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지진희 "이성계 역할 처음엔 거절하려 했다"(인터뷰)

지진희 "이성계 역할 처음엔 거절하려 했다"(인터뷰)

발행 :

윤상근 기자
배우 지진희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지진희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드라마, 영화 속 지진희의 모습은 정말 다양하다. 인간미 넘치는 왕부터 포커페이스를 가진 비행 조종사까지.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그다.


진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스스로 "나처럼 코믹한 배우가 없다"고 말하는 그를 지난 19일 서울 신사동의 모 카페에서 만났다.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를 무사히 마친 이후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며 약간 피곤한 내색도 비췄지만, 인터뷰 내내 느껴졌던 배우로서의 열정과 뚜렷한 소신만큼은 인상적이었다.


◆ '대장금' 민정호, '동이' 숙종, '대풍수' 이성계의 차이점?


'대풍수'에서의 이성계의 모습은 뭔가 많이 달랐다. 극 근엄하면서도 열망이 넘치는 조선 최초의 왕으로서의 위엄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만큼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지진희는 "처음에 '대풍수' 이성계 역 제의를 거절하려 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앞서 MBC 사극 '대장금'에서의 문정호 역이 가진 이미지가 나름대로 큰 영향을 가져다줬거든요. 이후 찍었던 '동이'의 숙종 역도 비슷한 맥락이었고요. 사극이 나름 재밌긴 하지만 한 번 각인된 이미지가 나중에 연기를 하면서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 걱정이 됐었어요."


지진희는 SBS 수목극 '부탁해요 캡틴' 촬영 차 호주에 체류하던 중 한 '대풍수' 촬영감독으로부터 이성계 역 제의를 받았다. 그는 "역할도, 시놉시스도 너무 재밌었다"며 "직접 '대풍수' 감독님께 직접 내가 맡겠다고 하겠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에게 이성계라는 인물이 가진 이미지는 '조선 건국을 이룩한 위대한 왕'으로서의 모습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다소 식상할 수도 있는 극중 역할이었다.


이에 대해 지진희는 "역사 속에서 그려지지 않은 이성계를 만드는 데 최대한 노력했다"며 "스스로 왕이 될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후 심경 변화를 통해 대업을 이루는 과정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성계라는 인물이야 누구나 알죠. 하지만 감독님께서는 이성계의 다른 면을 상상하면서 전혀 새로운 인물로 그려내려 하셨어요. 도적의 모습이나 늑대 탈을 쓰는 모습을 가진 한 장수의 모습이었죠. 고려 말 관료들이 새 지도자를 찾던 중 이성계가 거론이 됐을 때 '어떻게 저런 망나니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논쟁이 벌어질 정도였으니까요."


이와 함께 지진희는 '대풍수'의 이성계가 '대장금'의 민정호, '동이'의 숙종과 이미지 상으로 어떻게 달랐는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대장금' 민정호는 말 그대로 중년의 신사 같은 느낌이었고요. '동이'의 숙종은 백성들과 함께 호흡하는, 유머가 있는 지도자였어요. 이와 달리 '대풍수'의 이성계는 천방지축 날뛰다가도 스스로 진지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변화무쌍한 사람인 것 같아요."


배우 지진희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지진희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대풍수', CEO분들 많이 보시더라..시청률 상승 찬스 못 살려 아쉽다"


지진희, 지성, 김소연, 이윤지 등이 출연했던 '대풍수'는 풍수지리학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통해 흥행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시청률 경쟁에서는 밀리고 말았다. 이에 지진희도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좀처럼 상승 구도를 그려내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대본이 수정되고, 중요 내용이 편집되는 등의 극약 처방을 내렸지만 반전을 꾀하지는 못했다.


"극 중간 정도쯤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었던 찬스가 있었는데 못 살렸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감독님 생각에는 극 초반에 고려 말기의 문란했던 시기를 보여주고 싶으셨어요. 그래서 베드신도 있었고. 잔인한 액션 장면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시청자들이 이러한 그림들을 제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진희는 "극중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자미원국에 대한 쉬운 설명도 부족했던 것 같다"며 극 소재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그는 "그만큼 시청자들에게는 '대풍수'가 어렵고 센 느낌으로 비춰져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크게 상심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제 지인들 중에 역사를 잘 아시는 어른들은 좋게 봐주셨어요. 특히 기업 CEO 분들은 재밌게 봤다고도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왕을 다룬 이야기고 권력의 암투를 그려내서 관심을 많이 가지셨던 것 같아요. 솔직히 '대풍수'라는 드라마가 가진 콘셉트가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어필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죠."


배우 지진희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배우 지진희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 지진희가 말하는 '스타' 배우, 그리고 '연기파' 배우


그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온 지진희. 시청자들에게 지진희는 '스타 배우'라기 보단 '연기파 배우'에 더 가까운 배우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그가 출연했던 작품을 봤을 때 대중성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했다.


이에 대해 지진희는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솔직히 트렌디한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한 가지 스타일에 '올인'하는 것을 잘 못하거든요. 똑같은 것에 대한 싫증이랄까요. 저는 반대로 여러 색깔의 캐릭터를 그려내는 것에 더 맞는 것 같아요."


지진희는 "그간 배우 활동을 하면서 드라마보다 영화를 더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보다 직접 찾아서 봐야 하는 성격이 큰 영화가 나의 다양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진희의 이 말에서 '연기파 배우'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대중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많은 모습들을 대중들에게 보이는 것이 지진희가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의무였다.


지진희는 물론 대중성과 다양성이 함께 공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덧붙였다.


"두 측면 모두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멀리 보는 측면도 있어요. 제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어야 배우로서의 의무를 더 충실히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최근에 작품에서 배우가 차지하는 바가 커진 건 좀 더 조심스럽게 만들게 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스타'가 되는 것은 영광스럽다. 가장 큰 이유는 명예와 부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진희가 말하는 '스타배우가 되고 싶은 이유'는 좀 달랐다.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제 배우 행보에 있어서 스타가 되는 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10명 중 7, 8명이 아닌 2, 3명이 보는 작품들이 스타가 된 저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그 2, 3명이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제 모습을 보면서 직접 증명하게 하고 싶거든요."


지진희의 배우로서의 꿈 역시 특별했다.


"어떤 캐릭터든 맡은 역할은 공부해야 하는 것이 배우의 사명이고요. 제게 배우라는 직업은 평생 해야 하는 것이라 한 발짝 나아가고 있을 뿐이에요. 그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완결편'은 제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주요 기사

연예-방송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방송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