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7년 한 해도 불과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다른 그 어떤 분야보다도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각종 화제와 논란을 낳았던 방송계 역시 2007년의 갈무리를 하려하고 있다.
때론 명장면으로 시청자에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했고, 때론 방송 사고로 시청자의 얼굴을 지푸리게 했던 2007년 방송계는 한 마디로 '3C'가 빛을 발한 한 해라 할 수 있다. '도전'(Challenge), '변화'(Change), '협력'(Cooperation). 2007년 방송계를 '3C'에 초점을 맞춰 되돌아봤다.

▶Challenge(도전)
올해의 '히트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바로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지식과 체력 면에서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한 여섯 남자의 이색 도전기가 돋보였던 MBC '무한도전'은 2007년 시청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예능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등 '무한도전'의 여섯 멤버는 자신들을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일본 땅에서 너무도 과감하게 '팬사인회'도 벌였고, 스스로 '강변북로가요제'를 만들어 본인끼리 만큼은 치열한 노래대결을 펼쳐 시청자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또한 최근 방송계 안팎의 큰 관심을 불러 모은 '댄스스포츠 편'을 통해서는 3달여에 걸친 맹연습 끝에 대규모 댄스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2007년의 대미를 '감동'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예능계에 '무한도전'이 있다면, SBS '쩐의 전쟁'과 MBC '태왕사신기'는 2007년을 대표하는 '도전 드라마'로 꼽을 수 있다.
박신양과 박진희의 열연이 빛났던 '쩐의 전쟁'은 국내 드라마 사상 최초로 '사채'를 소재를 삼는 것에 도전, 40%에 이르는 시청률을 보이는 등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총 43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배용준 주연은 MBC '태왕사신기'도 국내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판타지 사극'이라는 새 장르를 추구, 시청률과 인지도 면에서 성공을 이끌어 냈다.
이렇듯 2007년은 내용, 소재, 장르 면에서 끊임없는 도전을 추구했던 작품들이 큰 주목을 받았던 한 해로 평가받고 있다.

▶Change(변화)
방송계는 올 한 해 '변화'에도 남다른 정성을 기울였다.
특히 아나운서들의 '역할 다변화'는 2007년 방송계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2007년 만큼 아나운서들의 예능 프로그램 진출이 활발했던 해도 드물기 때문이다.
MBC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서현진 및 오상진 아나운서를 필두로 자사의 최현정, 손정은, 문지애 아나운서를 연이어 '지피기기' 출연시키는 등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KBS 역시 박지윤, 최송현, 이정민 아나운서 등이 올 한 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SBS 또한 '일요일이 좋다-기적의 승부사' 코너에 자사 아나운서들을 대거 투입했다.
아나운서들의 역할 변신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오락적인 측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아나운서들은 아나운서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역할의 다변화'일 뿐, 아나운서의 본질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방송계의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는, 그동안 말도 많았던 지상파 3사의 연말 가요 시상식이 완전 폐지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MBC와 KBS가 연말 가요 시상식을 없애고 축제 성향을 행사를 마련한데 이어, SBS 역시 올해 같은 입장을 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각 사가 어떤 형식으로 연말 가요 축제를 선보일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는 이미지 변화를 시도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낸 스타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 올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남장여자 고은찬 역을 소화하며 '대한민국 대표 톰보이'로 우뚝 선 윤은혜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띄었다. 가수 출신인 윤은혜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키며 인기까지 한층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다.

▶Cooperation(협력)
올 한 해 방송계의 또 다른 화두는 바로 '협력'이었다. 남과 북의 협력이 이뤄졌고,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 사이의 동반자 관계도 더욱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KBS는 북한 조선중앙TV가 제작한 북한 드라마 '사육신'을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KBS 2TV를 통해 내보냈다. '사육신'은 KBS가 기획하고 북한의 조선중앙TV에 제작을 주문해 완성한 작품이다. KBS는 방송장비 등 제작 전반에 필요한 인프라를, 북한 조선중앙TV는 극본, 작가, 출연 배우, 제작 스태프 부분 등을 각각 맡았다.
'사육신'은 방영 내내 시청률 면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치했지만 남북 최초의 교류 협력으로 완성된 드라마란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2007년은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와의 협력 체제가 더욱 확실해진 한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 방영한 14편의 드라마 중 10편을 외주제작사 작품으로 채웠던 MBC, 일일극을 제외한 미니시리즈 및 주말연속극의 90% 이상을 외주사에서 제작했던 KBS, 아침연속극을 뺀 모든 드라마가 외주사 작품이었던 SBS에서는 올 한 해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강해졌다.
드라마 뿐 아니다. MBC '황금어장',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 예능 프로그램들의 외주 제작 비율도 한층 높아졌다. 지상파 방송사의 외주 의무편성 비율이 40%인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뛰어 넘는 최근의 현상은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 사이의 협력 관계가 한층 단단해졌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분명 문제도 있다.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 사이의 수익 분배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또한 일부 외주 제작사가 제작비 충당을 위해 드라마 속에 PPL 등 간접광고를 빈번하게 싣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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