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2TV '개그콘서트'는 그동안 참신하고 신선한 소재로 한 개그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1999년 방송을 시작한 이래 10년 넘게 방송계 코미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잦은 코너 교체로 보다 색다르고 신선한 개그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똑같은 개그는 추구하지 않겠다는 '개그콘서트'의 이런 뜻은 여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개그콘서트'가 같은 소재를 피한 개그 코너를 만들기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콘셉트의 개그 코너가 줄을 잇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희극여배우들'이다.
지난해 7월15일 방송을 시작한 '희극여배우들'은 '희극여배우들의 한 맺힌 절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콘셉트로 정경미, 김영희, 박지선이 개그우먼 생활에서 겪는 비화를 밝힌다. "OO을 고소하겠다"며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겠다는 하소연 형식의 개그다.
'희극여배우들'이 방송 초반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었지만 반복되는 개그 패턴은 '네가지'의 개그우먼 버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했다. '네가지'는 김기열, 허경환, 양상국, 김준현이 각자 경험담을 소재로 억울함을 하소연한다. 주제는 '나는 보기와 다르다'라는 것. 김기열을 제외한 이들은 외모로 인한 경험담이 주를 이룬다.
'네가지'와 '희극여배우들'을 비교해 보면 개그맨에서 개그우먼으로 바뀌었을 뿐 진행 방식이나 소재는 날이 갈수록 비슷하다.
지난해 12월16일 방송된 '희극여배우들'에서는 정경미가 4개월 동안 '고소'했던 남자친구 윤형빈이 드디어 프러포즈를 했다. 남자친구까지 동원한 개그와 결혼이라는 목표를 이룬 정경미의 뚝심은 대단했다. 하지만 이를 곱게 바라보지 않는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4개월 동안 시청자들이 정경미의 결혼 스토리를 지켜봐야 했던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왜 정경미에게 윤형빈이 프러포즈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개그콘서트'에서 지켜봐야 했을까.
박지선은 "저는 못 생기지 않았습니다"는 말로 '희극여배우들'에서 외모로 생긴 각종 오해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첫사랑과 얽힌 비화를 개그 소재로 사용했다. 박지선의 억울함은 타인과 비교까지 번졌다. 지난 13일 방송에서 동료 개그우먼 오나미와 외모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미 '네가지'에서 김준현, 허경환, 양상국 등이 했던 개그 패턴이다.
김영희는 "저는 아주머니가 아닙니다"라며 하소연한다. 모 연예인과 닮았다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부정하기도 했다. 이로 재미를 보더니 이제는 폐지된 코너까지 끌어들여 모든 게 억울하다며 억지를 부린다. 김영희는 지난 13일 방송에서 폐지된 '핑크레이디'의 핑크레이디 멤버와 자신을 비교했다. 후배 개그우먼 김혜선처럼 자신은 운동신경이 뛰어나지 않음을 밝혔다.

'희극여배우들'은 어느 순간부터 폭로가 주를 이루며 때로는 협박에 가까운 에피소드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희극여배우들'은 반복되는 패턴과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전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주객전도 현상까지 벌어졌다. 결혼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정경미가 사회자로 나서자 그 자리를 여성 게스트가 차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24일 방송을 시작으로 게스트가 출연했다. 이미 '개그콘서트'는 게스트의 잦은 출연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희극여배우들'은 시청자들에게 '게스트 힘을 빌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그우먼 버전의 '네가지'가 된 '희극여배우들'.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 다른 코너와 소재와 개그 코드가 겹치지 않으려 했던 '개그콘서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길로 가는 중이다. 시청자들은 왜 '희극여배우들'의 하소연을 듣고 있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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