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 방영돼 큰 인기를 모은 MBC 주말극 '아들과 딸'. 한날한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지만, 성(性)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후남(김희애 분)과 귀남(최수종 분)을 통해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남아선호 사상을 극대화해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2010년, 여권의 신장과 더불어 드라마 속 여자 세상도 참 많이 달라졌다. KBS 2TV '신데렐라 언니'나 SBS '검사 프린세스'처럼 이제 여자 연기자가 원톱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 극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메인 캐릭터로 급부상했다.
이제 여성 캐릭터는 커리어우먼으로 당당히 자신의 삶을 개척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커리어우먼인 그녀가 멋있게만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말안방극장을 평정한 KBS 2TV '수상한 삼형제' 속 자매 주어영(오지은 분)과 주부영(장다윤 분). 두 사람의 차이는 언니 어영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직장생활을 하고, 부영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며 남편의 뒷바라지에만 전념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수상한 삼형제'를 보고 있노라면 은연 중 전업주부인 부영이 남편에게도 잘하고 시어머니에게도 잘하는 1등 며느리로 비춰진다. 직장 일로 바쁜 어영과 대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권은 신장했지만 적잖은 드라마들이 '수상한 삼형제' 속 주어영, 주부영 자매처럼 현모양처인 그녀를 더 높게 평가한다. 심지어 커리어우먼인 그녀는 늘 가정불화의 원인이다.
SBS '오 마이 레이디' 속 뮤지컬 안무가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정아(문정희 분) 역시 가정은 뒷전인 커리어우먼을 그리고 있다.
여권은 신장했고 여자들의 사회진출은 늘고 있지만, 매번 접하게 되는 TV 드라마 속 직장여성의 모습은 왜곡되고 만다. 늘 가정의 불화를 가져오는 문제인 것 마냥. 그러면서 직장 여성이 가사까지 도맡아 하느라 겪게 되는 어려움은 외면한다.
물론 모든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각은 92년 '아들과 딸'에 비해 그리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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