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진선규가 웃는 얼굴 뒤에 의심과 잔혹함을 감춘 사토 신이치로 변신했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tvN 20주년 특별기획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서 진선규는 조선총독부 신임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로 등장했다.
사토의 첫 등장은 여유로웠다. 경찰과 총독부 고위 관료들이 기다리는 경성역 승강장에 제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온화한 미소와 격의 없는 농담으로 환영 인사를 받았다. 삼엄한 경호와 깍듯한 의전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끄는 태도는 자신의 권력을 의심하지 않는 인물의 여유를 드러냈다. 진선규는 이 부드러운 첫인상 안에 상대를 살피고 판단하는 사토의 시선을 담아내며 이후 드러날 위협의 밑바탕을 쌓았다.
미국 통신사 특파원 유필립(이무생 분)에게 직접 악수를 청하고, 유소란(김현주 분)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는 순간에도 사토의 관심은 상대의 신분과 반응을 향했다. 일본어를 알아듣는지 살피는 모습에서는 친절한 인사조차 상대를 파악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진선규는 호의를 베푸는 듯한 말투 속에 경계심을 남겨, 사토와 마주한 인물들이 쉽게 긴장을 풀 수 없도록 했다.
이러한 인물의 특성은 식사 장면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사토는 유소란의 음식 솜씨를 칭찬하면서도 요리의 가짓수를 물어 손짓을 관찰했다. 일상적인 질문처럼 들리는 말이 상대의 정체를 가늠하는 시험으로 이어진 것이다. 진선규는 웃음을 유지한 채 의심을 이어가는 사토를 표현하며 평범한 식탁 대화에 긴장을 실었다.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얼굴과 상대를 놓치지 않는 시선 사이의 간극이 사토의 치밀함을 드러냈다.
과거 장면에서는 그 친근한 얼굴 뒤에 감춰진 잔혹함이 드러났다. 어린 히데오를 붙잡고 몰아붙이던 사토는 다른 소년을 소매치기로 지목한 뒤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이어 현재의 식탁에서는 미소를 띤 채 히데오(박진영 분)에게 그날을 기억하는지 물었다. 누군가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공포인 사건을 가벼운 대화처럼 꺼내는 태도가 장면의 섬뜩함을 더했다.
진선규는 이 장면에서 사토의 잔인함을 폭력적인 행동뿐 아니라 그 이후의 태도로도 보여줬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은 사토에게 폭력이 얼마나 익숙한지를 드러냈다. 환영 인사를 나누고 음식 솜씨를 칭찬하던 인물의 여유가 잔혹한 기억을 꺼내는 순간에도 이어지면서, 첫 등장부터 쌓아온 친근함마저 위협으로 다가오게 했다.
이번 변신에는 기존 악역의 인상을 넘어 새로운 인물을 만들기 위한 준비가 있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진선규는 "'범죄도시' 위성락을 조금 지워보고 싶다"라며 작품에 임한 목표를 밝혔다. 감독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인물을 만들어간 그는 일본에서 두 달간 생활하며 하루 일곱 시간씩 대본을 외우고, 일본어 교사들과 수업하며 말의 흐름과 느낌을 익혔다고 설명했다.
첫 회에서 진선규는 일본어와 한국어를 오가는 대화 속에서도 상대를 관찰하고 시험하는 사토의 태도를 이어갔다. 인사와 칭찬, 질문마다 서로 다른 의도를 담아내며 외국어 대사를 인물의 성격과 연결했다. 부드러운 말투로 상대에게 다가가면서도 대화의 주도권을 놓지 않는 모습은 사토의 권력과 의심을 동시에 보여줬다.
'100일의 거짓말' 속 진선규의 악역 연기는 친절한 태도와 잔혹한 본성이 한 인물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데서 힘을 얻었다. 첫 회부터 웃음과 농담 속에 위협을 담아낸 진선규가 앞으로 사토의 의심과 욕망을 어떻게 펼쳐갈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애마', 'UDT: 우리 동네 특공대', '자백의 대가', 영화 '남편들'을 통해 서로 다른 인물을 선보여온 진선규는 사토로 또 한 번 연기의 폭을 넓혔다. 'UDT: 우리 동네 특공대'의 곽병남과 '남편들'의 충식으로 유쾌함과 액션을, '자백의 대가'의 장정구로 변호사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친절한 태도로 상대를 떠보는 냉혹한 권력자로 변신했다. 첫 회부터 사토의 웃음과 잔혹함을 함께 드러낸 진선규가 앞으로 인물들 사이의 의심과 대립을 어떻게 끌어갈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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