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MBC라디오 프로그램의 생방송 스튜디오에 무단 진입, 대본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MBC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지난 6월 28일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생방송 진행을 앞두고 MBC를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소속 박 모 경위가 생방송 스튜디오에 무단으로 들어와 당시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 파문과 관련해 전화 인터뷰가 예정돼 있던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의 인터뷰 질문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채 서장은 당시 고문 파문과 관련해 현 경찰 수뇌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한 상황이었다.
사건과 관련해 MBC 라디오 PD들은 9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이날 서울 경찰청 정보 관리부장과 박 경위 등이 경찰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MBC를 방문, 서경주 라디오 본부장과 면담을 가졌다.
MBC 민실위 측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서 본부장은 "언론기관에 들어와 생방송 질문지를 보자고 한 것은 중대하고 엄중한 사건이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에 비견될 만한 일이다. 회피하거나 무마하려고 하면 사안이 악화될 것이다. 서울 경찰청장이 공개적,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 측은 "스튜디오까지 간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과한다. 하지만 사찰이나 사전 검열은 아니다. 그저 알고 싶은 내용이 있어 찾아갔으나 무리한 점이 있다"고 입장을 설명한 뒤 돌아갔다고 민실위 측은 전했다.
MBC 민실위는 "경찰이 생방송 스튜디오에 무단으로 침입해 담당 PD에게 인터뷰 대본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일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소위 '출입 기관원'을 파견해 방송사를 제 집 드나들듯 하며 각종 정보를 캐고,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해 온 권력기관의 '사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이런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도 모자랄 판에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 생방송 스튜디오에 들어와 인터뷰 대본까지 내 놓으라고 요구하다니,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방송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MBC 라디오 PD들은 총 책임자인 서울 경찰청장의 진상 공개 및 공개 사과, 조사 및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며 "경찰은 물론 권력기관의 방송사 사찰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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