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7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정여사' 코너. 여행사를 배경으로 정여사(정태호)가 환불을 요구한다. 정태호는 태국 전통 격투 경기 무에타이 머리끈(몽큰)을 두르고 "딸하고 동남아를 갔는데 현지인 같대, 같아도 너~무 현지인 같대"라며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환불해달라고 떼를 쓴다. 몽큰에는 태국 국기가 선명하다.
웃자고 한 소재겠지만 공영방송 KBS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이날 방송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과거 80년대 흑인 분장을 하고 공연을 펼치던 '시커먼스'식 개그를 2013년의 '개콘'이 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나 태국에 대한 비하만을 탓하는 게 아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4월 기준 국내 초중고대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4만6954명이다. 전체 학생 중 0.7%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이중 4분의 1이 부모의 국적이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이들이 이날 '정여사'코너를 봤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안 그래도 외모 등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차별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콘'은 방송이라는 공공재를 통해 또 다시 이들에게 상처를 안긴 셈이다.
방송 직후 한 시청자는 '개콘' 게시판에 '정여사' 코너에 대해 "인종 차별"이라며 항의 글을 남겼다.
이 시청자는 "대부분 국내 다문화 가정이 아시아 특히 동남아지역 출신 어머니들이 많습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가뜩이나 학교에서 외모 때문에 놀림과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데 이것을 개그 코드로 삼아 보여주니. 참. 제 주변에 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이 코너를 보고 얼마나 마음 아파하고, 우리는 웃지만 개그 프로그램인데 기분이 얼마나 나쁠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학교 친구들도 외국인 어머니가 있는 친구들의 외모로 놀리는 것이 하나의 웃음 코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라고 지적했다.
방송의 영향력은 크다. 매주 20%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개콘'의 경우, 그 영향력은 더욱 크다. 아이들에 대한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개콘'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커녕 오히려 이들을 놀림거리로 만드는 일은 분명 지양해야 한다. 개그 소재를 발굴하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사람 웃기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다수를 위해 소수의 가슴에 상처를 주지는 말아야 한다.
다문화가정 학생수는 2013년에는 전체 학생수의 1%에 이를 전망이다(통계청). 국내 최고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로서 99%를 웃기기 위해 1%를 울리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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