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방송가 주름잡은 '라인' '사단'은?

2008년 방송가는 그 어느 때보다 '00라인', '00사단'이라는 말이 자주 쓰였던 해였다. 여전히 지속된 예능계의 '이경규 라인', 일명 '규 라인'에서 드라마의 '김수현 사단'까지, 2008 방송·연예계에 주름을 잡았던 '라인'들을 돌아본다.

◆ 2008 예능, '라인'없는 인기 프로그램은 없다

MBC '무한도전',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KBS 2TV '해피투게더'와 '해피선데이'의 '1박2일',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 '야심만만예능선수촌' 등 2008년 한 해 화제가 됐던 지상파 방송 3사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라인'으로 통한다는 점이다.

우선 '무한도전'과 '해피투게더', '패밀리가 떴다'는 메인 MC가 유재석이다. 그를 중심으로 '무한도전'의 경우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전진이, '해피투게더'의 경우 박명수, 신봉선, 박미선이, '패밀리가 떴다'의 경우 유동적이나 대성, 이효리, 이천희, 박예진, 김수로, 윤종신 등이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어 간다.

이중 두 프로그램의 같이 하는 박명수와 '유재석 교'의 신도를 자처했던 노홍철, 정형돈 등 '무한도전' 식구들은 자타공언 확고한 '유재석 라인'이다. '국민남매'라 불리며 '해피투게더'에 이어 유일한 예능 출연 프로그램으로 '패밀리가 떴다' 출연을 결정한 이효리 역시 예능계에선 '유라인'의 일원이며 빅뱅의 대성도 '덤앤더머'로 새로이 '유 라인'에 합류했다. 신봉선은 여자 중에서는 드물게 '유 라인'의 일원이라고 불리기고 있기도 하다.

'강호동 라인'인 '강 라인'의 활약 역시 절대 '유 라인'에 뒤지지 않는다.

강호동은 '야심만만 예능선수촌', '무릎팍도사', '1박2일' 등의 메인 MC로 활동 중이다. 강호동이 각 프로그램에서 다른 캐릭터를 설정해 프로그램의 특성을 만들어내며 각기 다른 MC와 게스트들이 프로그램에 재미와 열기를 더한다.

이중 '1박2일'에 함께 출연 중인 MC몽, 은지원, 김C, 이수근, 이승기 등은 확고한 '강 라인'이다. MC몽은 '야심만만'에서도 함께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유세윤은 '무릎팍도사' 이후 방송을 통해서도 "'강 라인'에 합류했다"고 공언했다. 김제동 역시 강호동과의 친분을 자랑하며 '야심만만' 등으로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 안팎을 막론하고 친분을 자랑하며 뭉쳐 움직이고 있다. 경쟁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경쟁에 앞서 상생을 통해 혼자보다는 더욱 큰 힘으로 예능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

2008 예능, '강 라인', '유 라인' 등 과거 '규 라인'('이경규 라인')과 '용라인'('김용만 라인')을 더욱 키우고 발전시킨 '제2의 라인'세대들이 예능을 장악했던 한 해였다.

◆ "믿을 수 있으니까"‥'라인'을 넘어 '사단'으로

'페르소나'라는 생소한 말이 익숙한 듯 상용되기 시작했다. 페르소나 그라타의 약자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드라마 계에서 쓰이면서는 작가 혹은 감독이 선호하는 배우를 뜻하는 단어가 됐다. 특히 예능계가 '라인'이었다면 드라마계는 '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뭉치며 페르소나의 존재를 짙게 했다.

대표적인 것이 KBS 2TV '엄마가 뿔났다'를 빛낸 일명 '김수현 사단'이다. '김수현 사단'으로는 '부모님 전상서', '완전한 사랑', '눈꽃', '내 남자의 여자'에 이어 '엄마가 뿔났다'까지 함께 했던 김희애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김수현 작가가 MBC '사랑해, 울지마'에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이유리와 정애리, 윤여정, 장미희 등이 '김수현 사단'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SBS '조강지처클럽'의 문영남 작가 역시 '문영남 사단'이라는 분명한 페르소나를 갖고 있다. '문영남 사단'으로는 '장밋빛인생'에서 함께 한 손현주와 '소문난 칠공주'에서 함께한 안내상과 김혜선, '장밋빛인생'과 '소문난 칠공주' 모두 함께 한 김해숙, 이태란 등이 있다.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의 노희경 작가 역시 '바보 같은 사랑', '거짓말', '꽃보다 아름다워' 등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함께 하고 있는 배종옥과 노희경 작가의 데뷔작인 MBC 베스트극장 '엄마의 치자꽃'부터 줄곧 함께한 나문희 등 분명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작가의 작품은 여기서는 부부가 됐다 저기서는 원수가 되는 출연진들로 "헷갈린다"는 혹평이나 "탈 바꿔 쓰기만 하는 것 같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수현 작가가 자신의 페르소나인 배우에 대해 "내 작품에서 함께하는 연기자들은 다 잘 한다"며 믿을 수 있어 안심이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는 등 작가-배우 간의 관계로 대변되는 사단들을 대부분 탄탄한 결속력으로 2008년 드라마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