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실(40), 허수경(41), 옥소리(40) 등 최근 연예계 인사들이 중심에 선 몇가지 사례가 우리 사회가 새 모계중심사회로 가고 있다는 증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말 최진실은 전남편 야구선수 조성민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환희(7)와 딸 수민(5)의 성과 본을 자신의 성과 본으로 바꿔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했다.
지난 2004년 이혼뒤 아이들에 대한 양육권과 친권을 확보한 최진실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가족관계등록제에 따라 자녀의 성 변경을 신청했다. '호적에서 파내라'는 말이 큰 욕이 될 정도로 호주제가 중심이었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헌법이념'을 법적으로도 현실화하고 있다.
출생의 계통을 나타내는 성(姓)의 한자어 부수는 여자를 뜻하는 여(女)다. 출산능력이 곧 권력이었던 시대의 흔적이라는 설이 있는 만큼, 신 모계중심사회로의 이동을 보여주고 있는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MC 허수경은 자발적으로 '비혼모'의 길을 선택했다. 지난해 12월31일 정자기증을 통해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한 딸 은서를 출산했다. '아비없는 자식'이라는 편견에 가득찬 말이 엄연히 존재해온 사회에서 용기있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은서는 당연히 허수경의 성을 따른다.
남편과 사별 혹은 이별한 여자나 결혼하지 못한 미혼모 등이 가장이 된 모자가정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자진해 선택한 어머니 중심 가정까지 등장하며 역시 모계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난해 남편인 동료 탤런트 박철과 떠들썩한 이혼 사유 공방을 벌인 옥소리. 그녀는 '간통'이라는 박철의 혐의 주장에도 이혼 소송에서 외동딸의 양육권을 요구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아이는 아버지 가문에 속한다는 통례를 반영한 법률로 귀책사유와 상관없이 이혼하면 여자는 아이에게 대한 면접교섭권(아이를 만날 수 있는 권리) 조차 갖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다.
대개 이혼시 아내가 남편에게 재산분할신청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반대의 케이스로, 가사경제권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상도 드러냈다. 옥소리는 또 '헌법상 보장되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주장하며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냈다. 결혼이라는 계약을 깨게한 원인 제공은 인정했지만 제도에 대한 도전을 선택했다.
한편 탤런트 차인표-신애라 부부가 선택한 공개 입양 역시 남성본위 혈통중심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는 사회 흐름과 같이 한다. 신애라의 뜻을 따랐다는 두 딸의 입양은 모성애의 발휘로 나아가 가부장적 혈연의식을 깼다는 데 주목된다. 모계사회는 가문승계가 아닌 '양육'을 최소한의 단위로 기능하는 사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혈통이나 상속이 이뤄지는 친족사회인 모계사회는 원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속돼왔다고 한다. 조선초기까지도 여자 자손의 계승권도 인정됐으나 17세이 이후 성리학을 주창하는 사대부들의 명분론에 의해 가부장제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 최근까지 여성 억압하는 호주제로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절반의 실패', '혼자 눈뜨는 작품' 같은 페미니즘 계열 소설을 내온 작가 이경자씨는 중국 운남서 오지 루그호에 있는 모계사회인 모소족을 찾은 후 '이경자, 모계사회를 찾다'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모소족 사회에는 '아버지, 남편, 아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모소족이 모계사회를 이루고 산다고 해서, 남성 중심 사회의 반대적 개념으로 '여자가 권력을 잡고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에는 권위나 필요 이상의 욕심이 없다"고 묘사했다.
이들 연예인들로 인해 두드러지게 보여진 이러한 신모계사회적 현상이 우리 사회가 보다 비(非) 억압적이고 평등사회로 나아가는 징후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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