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덩.어.리" 2008년을 움직인 드라마 명대사①

화제의 드라마는 명대사를 탄생시키고, 화제의 명대사들은 명품 드라마를 만든다. 수많은 드라마들이 방송돼 사랑을 받았던 2008년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메디컬 드라마, 방송가 드라마, 클래식 드라마 등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들이 쏟아진 가운데 사극과 통속극, 가족극이 여전히 강세를 나타냈다. 한국 드라마가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소재로 돌파구를 찾은 한 해였다.

수많은 드라마 속에서도 울림을 선사했던, 혹은 두고두고 회자됐던 화제의 명대사들을 꼽아봤다. 드라마 속 명대사 역시 극의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똥. 덩. 어. 리."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 분)가 날린 희대의 독설.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는 '독설'을 대세이자 미덕으로 만든 희대의 캐릭터였다. 자존심과 오기로 똘똘 뭉친, 이 까칠한 주인공은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에게 '막말'과 '독설'을 퍼부었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그를 사랑했다.

그가 남긴 수많은 독설 중에서도 '똥덩어리'는 단연 최고의 악담으로 꼽힌다. 음대에 나온 뒤 꿈을 잊고 살다 뒤늦게 첼로를 잡은 아줌마 정희연(송옥숙 분)에게 한 자 한 자 꼭꼭 씹어 뱉은 '똥. 덩. 어. 리'는 극중 인물과 시청자 모두에게 색다른 충격을 안겼다.

이후 오로지 실력만으로 모든 사람들을 공정하게 평가하면서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강마에식 리더십이 화제를 모으며 강마에를 완벽하게 표현한 김명민까지 신드롬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특히 김명민은 눈썹을 밀고 수개월간 지휘를 연습하며 극에 몰입, 찬사를 받았다.

◆"1년만 쉬게 해 주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살다 죽는 건 억울해요"

KBS 2TV '엄마가 뿔났다'의 김한자(김혜자 분)의 처연한 요구. '엄마가 뿔났다'는 베테랑 김수현 작가의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된 드라마였었다. 속썩이는 자식들과 엄한 시부모 사이에 치이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그저 그런 가족극으로 보였던 '엄마가 뿔났다'는 중반에 접어들며 지금 세상을 살고 있는 어머니들의 목소리와 자존심을 드러내 보인다.

자식과 남편, 부모를 위해 평생을 다 바치다시피 했던 어머니가 처연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요구한 1년의 휴가는 과연 탁월했다. 수많은 공감이 잇따랐고, 나도 1년간 휴가를 다녀오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어머니는 결국 휴가를 떠났다. 말썽 많은 자식 덕에 결국 그 1년의 휴가를 다 채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여배우에게 무서운 건 스캔들이 아니라 세월이에요."

SBS '온에어'에서 드라마 작가 서영은(송윤아 분)이 톱스타 오승아(김하늘 분)에게 던진 따끔한 일침. '온에어'는 톱스타와 매니저, 드라마 작가와 PD를 주인공으로 삼아 방송가의 현실을 그리며 높은 사랑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방송가의 현실을 비교적 현실감있게 조명했고, 살아 숨쉬는 듯한 캐릭터도 공감을 자아냈다.

그 사이에서 방송 현실을 반영하는 명대사 퍼레이드가 이어져 더욱 시청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연예계라는 삭막한 현실과 스타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 연기에 대한 열정이 어우러져 더욱 화제를 더했다.

콧대높은 톱스타 오승아와 헌신적인 매니저 장기준(이범수 분)이라는 막강한 캐릭터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인기 방송작가 서영은의 대사는 그가 쓰는 드라마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여배우에게 무서운 건 스캔들이 아니라 세월"이라든지 "최선을 다하는 건 프로가 아니다. 잘 해야 프로다"는 지적은 드라마 안팎에서 큰 울림을 줬다.

◆"닥쳐! 네 목을 부러뜨리기 전에."

KBS 2TV '태양의 여자' 연기를 가장한 사월(이하나 분)의 압박이 이어지자 튀어나온 도영(김지수 분)의 한마디. '태양의 여자'는 잘 만든 통속극의 힘을 증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였다. 출생의 비밀과 여자의 복수라는 닳고 닳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배우들의 열연 속에 숨막히는 전개를 선보이면서 매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사랑받지 못할 것이 두려워 의붓동생 사월을 버렸던 비정한 언니 도영은 카메라 앞에서 즉석 연기를 펼치다 "그런데 왜 사랑받은 티가 안나지?"라는 사월의 지적에 폭발하며 "닥쳐!"라고 소리를 지르고 만다. 배우의 열연과 극본의 힘도 함께 폭발한 순간이었다.

◆"새로운 사랑은 지난 사랑을 잘 정리 했을 때만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지난 사랑에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았다. 다만 '고맙다'고만 했다."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헤어진 옛 연인의 전화를 받은 준영(송혜교 분)의 독백. 노희경 작가·표민수 PD가 톱스타 송혜교 현빈과 손잡은 '그들이 사는 세상'은 오랜만에 뭉친 두 콤비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다. 방송가를 다루고 있지만 연예계에 대한 궁금증에 친절하고도 극적으로 답했던 '온에어'와 달리,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재 비교적 낮은 시청률 속에 방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팬들의 성원은 뜨겁다. 매회 등장하는 주인공 준영과 지오(현빈 분)의 독백은 그 중에서도 돋보인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늘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자문하는 두 사람의 모습과 말 속에 담긴 사려깊은 헤아림은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