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편채널 TV조선 창사특집 드라마 '한반도'(극본 윤선주 연출 이형민)가 6일 첫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극중 서명준(황정민 분)과 림진재(김정은 분)가 남북을 대표하는 과학자로 원산 앞바다 해양기지에서 각 측의 조사단을 이끌고 차세대 청정에너지 메탄하이드레이트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동시에 분단 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남측 대통령 강대현(이순재 분)과 북측 주석 김태성(서태화 분)이 역사적인 만남을 한다. 이들은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남북단일팀 대 호주와의 월드컵 예선을 관전한다.
남북 화해 무드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군부 강경파가 쿠데타를 모의, 휴전선으로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위기감이 맴돈다.
'한반도'는 남북이 차세대 에너지를 위해 함께 뭉쳐 연구한다는 참신한 발상을 도입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과거 남북문제를 다뤘던 영화나 드라마의 그 것과 큰 차이가 없어 식상함을 안겼다.
온화한 남한 과학자 서명준과 그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당의 지령에 갈등하는 림진재의 모습은 스크린이나 안방극장에서 익히 등장했던 설정이다.
진부함은 '초코파이'에서 극에 달했다. 명준과의 체력겨루기에서 이긴 북한 조사단원이 초코파이 한 상자를 얻고, "어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모으고 있다"는 말에도 다른 북한조사단원들이 이를 빼앗아 먹고 "맛있다"고 외치는 장면은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맛있게 초코파이를 먹던 송강호를 연상케 했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의 초코파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우리 제작자들의 머릿속에 '남한의 초코파이에 열광하는 북한 사람들'이라는 발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을 떠나 창의성의 부재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시청자들은 이제 그런 장면에 더 이상 감동을 받지 않는다.
극중 남한 사람들에 비해 비현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 또한 이 드라마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남북공동해양기지에 파견 나온 북한군 대좌 민동기(곽희성 분)는 오른쪽 눈을 가릴 만큼 길게 기른 머리카락에 늘 까칠하게 남한 사람들을 대한다. 림진재에게 당의 지령이라며 기밀을 알아낼 것을 강요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것에 익숙한 할리우드영화들도 그와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등장시키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민동기는 홀로 만화 같은 캐릭터에 온갖 '폼'은 다잡고 있다. 과거 70~80년대 북한을 '북괴'라고 하며 '머리에 뿔난 도깨비'처럼 묘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실감이 떨어진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한반도'는 TV조선이 '창사특집 블록버스터드라마'라고 강조하는 '기대작'이다. 그만큼 세간의 관심도 많다. 특히 남북문제를 다룬 선 굵은 드라마라 사랑이야기에 지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하지만 고루한 남북묘사만으로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기는 힘들 것이다. 시청자들의 눈은 이미 '매의 눈'이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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