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전국민의 한바탕 축제를 경험한 기업들은 이번 2006 독일 월드컵이 국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불을 지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번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 위해 쏟아 부은 마케팅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여느 때 같으면 대회 개최가 임박해서 달아오르기 시작할 '열기'를 이미 TV와 신문지상을 도배한 '월드컵 광고'가 조금은 이른 열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월드컵 분위기' TV가 띄운다.. 지상파 3사 경쟁속 기업들 '광고전' 가세
'월드컵 띄우기'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12월 조 추첨식에 이어 지난 3월 'D-100' 행사들이 열리던 시점부터다. 지상파 방송 3사는 'D-60', 'D-30' 등 각종 행사를 준비하는 한편,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 현지에 뉴스와 교양, 예능 프로그램팀을 파견하는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WBC는 '월드컵 전초전'의 양상을 띠었다. 구대성 박찬호 이승엽 이종범 등 이른바 'WBC 스타'들의 활약으로 일본과 미국을 연이어 대파한 한국팀의 선전에 국민들이 열광하자, MBC는 발 빠르게 응원쇼와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해 '장사'를 잘했다.
이를 '월드컵 전초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MBC는 고무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갈 계획이고 반면 KBS, SBS는 본 게임에서 총력을 다해 만회하려는 중이다. 방송사들의 이 같은 경쟁으로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면 기업체들은 CF를 통해 편승하려고 한다.
한국광고공사는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시즌에 1377억원이라는 획기적인 광고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사전 광고전이 치열한 올해는 이 수치를 넘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2002년 당시 최고 광고주였던 삼성전자(68억6100만원), 2위 SK텔레콤(66억8000만원), 3위 KT프리텔(66억3400만원) 등이 올해도 활발한 '월드컵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대기업 '물량공세'
월드컵 광고전의 가장 치열한 분야는 역시 '모델 캐스팅'이다. 월드컵 마케팅에 있어서 최고 블루칩 모델로 꼽히는 사람은 역시 히딩크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과 아드보카트 현 감독이다. 이들은 현재 삼성전자 '파브'의 모델로 활동중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광고 모델 개런티 최고액 기록은 히딩크 감독이 갖고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최고액을 고려할 때 20억 수준이 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 다음은 박지성 이영표 등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된 주전선수와 2002년 대표팀 멤버로 활약했던 안정환 차두리 등 해외파 선수들, 박주영 김남일 등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축구 스타들이다. 또한 차범근과 차두리 부자는 시너지 효과가 큰 만큼 선호도가 더 높다.
이들중 '최대어'로 꼽히는 두 사람 박지성과 이영표 역시 대기업들이 선점했다. 박지성을 잡은 것은 LG전자 엑스캔버스, 우리은행, 나이키 등이며 이영표는 서울우유, 외환은행 CF에 출연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은 박지성 이영표 두 사람을 동시에 모델로 기용하는 한편, 차범근 감독까지 코믹 CF에 출연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대기업들의 월드컵 광고 물량전은 모델 선정이 그 시작일 뿐이다. SK텔레콤은 박지성 이영표를 내세운 '붉은리본 응원' 캠페인과 '현대생활백서' 시리즈에 차범근 감독을 기용해 기존 광고에 대한 선호도와 시너지를 노렸다.
KTF는 붉은악마 공식 후원사라는 이점을 업고 '꼭짓점 댄스 응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국민'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도록 '국민배우' 안성기에 이어 '국민 여동생' 문근영을 모델로 기용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박항서 감독을 새롭게 모델로 발굴했다.
안성기 문근영을 필두로 시작된 광고 캠페인은 톱스타에서 군인, 장애인 등 점차 대상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그 절정은 월드컵 기간 중 광장에 가득 모인 사람들이 꼭짓점 댄스를 추는 것으로 장식될 전망이다.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마이너의 '틈새 전략' 돋보여
모델료가 10억대를 웃도는 '월드컵 톱스타'들을 기용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지 않더라도 '월드컵 마케팅'에는 지장이 없다. 대기업들의 물량공세 속에 색다른 아이디어로 '실속형' 월드컵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과 광고들이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은 '꼭짓점 댄스'의 전파자인 김수로를 모델로 기용해 '온 국민이 꼭짓점 응원을 펼치자'는 메시지를 광고에 활용했다. 장소를 바꿔 가며 붉은색 응원복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만 담아도 월드컵 마케팅 효과는 충분하다.
다국적기업인 코카콜라는 1류 모델을 쓰지 않았지만 '독일행 티켓'을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를 광고로 알리고 있으며, 국내외 브랜드 다수가 '독도이슈'와 마찬가지로 '애국형' 광고로 월드컵 마케팅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자사의 전속모델인 '한류스타' 배용준이 공식 응원복을 입은 사진으로 덤으로 '월드컵 마케팅'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롯데삼강 돼지바는 2002년 한국 대 이탈리아 월드컵 경기를 패러디한 CF 한 편으로 월드컵 효과는 물론, 임채무의 '코믹 변신'이 화제가 돼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런 와중에 '월드컵 마케팅'의 변방을 차지하려는 틈새 전략 또한 눈에 띈다. '월드컵 응원'을 소재로 한 광고들이 범람하는 와중에 KB국민은행은 KTF의 월드컵 마케팅 광고 캠페인 모델인 문근영을 모델로 기용, '응원 준비용 체조'를 전파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각 응원 스타일에 맞는 준비운동 8동작을 'KB국민체조'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문근영이 국민은행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시범을 보이는 내용의 이 광고는 일종의 틈새 광고인 셈이다.
'월드컵 응원'이 붐을 이루자 떠오르자 '준비운동'에 이어 '패션 제안'까지 광고전의 테마로 떠올랐다. 광동제약 비타500은 섹시 아이콘 이효리를 내세워 '응원용 패션'을 제안하는 모바일 홍보를 진행중이다.
'민소매 티셔츠의 한쪽 팔을 잘라내고 다른 쪽 팔도 반을 갈라 어깨를 드러내주며, 허리라인을 살린 후 큐빅과 주황색 아대 등으로 포인트를 주라'며 시범을 보여주는 이효리의 동영상을 무료로 배포하는가 하면, 이효리의 월드컵 응원 목소리가 담긴 통화연결음 무료제공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사 제품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친절도 베푼다.
'월드컵 광고 모델' 선정에도 틈새 전략이 통하고 있다. LG전자 엑스캔버스가 세계적인 축구계 거물인 지단을 대신해 닮은꼴 모델을 기용한 것도 좋은 예다. 또한 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도 대표팀 선수의 부인들을 모델로 기용해 각 선수들 못지않은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운재 선수의 부인 김현주씨, 최진철 선수의 부인 신정임씨, 이동국 선수의 부인 이수진씨 세 사람은 이 광고에 출연해 등심, 안심, 뒷다리살 등 '우리 돼지고기'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날렵해지고, 유연해지고, 골을 잘 넣게 해준다는 부위별로 돼지고기의 장점들을 알리는 이 광고는 월드컵 마케팅 효과와 더불어 평소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가정생활 단면이 드러난 듯해 주부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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