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가 정치에 푹 빠졌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tvN 등 케이블 주요 채널까지 말그대로 정치판이다. 제 19대 4월 총선과 오는 12월 제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벽두, 선거 전국을 맞이해 TV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정치판이 보인다.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TV 예능 역시 이에 편승하고 있다.
정치놀이에 빠진 대표 예능프로그램은 KBS 2TV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코너. 국회의원에 대한 일침 발언을 비롯해 김문수 도지사 119통화 논란 등을 풍자, 대중으로부터 눈길을 끌었다. '사마귀유치원'은 개그를 위한 정치 풍자가 취지인만큼 시의성 있는 정치 놀이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웃고 또 웃고'의 한 코너인 '나는 하수다' 역시 김어준, 정봉주 등이 만든 시사 프로그램인 '나는 꼼수다'를 패러디해 웃음을 자아냈다. '나는 하수다'는 이날 방송분에서 개그맨 정성호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 위원장의 모습으로 분장, 아무말 없이 미소만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tvN의 코미디쇼 'SNL코리아'는 아예 정치풍자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 영화감독 장진은 매주 한 코너를 통해 정치와 정치인을 정면으로 비판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외 다른 코너들 역시 정치 비판을 서슴치 않아 프로그램 컨셉트를 잘 살리고 있다는 업계안팎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비단 TV예능프로그램만이 정치에 빠진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 역시 TV예능을 자신들의 이미지 관리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른바 윈윈 전략인 셈.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 위원장은 SBS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스피드 게임 등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힐링캠프'는 20%대를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첫 방송이후 처음으로 월요일 심야 예능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강용석 국회의원은 독특한 컨셉트의 토크쇼인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를 택했다. 최근 방송분에서 강용석의원은 '고소의 대가'로 자신을 소개하며 전문 방송인 못지않는 예능감을 선보였다. 이날 강 의원은 2010년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파문과 지난해 개그맨 최효종 고소 등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와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이를 통해 강 의원은 그간 사태들로 인해 일부의 부정적 시선을 희석시켰다.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원은 최근 MBC 토크쇼 '주병진의 토크콘서트'에 출연했다. 그는 하버드 대 출신의 26살, 최연소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원은 이날 방송에서 자신과 관련된 구설을 예능프로그램이라는 대중친화적 장치를 통해 해명했다.
이들 외 정치인들 역시 향후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을 이미 결정했거나 타진중으로 알려졌다.
과거 정치인들은 '100분 토론'등 시사프로그램에만 출연, 정치인으로서의 모습만 대중에게 보여줬다. 현재는 아니다. 현 정치인들은 시사프로그램의 틀을 벗어나 트위터, SNS 등을 적극 활용하며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도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들의 TV예능 출연은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홍보의 장이다. TV 예능 프로그램과 정치의 절묘한 동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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