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재, 천지애, 고은성, 미실 그리고 최승희까지.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는 적어도 2009년 안방극장에서 만큼은 통하지 않는 얘기였다. 올 한해 드라마 속 여자주인공들은 남자들 눈물 쏙 빼는 연기로 안방극장 '여인천하'를 이끌었다. '센녀'들이 지배했던 올 한해 안방극장을 들여다보자.
◆배신해 봐, 점찍고 나타난다..'아내의 유혹' 구은재
올해 상반기 안방극장의 저녁시간을 유혹했던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 막장이라는 비난을 배가 부를 만큼 많이들은 이 드라마는 그러나 아내를 배신한 남편이 어떻게 처절하게 망가지는 지와 그 남편을 꼬드긴(?) 여성의 최후를 여실이 보여줬다.
특히 주인공 구은재(장서희 분)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눈 밑에 점 하나 찍고 나타난 남편을 유혹하는 연기는 이성적으로는 이해불가이면서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귀가의 유혹'을 일으켰다.
아내는 지고지순해야 한다는 전통적 시각에 철퇴를 내리는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내 남편 기는 내가 살린다..'내조의 여왕' 천지애
'아내의 유혹'으로 벌벌 떨었던 남편들은 MBC 월화극 '내조의 여왕'으로 안도의 한 숨과 함께 부러움을 느끼며 브라운관에 빠져들게 된다.
명문대 나온 것과 잘 생긴 외모 빼고는 어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남편을 위해 온갖 부업으로 이를 뒷바라지하는 천지애(김남주 분).
가까스로 남편을 옛 연인이 임원으로 있는 회사에 취직시키지만, 취직한 남편 뒷바라지가 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천지애는 온갖 굴욕에도, 코피 흘리는 것을 무릅쓰며 남편을 내조해 낸다.
중간, 살짝 마음이 허태준(윤상현 분)에게 가기도 하지만 우리의 강한 아줌마 천지애는 이를 물리치고 가정으로 돌아와 내조를 이어간다.
◆의지박약 철부지, 내가 바꿔줄게..'찬란한 유산' 고은성
올 여름 주말안방극장엔 설렁탕 끓는 소리가 요동쳤다. 할머니의 유산만 믿고, 치기어린 삶을 살아온 선우환(이승기 분). 하지만 절대 유산을 줄 수 없다는 할머니에 반항도 해보지만 이내 마음 고쳐먹고 집안 가업인 설렁탕 사업에 동참한다.
그의 곁에는 아버지 잃고 새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고은성(한효주 분)이 '다행히'도 있다. 은성은 환의 괄시에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며 또 철부지 환을 바른 길로 이끌며 위기에 빠진 할머니의 설렁탕 사업마저 구해낸다.
은성은 '훈남' 준세(배수빈 분)의 구애에도 자신이 새 삶으로 이끈 환 곁에 남는다. 더불어 쿨(?)하게 유학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환의 애간장을 녹이기까지 한다.
◆여자라고 나랏님 못 되라는 법 있나요..'선덕여왕' 미실
이제껏 사극은 남자들의 독무대였다. 기껏 여성들의 역할이라고는 임금을 꼬드겨 국정을 혼란케 하거나 자신의 아들을 임금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요부'에 불과했던 게 사실.
하지만 MBC '선덕여왕'은 그런 사극의 기본 틀을 과감히 흔들었다. 왕의 자식도, 왕의 아내도 아닌 미실(고현정 분)은 과감히 스스로 왕위에 오르길 원한다.
그녀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길마저 사로잡으며 월화 안방극장을 '미실의 시대'로 만든다. '선덕여왕'보다 '미실'이란 제목이 드라마에 더 어울릴 정도.
미실이 비극적 최후를 맞자 '선덕여왕' 역시 시청률 하락세를 보이며 그녀의 빈자리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모에 뛰어난 머리, 총질은 기본..'아이리스' 최승희
때로는 총도 쏴줘야 한다. KBS 2TV '아이리스'의 최승희(김태희 분)는 빼어난 미모에 뛰어난 머리까지, 그야말로 '알파걸'의 전형이다. 하지만 그녀의 직업은 NSS(국가안전국) 프로파일러. 고도의 심리전문가다.
최승희는 그러나 프로파일러를 넘어 과감한 액션에, 매서운 총질까지 해대며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다. 그런 그녀에 현준(이병헌 분), 사우(정준호 분)가 마음을 뺏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이 뛰어난 여인 최승희는 심지어 극 전개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아이리스의 실체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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