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미디어 계열 연예오락채널 tvN이 오는 9일 개국 1주년을 맞는다. 케이블 채널 최초로 자체 제작 프로그램 비율을 4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야심차게 시작한 tvN의 지난 1년은 출범 12년을 맞은 국내 케이블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그 흐름을 두가지로 요약한다면 케이블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봇물과 선정성을 바탕으로 한 노이즈 마케팅의 성공이 될 것이다.
자체제작은 tvN이 개국 초기부터 내세운 기치나 다름없었다. 이는 인기 미드나 일본 드라마, 쇼 프로그램을 사들여 방송하거나 지상파 프로그램 재방송에 사활을 걸었던 기타 케이블 채널과는 차별화된 점으로 초기 tvN의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40%로 시작한 tvN의 자체제작 프로그램 비율은 현재 60%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톱스타들의 출연도 이어졌다. 덕분에 '하이에나', '막돼먹은 영애씨', '위대한 캐츠비' 등 자체제작 드라마는 물론 토크쇼나 르포 등의 기타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모았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지나친 선정성 등으로 논란이 됐던 프로그램들이 tvN은 물론 케이블 채널을 대표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으며 벌였던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이다. 지난 1년 tvN은 선정성 논란, 조작 논란에 내내 시달리시다시피 했다. 그러나 한국판 제리 스프링거쇼라는 별명과 함께 실화 논란을 불러온 '스캔들'은 시청률 3%를 돌파하며 케이블 대박 프로그램의 기준 자체를 바꿨고, '쓰리벌떡'으로 대표되는 선정적 대결 프로그램 '티비엔젤스' 역시 1% 시청률이 넘는 효자로 자리잡았다. 조작방송으로 징계까지 받은 '리얼스토리 묘' 역시 마찬가지다.
두가지 전략은 주효했다. 개국 7개월 만에 케이블 TV 순위 10위권에 진입,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밤 11시대에는 케이블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후 두 전략은 이후 각 케이블 방송사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자체제작 붐이 일었고, 방송위원회의 징계도 감수하는 노이즈 마케팅 역시 붐을 탔다. 미드 열풍의 반작용으로 지상파들의 가세로 인기 미드의 수입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은 점도 한 몫을 했다. 과연 이를 케이블 채널의 진화로 봐야 할까? 이에 대한 케이블TV 및 방송관계자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케이블 채널의 지평을 넓혔다는 데는 동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케이블채널 관계자는 "선정성, 노이즈 마케팅이 케이블의 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라는 다른 관계자 역시 "가입자수 확대나 케이블의 화제성에 있어서는 분"자체제작 프로그램은 그 전에도 있었지만 tvN 이후 봇물을 이루는 느낌이다. 케이블 채널이 지상파 프로그램 재방송 채널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깼다"고 평가했다. 많은 스타들이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게 된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요소다.
tvN 1주년에 즈음해 '자체제작 프로그램 45%' 달성을 목표로 오는 15일 개국을 앞둔 MBC에브리원 채널의 개국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MBC에브리원은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기는 하지만 재방송 채널이라는 오명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던 MBC드라마넷의 야심작이다. 정규 방송 전부터 화제에 오른 '무한걸스' 등을 통해 버라이어티 전문 채널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tvN과의 경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선정성 문제를 극복하면서도 자체 제작 프로그램으로 승부하겠다는 게 이들의 복안이다.
tvN 역시 1년을 맞아 변화를 준비중이다. 이들은 "개국 이후 끊이지 않았던 선정성 문제와 관련, 향후에는 보다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이라며 1주년을 맞은 변화를 강조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형사다', 휴먼다큐 '소풍' 등 공익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을 집중 제작키로 한 것도 이에 따른 결과다. 이같은 변화가 이미 불붙은 케이블의 선정성·노이즈 마케팅 경쟁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케이블 진화를 위한 또 하나의 발걸음이 될 지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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