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중국의 동북공정 의혹과 역사 왜곡 논란을 겪고 단 2회 만에 방영과 제작이 폐지됐다. 이와 함께 상당수의 주요 배우들과 연출자, 작가가 꼬박 하루 동안 각각 사과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7일 제작발표회 이후 단 20일 만의 전개다.
27일 오전 장동윤이 가장 먼저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장동윤은 소속사 동이컴퍼니의 공식 SNS를 통해 "'조선구마사' 주연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저의 생각과 입장을 답답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많은 분께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답변이 이뤄지길 바라며 글을 쓴다"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단히 죄송하고, 이 작품이 이토록 문제가 될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 제가 우매하고 안일했다"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창작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만 작품을 바라봤다. 사회적으로 예리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을 간과했다. 큰 잘못이다. 존경하는 감독님, 훌륭하신 선배 및 동료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다"며 "개인이 도덕적인 결함이 없으면 항상 떳떳하게 살아도 되다는 믿음으로 나름 철저하게 자신을 가꾸려 했다. 정작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발생해 많이 반성한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날 오후가 되자 배우들의 사과문이 잇따라 전해졌다. 이유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번 작품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린 점 반성의 말씀 올린다"며 "이번 작품은 제가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던 시기에 만났던 작품이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할 수있는 게 무엇일까,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하나씩 이루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시점이었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캐릭터를 표현하는 저 자신만을 욕심냈던 것 같다. 역사왜곡 부분에 대해 무지했고 깊게 생각하지 못한 점 반성한다"고 밝혔다.
박성훈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많은 분들께서 따끔하게 꾸짖어주시고 우려해 주시는 글들을 빠짐없이 읽어보며 '조선구마사'의 출연 배우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작품으로 실존 인물을 다룸에 있어 부담감과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창작과 왜곡의 경계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했다. 그저 배우로서의 소임은 연기에 진심으로 다가서 주어진 캐릭터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어리석고 모자란 생각이 있었다"면서 질타를 달게 받겠다고 했다.
정혜성도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갖고 작품에 임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개인을 너머 국민으로서, 무엇보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제가 참여한 작품이 대중들에게 줄 영향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이다. 저의 부족함으로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종 역을 맡으며 극의 가장 중심에 섰던 감우성은 "'조선구마사'가 역사의 실증을 바탕으로 한 역사드라마가 아닌 악령을 매개로 한 허구의 스토리라 하더라도 실존 인물을 통해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배우로서 시청자분들게 역사왜곡으로 비춰질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지난 5개여월 동안 드라마 제작을 위해 노력해 주신 감독님이나 제작 현장의 스태프, 그리고 촬영에 임한 배우들 모두 각자 맡은 역할만을 소화하다 보니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고, 이로 인해 금번의 드라마 폐지에 이른 점,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금새록과 서영희도 각각 "작품을 선택할 때, 충분한 점검과 검토를 통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역사왜곡에 대한 문제 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출연을 결정을 했다"며 "그로 인해 여러분들께 많은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창작물이지만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 역사 왜곡의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던 점, 또 무지했던 점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조선구마사'의 제작진도 시청자와 국민에게 사과했다. 신경수PD는 "최근 불거진 여러 문제들에 대해 모든 결정과 최종 선택을 담당한 연출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시청자분들께 사죄드린다"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역사 속 인물들의 실명을 쓰면서 인물의 스토리구성이나 표현에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이에 책임감을 느끼고 깊이 반성한다"며 "드라마의 내용과 관련한 모든 결정과 선택의 책임은 연출인 제게 있다. 스탭과 배우들은 저를 믿고 따랐을 뿐"이라고 자신의 잘못이 컸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시청자들께서 우려하시는 것처럼 편향된 역사의식이나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연출한 것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다. 문제가 됐던 장면들은 모두 연출의 부족함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거듭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전작 tvN '철인왕후'에 이어 '조선구마사'로 연달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박계옥 작가는 "저의 사려 깊지 못한 글쓰기로 지난 며칠 동안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드라마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맨 앞에 서 있는 작가로서 지난 잘못들을 거울삼아 더 좋은 이야기를 보여 드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고 미숙한 판단으로 오히려 시청자 여러분들께 분노와 피로감을 드렸다"고 전했다.
박계옥 작가는 "역사 속 큰 족적을 남기셨던 조선의 건국 영웅 분들에 대해 충분한 존경심을 드러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지물이라는 장르에 기대 안이한 판단을 한 점에 대해서도 크게 반성하고 있다"며 "의도적인 역사왜곡은 추호도 의도한 적이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남긴 점 역시 뼈에 새기는 심정으로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면서 배우와 스태프들, 제작사에 거듭 사과했다.

'조선구마사'는 당초 16부작으로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22일 방송된 1회부터 역사 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인 후 걷잡을 수 없는 논란 속 2회 만에 제작과 방영 폐지를 하는 '비운의 드라마'로 마침표를 찍었다. '조선구마사'는 한국 드라마 역사상으로도 시청자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고 2회 만에 폐지한 최초의 드라마로 오명을 남겼다. 제작사 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처웍스는 촬영이 80%(12회 가량) 진행됐음에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제작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조선구마사'의 제작비는 320억 원이었다.
'조선구마사'는 첫 회부터 조선 배경에서 월병, 피단, 만두 등 중국풍 음식이 등장하고 일부 중국의상 설정 의혹을 받으면서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조선구마사'는 태종(감우성 분)을 환시를 보고 도륙하는 인물로 그리는가 하면, 충녕대군이 서양인 신부의 시중을 들게 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최영 장군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도 문제가 됐고, 한국의 위인들이 오히려 폄훼돼 그려졌다고 지적 받았다.
이에 '조선구마사' 공식 홈페이지 등에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폭주, 청와대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논란의 여파로 '조선구마사'는 20개 가량의 광고를 포함한 제작 지원들을 줄줄이 잃고 SBS가 방영을 취소, 최종 폐지의 수순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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