 암행어사 몽룡(재희 분)이 출동하지만 춘향이 이미 변학도 일행을 벌주고 있었다는 예상치 못한 전개로 드라마의 독특한 성격을 표현했다.
현대극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이같은 고전 무협액션은 극 초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십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같은 방법을 쓰는 드라마 대부분이 코미디가 강조된 경쾌한 작품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 다소 어색한 설정이나 액션연기도 코믹 드라마나 주인공의 꿈 속이라는 설정 덕에 오히려 장점이 되기 때문이다.
무협액션 혹은 고전액션 '티저'로 시청자들의 눈길 끌기에 성공한 '신입사원'과 '쾌걸춘향'은 모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가운데 '사랑한다 웬수야'도 높은 인기로 '무협 티저'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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