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필이면"이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남창희와 인터뷰하기로 약속한 27일, 출연하던 KBS 2TV '해피선데이'의 '스쿨림픽' 코너 폐지 관련 기사가 줄줄이 떴다.
남창희와 얼굴을 마주하고도 한동안 어색한 웃음이 흘렀다. 그러나 그는 "이제 좀 감을 잡고 열심히 하려고 하니 폐지가 됐다"고 아쉬워하는 한편, "그래도 덕분에 붐이라는 좋은 친구를 얻었다. 이전엔 아예 몰랐는데 이 코너를 통해 친해졌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남창희는 2000년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스타 스쿨'이라는 코너를 통해 처음으로 방송에 얼굴을 알렸다. 연예인들이 학교를 찾아 해당학교의 '인물'들과 함께 하는 코너였다. 남창희는 이 코너에서 유려한 언변과 재기 넘치는 끼를 과시하며 전국의 안방에 얼굴 도장을 찍었다.
물론 연예계 생활은 처음 방송에 얼굴을 알렸을 당시의 뜨거운 반응에 비하면 차갑기까지 했다. 아무리 예능의 호흡도 빨라졌다고 하지만 이상하게 하는 코너마다 6개월을 넘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연기에, 예능에 다방면으로 바쁘게 활동했지만 누군가는 그에게 "개그맨 남창희"라는 수식어를 붙였으며 누군가는 "배우 남창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스스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나는 박쥐였다. 나 자신도 연기하다 보면 '나는 연기자'라고 생각했고, 개그를 하다보면 '개그맨'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로 정리해서 뭐가 더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공채 개그맨이 아닌 탓에 확실한 소속감도 없었다. 자유롭기는 했지만 부담도 그만큼 컸다. 박쥐 생활도 힘들더라."

남창희는 연예계 생활에 대한 오랜 고민이 말해주듯 어느새 조금은 경력을 쌓은 연예인이 됐다. 벌써 데뷔 8년차다. 중간에 군대도 다녀왔다지만 군에서도 연예병사로 활동한 만큼 연예계에 발을 디딘 이후 단 한순간도 쉬어간 적은 없다.
"나름대로 '군류스타'였다. 국군방송에서 영화 같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없어졌고 '쇼양'(쇼+교양)이 증가한 상황이라 덕분에 프로그램도 제일 많이 했다. 인기도야 멋진 선임들이 더 높고, 더 대중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공연 등에서는 나를 더 많이 찾았었다."
혹자는 군 생활이 남자에겐 무덤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채 맞춰져야 하는 시간이라 버리는 시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남창희에게는 그 시간이 성장하는 시간이었고 자신의 가능성을 찾고 미래를 기약하는 시간이었다.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후 군에 있는 시간 동안 나중에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재밌을까를 계속 생각했다. 그게 지금 가시적인 성과가 크게 나지 않아서 아쉽기는 해도 조금씩 현실로 풀려가고 있는 듯하다.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버라이어티도 나갔고, 시트콤도 하게 됐다. 또 박명수 형의 라디오에도 고정으로 출연하게 됐다."
그는 군 시절 MBC '크크섬의 비밀'을 보며 막연하게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후임에게 입버릇처럼 "'크크섬의 비밀' 다음 프로그램에 나도 들어간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현실이 돼 '그분이 오신다'에 출연하게 됐다. '말하면 다 이뤄진다'는 아니어도, 꿈이 현실이 되는 상황에 처음이자 마지막 목표, 최종 꿈인 MC에의 길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캐릭터를 잡는 게 쉽지 않다. 내가 억지로 캐릭터를 만든다고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떤 상황을 고민하다가 놓치는 일 없이 잘 살려나가는 사람, 준비된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한다."
남창희는 이어 "웃기는 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기도 개그도, MC도 좋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의 중심엔 그의 일을 통해 누군가가 웃을 수 있게 되길, 누군가의 삶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나는 슬로 스타터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난 단박에 잘 될 사람은 아니다. 군대도 다녀왔고 아직 시간도 많으니 천천히 나만의 감을 찾아가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천천히 시작해서 차분히 움직일 것이다."
'푸하하하' 특유의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진지하게 자신의 꿈을 피력하던 남창희. 아무래도 이 사람, 오래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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