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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손가락' 결말? 김순옥 작가 생각과 달랐죠"
SBS 주말극 '다섯손가락'은 긴박한 스토리 전개만큼이나 결말도 시청자들의 많은 궁금증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영랑(채시라 분)이 친아들임을 알게 된 지호(주지훈 분)에게 다가가면서 겪게 되는 마지막 장면은 과연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부분이 포인트였다.
결국 영랑은 유학길에 오른 채 아무 것도 모르는 지호와 사별하며 비극적인 결말을 얻었다. 문득 김희애, 차인표 주연의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극중 영애(김희애 분)가 나머지 가족들이 여행을 떠난 후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오버랩이 되는 비극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채시라가 생각하는 '다섯손가락'의 결말은 달랐다.
"사실 결말 장면을 떠올리면서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영랑의 모습을 보이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어요. 그저 절벽에서 떨어지는 순간까지만 보이고 그 이후에 대해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그러한 결말이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다섯손가락'. 좋지 않은 상황들이 이어지면서도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씁쓸한 단면으로서, 뭔가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듯 그 구설수들이 지나갔기에 배우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을까. 이에 채시라는 단호했다.
"솔직히 저와 크게 상관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는 다만 주어진 입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했거든요. 분명 예기치 못한 일들이었음에도 절대 동요하지 않고 주어진 일들을 책임 있게 잘 수행해 나간다면 된다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일들도 점차 잊혀 져 갔고요."
채시라는 이른바 '막장드라마'라는 수식어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했어요.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도 했고요. 저는 그저 채영랑을 연기하면서 최대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해왔어요. 더욱 진솔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고요. 마무리도 잘 됐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작진도 저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채시라는 이번 작품에서의 자신의 연기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연륜이 묻어나는 베테랑 배우의 모습 그 자체였다.

◆ 채시라에게 '배우'란 운명이었다
연기자로서 30년차. 절대 짧지 않은 그 기간 동안 여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고 활동해 온 지금의 채시라를 있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채시라는 "내게 배우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데뷔했을 당시만 봐도 제가 배우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었어요. 말 그대로 운명인 거죠. 거기에다 저만의 특유의 근성이 가미되고, 적절하게 운도 따라줬고요. 스스로 '해볼 만한데?'라는 생각도 저절로 들게 되고, 이후 작품들도 좋은 결과가 나왔던 일련의 상황들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것뿐이었어요."
채시라는 '언제까지 배우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도 "언제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여러 선배 연기자들의 모습처럼 제가 해낼 수 있을 때까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시라는 배우로서도,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도 늘 긍정적인 사람이다.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불평하지 않고, 뭐든 좋은 방향으로 바라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만의 인간적인 면모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그리고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고요. 물론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마지막으로 채시라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목표에 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스스로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게끔 살아가고 싶어요. 나답게 사는 것이 나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주변에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제게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라고도 말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제가 가진 사회에서의 다양한 위치 중에서도 배우에 대한 비중이 커서 아내로서의 역할은 부족했죠. 앞으로 제가 살면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올 한해 드라마 '인수대비'와 '다섯손가락'에 출연하며 쉴 틈 없이 달려온 채시라. "내년에는 가족들과 함께 최소 6개월에서 희망사항은 1년까지 애들과 있고 싶다"면서도 "좋은 작품 제의 들어오면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채시라. 역시, 그에게 아직은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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