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결혼했어요' 제작진은 앤디와 솔비 커플('앤솔커플')의 하차를 결정하면서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그간 이 커플이 '우결'에서 인기를 얻어왔던 만큼 시청자 게시판을 통한 항의는 만만치 않았던 것.
'우결' 시청자 게시판에는 "앤디와 솔비가 둘이 헤어져서 얼마나 슬플까요"라는 속상한 심정의 글이 올려졌는가 하면 '앤디와 솔비가 정말로 사랑해서 방송을 이어갈 수 없어서 하차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드러낸 글도 있다. 또 ''앤솔커플'이 안 나오면 '우결' 폐지'라는 협박성 글까지도.
이에 '우결'의 한 제작진은 "앤디와 솔비는 리얼리티 쇼라는 이름하에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간의 감정보다 방송을 위해 부부 역을 맡았고 제작진으로부터 받은 미션을 그 역할에 맞게 함께 해결하는 것일 뿐 이들 커플에 대해 과하게 진지한 반응은 옳지 않다"며 커플의 하차와 합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롤플레잉 게임에 가까운 리얼리티 쇼
실제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방송들은 대부분 롤플레잉 게임에 가깝다. 즉 역할이 정해지고 그 반경 내에서 리얼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즉 대본 없이 그들이 느끼는 것을 말하고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리얼리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등장하는 연예인마다 정해진 역할이 있다는 면에서 완전한 리얼은 아니라는 것.
이는 부부가 아닌데도 한 집에서 부부 생활을 한다는 설정이나 가족이 아닌데도 함께 여행을 가서 '패밀리'라고 부르는 설정이 그 예다. 특히 롤플레잉 게임의 예를 잘 보여주는 것은 MBC '무한도전'으로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는 캐스터 역을, 추석 특집에서 며느리 역을 하면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한다.
최근에도 매니저와 PD 역할을 각각 맡아 멤버들이 녹화에 임했으며 과거 패션모델이나 밴드, 연기자로 도전했던 것도 다 롤플레잉의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똑같은 임무를 받았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다르게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면에서 리얼리티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유재석과 박명수, 정형돈이 같은 며느리 역을 맡았다고 해도 이들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말 많은 며느리, 귀찮아하는 며느리, 먹기만 하는 며느리로 나눠질 수 있는 것.
'우결' 역시 같은 부부라 해도 '아기돌보기'라는 미션으로 부부에서 부모 역까지 롤플레잉 게임이 연장됐을 때 서인영-크라운제이 부부와 신애-알렉스 부부가 아기를 대하는 방식은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분명 다를 수밖에 없는 것.
추석특집으로 방송됐던 SBS '좋아서' 역시 마찬가지. 김건모, 유세윤, 김형범, 김희철, 이홍기로 이뤄진 이들은 초등학교 딸의 아빠 역을 맡아 육아체험을 했다. 원하건 원치 않건 아빠 역을 맡은 이들은 풀이 죽은 아이를 위한 아빠의 행동이라는 역할을 부여받고 각각 다른 방식을 택했다.
학교에 직접 찾아가 선생님과 상담하는 방식을 택한 김건모 아빠가 있는가하면 놀이공원에서 앵무새와 인사를 시키는 이홍기 아빠,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려는 김희철 아빠가 있다. 즉, 각각의 역할 안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리얼리티로 쇼는 구성된다는 것.
즉, 가상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 수행방식은 개성에 따라 어느 정도의 리얼리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현재의 리얼리티 쇼의 방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같은 면에서 '앤솔커플' 하차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나친 해석은 오히려 70년대 악역 연기로 유명했던 허장강이 길거리에서 돌을 맞기도 했다는 에피소드와 같은 과잉 해석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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