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자는 그를 바보라 하고, 혹자는 그를 눈치없는 사람이라 한다. 또 식신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정 많은 사내라 한다. 그 주인공은 정준하. MBC '무한도전'에서 식신과 어리숙한 캐릭터로 자리잡은 그는 방송중인 SBS 금요드라마 '우리집에 왜 왔니'에서는 지적장애아로 등장한다. 지난 14일 서울 청담동 카페 루에서 정준하를 만났다. 최근 시름이 하나 늘었다는 말부터 건네는 그다. 사람들이 그를 진정 바보 내지 눈치 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인다는 고민이다.
#바보와 식신 그리고 정준하
"바보 캐릭터를 버릴 순 없다. 하지만…"
MBC '노브레인 서바이벌'과 '무한도전'에서 형성된 바보캐릭터는 그를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로 만들었다. 그 역시 바보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작은 변화에도 대중의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조차 잘 아는 그다.
"바보 이미지를 실제 내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비판하는 이들을 볼 때는 너무 안타깝다. 단박에 바보캐릭터에서 빠져 나올 수는 없다. 서서히 변화할 때가 됐다."
처음부터 바보 캐릭터는 아니었다. 전작인 MBC '회전목마', SBS '천년지애'를 보면 정준하는 야비하기까지 한 악당이었다. 개그맨의 태생적 한계를 무색케하는 가능한 변화의 힘을 가진 정준하다.

'우리집에 왜 왔니'를 통한 자가발전
"'우리집에 왜 왔니'는 만족스런 작품이다. 시청자 뿐 아니라 촬영 스태프도 인정해줘 고맙다."
사실 이번 드라마 캐릭터로 인해 바보 이미지가 더 부각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그만이 지닌 능력이라 생각하고 있다.
"분명 나를 이 역할에 캐스팅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뜬금없이 '미안하다,사랑한다'에서 소지섭이 맡았던 역을 연기한다 치자. 누가 볼 것이며, 어울리지도 않는다. 내 나름대로는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변신을 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바보라고 해서 속상할 뿐이다. 이미지 변신의 필요성을 느끼는 대목이다."
매회 눈물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정준하는 성숙된 연기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정준하, 눈물 많은 뚱보
몸무게 104㎏의 푸짐한 체격이지만 정준하는 눈물이 참 많다. '최코디'로 알려진 최종훈과 MC로 활약중인 케이블 채널 m.net '원더풀데이' 촬영날에는 남몰래 눈물을 쏟아내곤 한다.
'원더풀데이'는 휴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불우 어린이를 매주 찾아가 특별한 날을 선사하는 형식.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방송에서 보이기 싫어서 애써 감추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처음 MC 제의를 받고 고민했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지만 과연 단 한번의 이벤트로 그 어린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여 아이들이 상처나 받지 않을런지, 보여주기 위한 프로로 비춰지진 않을지 본질적인 고민이 앞섰다."
한회 두회 촬영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방송이후 아이들이 내게 보내오는 희망에 찬 메시지가 나를 변화시킨다. 스스로 긍휼해진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을 곱씹게 된다."
'내가 얻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는 그다.

#선행 뒤에 흘린 정준하의 눈물 그리고 딜레마
지난해 MBC '거침이없이 하이킥'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정준하는 당시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어린이들을 위해 위문 공연을 벌이고, 6000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훈훈한 미담으로 방송가에 알려지면서 귀감을 샀다.
이에대해 칭찬과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반대로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보냈다.
"연예인들의 선행에 과대포장으로 왜곡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있는 그대로 보아달라. 투병중인 어린이와 그 가족이 나로 인해 즐거웠다는 이메일을 보내올 때 정말 눈물이 펑펑 쏟아질 정도로 감동을 느낀다. 내가 그들을 돕는 게 아니라 그들이 오히려 내 삶을 살찌게 한다. 내가 그들의 손발을 닦아주지는 못하지만 내 모습대로,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건 정말 살아 있는 자의 행복이다."
#정준하와 박명수의 '악연'
"실제로 박명수와 사이가 나쁜가요?" 정준하가 종종 듣는 질문이다.
'무한도전'에서 대립하는 두 사람을 보면 실제도 사이가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정준하와 박명수는 서로에 대한 예의가 넘쳐나는 사이다. 방송을 떠난 사석에서 존칭을 쓸 정도로 깍듯하다.
"억울하다. 보여지는 모습으로 평가받는다는 건 아쉬움이 크다. 박명수씨와는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무한도전' 멤버 모두다 소중하고 가족같다. 신혼인 박명수씨는 요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하더라. 여자친구도 없는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