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훤칠한 키. 탄탄한 몸매, 새하얀 얼굴, 짙은 머리숱과 눈썹숱,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신사다운 매너…. 어딘가 매력남의 이데아가 있을지 모른다. 장동건 원빈 조인성 같은, 갖출 것 다 갖춘 조각 미남을 칭송하는 소리는 여전히 높다.
허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2011년의 예능 TV를 보라. 올해를 풍미한 매력남들은 이같은 주류 미남의 조건과는 멀리 있지만 결코 아쉬워하거나 기죽지 않았다. 솔직함과 당당함, 자신만의 치명적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올해의 비주류 매력남! 이 남자들, 욕심나지 아니한가.
◆개리..욕심나는 남자의 원조
1978년생. 본명 강희건. 복싱선수, 댄스가수의 다채로운 경력을 지나 안착한 한국 힙합의 자존심. 별명이 개(!)라서 이름하여 개리. 리쌍에 앞서 허니패밀리로 데뷔한 게 1999년이건만, 언더그라운드 활동에 주력한 탓에 얼굴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던 그가 예능의 전면에 나선 게 불과 1년반이 되지 않았다. 그 사이 그는 예능으로 간 힙합맨의 대표주자이자 갖고싶은 매력남, 미워할 수 없는 남자에 등극했다.
굳은 듯 했던 그의 첫인상이 장난기 가득한 동네 오빠의 친숙함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프로 예능인들 사이에서도 맘껏 사교성과 입담을 발휘했다. 하지만 스파이 미션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땀을 뻘뻘 흘리고 눈길마저 피해다니는 모습이라니. 그 인간미에 볼수록 정이 든다는 게 개리 팬들의 한결같은 찬사다. 여기에 월요커플 송지효에 대한 깨알같은 배려, 토라짐도 숨기지 않는 귀여움이 더해지니 매력지수도 덩달아 업!
본진인 '런닝맨'을 떠나 '무한도전'에 조정하러 왔을 때도 그치지 않는 폭풍 입담. '무한도전' 제작진들이 "갖고싶다"며 사심 섞인 자막을 띄운 것도 그의 치명적인 매력과 무관하지 않을 터.
◆정재형..파리지앵의 진정한 매력
'놀러와'가 발견했으며, '무한도전'이 꽃을 피운 정재형은 치명적 비주류 매력남 부문에서 단연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 하다. 바로 정재형이다.
스물 다섯의 나이로 낸 베이시스 앨범 이후 실력파 뮤지션으로 정평이 나 있던 그가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된 건 이적, 장윤주 등과 함께 한 토크쇼 '놀러와' 탓이 크다. 그 자리에서 이미 아홍홍 웃음소리와 새침한 자태, 삐친 남자의 앙탈까지 매력 3종세트를 선보였던 터. 그의 매력을 눈여겨본 '무한도전'은 가요제에 참여한 그를 '미존개오' 정형돈과 짝지우는 극강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올해 예능의 가장 웃긴 순간 중 하나를 완성했다.
한 손으로는 갈색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다른 한 손으로는 입을 가리고 '오홍홍홍' 웃을 줄 아는 남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가 됐다. 부러움에서 삐침까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솔직하며, 밤을 새워 수다를 떨어도 괜찮을 것 같은 다정함, 그리고 무엇보다 천연덕스러운 낭만이 그에게서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파리지앵'이라는 절묘한 수식어로 표현됐다. 뻔뻔함과 나르시시즘에서는 정재형을 압도하는 유희열에도 주목!
◆김연우..빨리 떠나 더 아쉬웠던 그대
김연우라는 이름보다 연우신(神)이라는 별명이 왠지 더 친숙한 그. 1971년생 이미 1998년 1집 앨범을 냈으며, 여러 앨범에 두루 피처링을 했던 그지만 그의 진가가 뒤늦게 발견된 건 '나는 가수다' 덕이 컸다. 논란과 화제의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김연우는 새 가수로 기대속에 등장했다 첫 라운드에 그대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그것이 '연우신 재발견'의 기폭제가 될 줄이야. 이래서 전화위복, 새옹지마, 인생역전이라고 하나보다.
앞선 개리, 정재형이 모두 입지가 확고한 뮤지션이듯 그의 매력 또한 연우신으로서의 자신감, 당당함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다. 청아하고도 힘있는 진성만으로도 드는 이들을 짜릿하게 만드는 그는 타고난 가수. 스스로도 이를 잘 알기에 탈락 뒤 토크쇼에 나와 "내가 연우신인데"라 원통해하면서도 즐거이 웃을 수 있다. 아내가 부잣집 딸인 걸 알고 "애정이 더 생겼다"는 넉살도 가능하다. 이 뒤끝있는 남자의 힘은 '나는 가수다' 호주 특집에서도 발휘됐으니, 제일 열심히 칼을 갈고 또 갈고 나와 염원하던 1등을 달성했다.
'나는 가수다'는 이밖에도 보컬 계열 비주류 매력남을 수두룩하게 재발견했다. 비주얼 가수의 새 지평을 연 김범수는 두말하면 섭섭하다. 언니라 불리는 록커 김경호, 막춤의 대가 바비킴 등등. '나는 가수다'의 지대한 공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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