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 방송에서도 기획만 하다 그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연예인들을 순위매겨 늘어놓는, 일명 '차트쇼'.
그렇기에 케이블음악채널 KM '재용이의 순결한19'는 파격적 시도와 함께, 그 '뻔뻔함'에서 더욱더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연예인의 훔치고 싶은 가슴', '연예인의 수영복 자태', '연예인의 몸무게 변신', '성형의혹에 시달리는 연예인', '연예계를 맴도는 충격 루머' , '스타들의 숨겨진 데뷔전 모습' 등 숨기고 싶은 스타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녹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청담동의 Mnet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 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을 파헤쳐봤다.
녹화가 아니라 놀이매주 월요일 녹화를 뜨는 '순결한19'. 방송녹화가 아니라 놀이였다. 오후 6시께 준비에 들어가 오후 8시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오후 9시가 되도록 '슛'이 들어갈 줄을 모른다. 스태프들 모두가 분위기에 젖을 때까지 수다도 떨고, 소품들로 장난도 하고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덕분에 새벽 2,3시에 녹화가 끝나기 일쑤. 녹화장이 아니라 놀이터다.
80~84년생들의 '톡톡튀는 젊은 피'연출1명, 조연출1명, FD2명, 작가1명, 서브작가1명, 카메라팀2명, 분장1명 등 9명으로 이루어진 제작진은 모두 1980~84년 사이에 태어났다. 연출자인 김태은 PD가 만 26살이고 모두 그보다 어린 나이들이다. 또래 젊은이들이 모여 상하관계가 아닌, 친구처럼 떠들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간다. 김 PD는 "스태프 모집할 때도 또라이들만 원서를 내라고 했다"고 귀띔.
현장감있는 쪽대본의 묘미놀랍게도 현장 한귀퉁이에서 김종민 작가 혼자 당일 '쪽대본'을 만들고 있다. 대본은 일필휘지. 그러나 그 스피드 속에 놀라만큼 엉뚱하고 기발하게 조합된 단어들이 난무한다. MC 정재용에게는 미리 대본을 보여주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녹화시 정재용 앞쪽에 컴퓨터를 가져다 놓고 모니터 화면에 글자를 확대해 보여준다. "대본을 미리 외울 '브레인'이 안된다는 것"이 이재용의 변이지만, 책읽듯 어눌하게 대본을 읽어내려가는 것이 매력이다.

NG와 애드리브도 녹화의 일부분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의 또 하나는 '컷' 사인이 없다는 것. 시작도 끝 없고, NG도 그냥 내보낸다. 정재용의 어색한 연기와 황당한 표정, 화면안으로 뛰어든 스태프도 그대로 방송된다.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웃음들과, 정재용이 대본을 보고 어이없어하며 품평하는 말들이나 애드리브들도 날것으로 내보낸다. 오히려 이러한 즉흥성과 현장감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정재용은 소품으로 나온 쌀막걸리를 단숨에 마셔버린 채 '음주방송'도 감행했다.
'전략적 싸구려' 지향하는 세트이 세트의 배경은 통조림통 재료와 같은 싸구려 양철판 하나 뿐이다. (이 양철판이 자꾸 쓰러져 정재용과 제작진이 깔리기 일쑤고, 이러한 장면이 그대로 방송되기도 했다. 결국 안전을 위해 지금은 양철 색깔의 번쩍이는 천을 나무 틀에 고정시켜 양철판 느낌을 낸다.) "배경이 단순해야 등장인물이 튈 것 같아 일부러 설정했다"는 것이 김 PD의 말. 키취적 요소로 범벅된 세트와 소품으로 '싼티'가 줄줄 흐르는 것이 오히려 볼거리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제작비가 많이 든다고 한다.
정재용, 시키면 다한다정재용의 이날 분장은 '거지'. 오는 30일 케이블음악채널 KM과 Mnet을 방송예정인 28회의 주제인 '스타들의 럭셔리 라이프'를 위해 선택한 분장이다. 웬만한 연예인이라면 마다하겠지만, 콧물과 버짐 분장까지 한 한없이 망가진 걸인부터 영구, 빈라덴, 스파이더맨, '슈렉'의 피오나 공주까지 모든 분장을 군소리없이 감수한다. 게다가 PD가 누우라면 눕고, 구르라면 구르는 등 온갖 퍼포먼스를 요구대로 실행한다. 몸을 사리지 않는 정재용의 다양한 연기력이 인기 비결의 하나.

즉석 아이디어도 즉각 채택즉석에서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녹화를 중단하고 바로 소품을 구하러 뛰어나간다. 이날도 거지 분장에 누렇게 튀어나온 모형이빨을 끼겠다는 정재용의 제안에, 매니저가 인근 파티용품점으로 모형이빨를 구하러 나섰다. 그가 돌아올 때까지 녹화는 또 지연. 녹화 틈틈히 어떻게 더 지저분하고 보일까 궁리하느라, 분장사는 구멍난 양말을 신은 정재용의 발가락에 검은 아이쉐도우를 열심히 칠하고 그 사이에 빵조각까지 끼워넣는다.
정재용의 푸근하고 애교있는 말솜씨어찌보면 연예인들의 약점을 들추는 프로그램이지만 정재용의 푸근하면서도 느릿느릿한 말솜씨가 이 프로그램을 전혀 '공격적'이지 않게 만든다. 귀여운 외모도 이 같은 분위기에 한몫한다. '찐빵맨' 처럼 오통통하게 살이 오른 외모와 어눌한 말투, 기본적으로 악의가 없는데다가 연예인의 약점을 이야기하면서도 은근슬쩍 애교로 얼버무리는 모습이 사랑받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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