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이 '연예인 부업' 홍보수단인가?
술집 운영과 관련해 사이버 테러까지 겪은 개그맨 겸 방송인 정준하가 결국 방송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MBC '무한도전' 등 방송을 통해 정준하가 술집 부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알려지자 유명세를 이용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범인이 여성접대부 고용에 대한 허위사실까지 퍼뜨리면서 일파만파 논란이 일어난 탓이다.
정준하 사이버 테러 사건을 계기로 연예인 부업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연예인들이 다양한 부업과 아르바이트 등에 나서며 실질적으로 '투잡족' 생활을 하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불안정한 연예계 자체다. 겉은 화려할지라도 몇몇 스타급을 제외한 상당수 연예인이 일반 회사원보다 못한 벌이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공공재인 방송 전파가 연예인들의 부업 홍보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정준하를 비롯해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닭집 사장' 박명수, 역시 치킨집을 오픈한 가수 신화 등은 공공연하게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 사실을 밝히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이는 황토 사업가로 변신한 탤런트 김영애, 속옷 사업에 나선 탁재훈 황신혜 등 외식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각종 연예정보프로그램 역시 자발적으로 연예인 부업 홍보수단 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연예인 쇼핑몰이나 연예인 외식사업에 꼭지를 할애하며 사장님이 된 연예인들의 감회나 가게 자랑, 사업 자랑을 여과없이 내보내기 일쑤다. 그 효과도 무시 못할 정도여서 방송 직후면 누구누구 쇼핑몰, 누구누구 식당 등이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상위에 오르곤 한다.
방송의 연예인 부업 홍보는 연예인의 사생활 노출이 연예오락프로그램의 한 기법처럼 자리잡으면서 봇물을 이뤘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순간 연예인들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도중에 부업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박명수. 박명수는 서민적인 닭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홍보와 이미지 메이킹의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성격과 정도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닭집 사장, 술집 사장이라는 허심탄회한 고백에서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만큼 지나친 홍보에 눈살을 찌뿌리는 시청자도 많다. 불규칙한 수입 탓에 목구멍이 포도청인 무명 연예인보다, 잘나가는 고액 출연료의 스타 연예인들의 부업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더 많이 등장하는 점도 시청자들의 반감을 부추긴다.
'모 연예인 식당' 같은 키워드 하나만 있어도 인터넷을 통해 위치며 각종 정보를 한번에 검색할 수 있는 요즈음, 연예오락프로그램에서의 연예인 부업 홍보는 댓가를 받고 제품을 노출하는 PPL보다 더 노골적이다. 방송 제작진의 주의가 더 필요한 대목이다.
연예인 스스로도 부업 홍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출이 많을 수록 홍보 효과는 높아지지만,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사고가 생긴 경우에는 대신 그만큼의 이미지 실추를 감당해야 한다. 내실을 기하는 사업만이 장기적인 성공을 바라볼 수 있다는 원칙은 연예인 부업에서도 유효하다. 유명세를 통한 홍보는 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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