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휴가 이어지는 명절엔 어김없이 한두번쯤 극장을 찾기 마련. 이른바 설 대목으로 불리는 설 연휴 시즌을 맞아 극장가는 그만큼 더 풍성한 작품들을 마련했다. 장르로 보나 이야기로 보나 배우로 보나, 입맛대로 골라보기 충분한 라인업이다. 자, 당신의 선택은?
◆명절엔 역시 한국영화파..'더킹', '공조'

'더 킹'과 '공조', 투톱 남자배우를 내세운 한국영화 투톱은 올해 설 극장가 태풍의 눈이다.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명절 시즌인 만큼 맞대결로 더 주목받고 있다.
'더 킹'은 보잘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주먹질이나 하며 살아가던 주인공 태수가 세상의 왕이 되길 꿈꾸며 겪는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30년에 이르는 현대사가 한 남자의 삶과 어우러졌다. '쌍화점'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조인성이 태수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함께하는 콤비는 정우성. 그는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정치검사로 분해 전작 '아수라'와는 완전히 다른 인간을 그려냈다. 배성우 류준열 김아중 등 곳곳에 포진한 배우 보는 맛도 쏠쏠하다. 특히 '더 킹'이 주목받는 건 날카롭고도 능청맞은 정치풍자 때문. 탄핵 정국에 절묘하게 개봉해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이에 맞서는 '공조'의 전략은 다소 다르다. 한 마디로 액션과 코미디, 눈물 코드를 버무린 명절용 킬링타임 무비. 남북한 형사의 최초 공조수사를 앞세웠지만 거창한 이념 대비보다는 뭐하나 비슷한 게 없었던 두 남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가는 과정에 힘을 실었다. 현빈이 특수부대 출신의 인간병기 북한 형사로, 유해진이 허술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남한 형사로 분해 호흡을 맞췄다. 예상대로 현빈이 남성미와 액션을 담당한다면 유해진이 유머와 따스함을 담당하며 균형을 맞췄다. 여기에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악당으로 김주혁이 출연해 긴장감을 더했고, 장영남과 윤아는 한 집에 사는 자매로 분해 영화에 또 다른 숨결을 불어넣었다.
◆명절엔 역시 블록버스터파..'딥워터 호라이즌', '레지던트 이블7'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쪽이 당긴다면 재난영화 '딥 워터 호라이즌', 액션 시리즈물 '레지던트 이블'을 추천한다.
마크 월버그, 딜런 오브라이언, 커트 러셀, 지나 로드리게즈, 존 말코비치 등이 출연한 '딥 워터 호라이즌'은 2010년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의 발단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무리한 작업과 안전수칙 무시 끝에 석유 시추선이 폭발, 11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난 참사를 제작비 1억5000만 달러를 들여 재현해낸 것. 바다 위 시추선을 리얼하게 그리기 위해 아예 시추선을 제작해 촬영에 활용했다. 참혹한 불길 속에 벌이는 생존자들의 사투가 현장감 있게 담겼다.
'레지던트 이블:파멸의 날'은 가장 성공한 게임원작 영화 중 하나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6번째 편이자 마지막 작품. 인류의 희망 앨리스로 15년간 시리즈를 이끈 밀라 요보비치가 역시 주연을 맡아 좀비로 가득 찬 세상을 구원할 백신을 찾아 최후의 결전을 펼친다. 전편을 보지 않아도 즐길만한 완결성을 갖췄다는 게 이번 최종회의 특징. 한국 관객이라면 '미스터 리' 역으로 특별 출연, 밀라 요보비치와 치열한 액션 대결을 벌인 이준기의 등장에 더욱 흥미를 느낄 법하다. 밀라 요보비치는 개봉을 앞두고 최초로 내한, 무한한 한국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명절엔 역시 애니메이션파..'터닝메카드' 극장판, '너의 이름은.', '모아나'

애니메이션 라인업도 막강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산 애니메애션인 '터닝메카드W:블랙미러의 부활'이다. 어른들은 몰라도 초등학생 이하라면 모르는 이 없을 독보적 인기의 TV 애니메이션을 처음 극장판으로 옮겼다. TV에선 볼 수 없던 캐릭터, 막강한 메카니멀을 추가해 어린 팬들의 관심과 흥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독주하다시피 했던 극장가에서 유일한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어떤 성적을 거둘 지 자연히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롱런에 접어든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기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는 결이 다른 그림과 감성으로 관객을 모으는 중이다. '초속 5cm', '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정교하고도 감각적인 그림과 만난 '체인지물' 판타지 로맨스가 오랜만에 관객의 취향과 통했다. 덕분에 2004년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가장 히트한 일본이 됐다.
이런 대목에 디즈니가 빠질리 없다. 저주에 걸린 고향 섬을 구하기 위해 직접 바다로 나선 소녀의 모험담 '모아나'다. 어린이 눈높이인 '터닝메카드', 성인 취향인 '너의 이름은.'에 비해 폭넓은 연령대가 즐길 수 있을 만한 어드벤처 물이다. 중독성 강한 OST, 남태평양으로 휴가를 온 듯한 푸른 비주얼이 강점. 디즈니 여성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는 주인공 모아나도 매력이 상당하다.
'바다탐험대 옥토넛 시즌4:바다 괴물 대소동',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폭풍수면! 꿈꾸는 세계 대돌격' 등도 설 시즌에 만나는 애니메이션들이다.
◆명절엔 역시 나만의 이야기파..'단지 세상의 끝', '매기스 플랜', '재키'

시즌을 노린 대작, 애니메이션 대신 나만의 이야기, 감성을 찾고 싶은 관객에게도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 감독에게 지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안긴 '단지 세상의 끝'이 관객과 만난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서야 12년 만에 연락도 끊고 살던 가족들에게 돌아온 작가,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에게 벌어진 일을 그린다. 가스파르 울리엘,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등 배우들도 화려하다.
현실감 가득한 로맨스를 원한다면 '매기스 플랜'이 제격이다.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의 에단 호크와 '프란시스 하'의 그레타 거윅, 그리고 믿고 보는 줄리안 무어가 결혼, 이혼, 재혼을 겪으며 진정한 관계를 찾아가는 어른의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공감가는 터치로 담았다.
나탈리 포트만이 실존인물 존 F.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아내 재클린 케네디로 분한 '재키'도 있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스타일과 친근한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퍼스트레이디의 또 다른 이야기를 그려냈다.
잊을 수 없던 감동을 다시 맛보고 있다면 재개봉작 리스트도 눈여겨볼 일이다. 인도 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된 '블랙', 발레리나를 꿈꾼 소년의 이야기 '빌리 엘리어트', 2차대전의 비극에 얽힌 아픈 사랑이야기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등이 설 시즌 극장에서 다시 관객과 만난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