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SBS 예능 프로그램은 부진의 연속이었다. 이와 함께 몇몇 프로그램들의 폐지와 신설 프로그램들의 저조한 성적 등이 아쉬움을 더했다.
SBS는 주말, 평일을 막론하고 올해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체적으로 낮은 성적에 그쳤다. 파일럿 경쟁에서도 SBS는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그나마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 등 인기 프로그램의 롱런 유지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 '런닝맨'·'정글의 법칙', 롱런 위안
올 한해 SBS 예능을 이끈 프로그램은 '런닝맨'과 '정글의 법칙'이었다. 두 프로그램 모두 15% 내외의 안정적인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유지하며 롱런하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 두 프로그램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런닝맨'의 인기는 올해도 계속됐다. '런닝맨'은 과거 식상한 미션에서 벗어나 레이스의 방식을 진화시켜 전체 게임의 규모와 재미도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젠 '런닝맨'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이 묻어나고 있다.
호흡이 척척 맞는 멤버들의 예능감도 인기를 끈 요인이었다. 1인자이자 메인 MC 역할을 맡은 유재석은 명석한 두뇌로 여러 차례 승리를 이끌어냈다. 김종국 역시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앞세운 힘자랑과 예리한 분석력으로 능력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개리와 송지효는 레이스 내내 '월요커플' 콘셉트로 시청자들을 항상 설레게 하게 만들고 있다. 하하, 이광수, 지석진의 배신자 캐릭터가 코믹함을 더했다.
초특급 게스트들의 활약도 빛났다. 박지성, 류현진 등 스포츠 스타를 비롯해 정우성, 김수현, 유아인 등 좀처럼 예능에서 만나 볼 수 없는 스타들이 '런닝맨'을 통헤 멋진 활약을 보였다.
'정글의 법칙' 역시 조작 논란을 딛고 매회 다양한 오지에서의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롱런해왔다.
족장인 김병만은 매회 새로운 정글로 나서기 위해 제작진과 철저한 준비를 거쳤다. 벨리즈 편에서는 스쿠버다이빙, 스카이다이빙 등을 직접 배워 자격증도 취득했고 사바나 편에서는 직접 사냥, 낚시 교육도 거쳤다.
김병만에 의지해 류담, 노우진, 박정철 등 기존 멤버들도 점차 오지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했다. 새 게스트들도 패기 넘치는 열정으로 도전했다.
이와 함께 실제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과 주변에서 볼 수 없는 대자연의 광경은 '정글의 법칙'만의 매력이었다.
◆ '맨친'·'화신' 폐지, '힐링캠프' 부진..아쉬운 성적 이어졌다
두 프로그램의 흥행과는 반대로 SBS의 주요 예능 프로그램들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성적 속에 폐지, 시간대 변경 등 변화의 시기를 겪었다.
가장 큰 타격은 일요일 주말 예능이었다.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등을 포진한 '일요일이 좋다'는 그간 주말 예능 정상을 달렸다. 그러나 MBC '일밤'의 무서운 상승세와 KBS '해피선데이'의 역습 등으로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 최하위까지 추락, 쓴잔을 마셨다.
잠정 은퇴 후 복귀한 강호동과 '패밀리가 떴다' 장혁재 PD가 의기투합한 '맨발의 친구들'(이하 '맨친')은 진부한 설정과 포맷 변경 등의 혼란 속에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결국 폐지됐다. '맨친'의 경우 SBS가 야심차게 내놓은 새 예능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팠다.
SBS는 평일 예능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월요일에 포진된 토크쇼 '힐링캠프'는 게스트에 대한 화제성이 예전만 못한데다 메인 MC 성유리 투입 외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동시간대 KBS 2TV '대국민 토크쇼-안녕하세요'에 줄곧 승리를 내줬다.
화요일 심야 역시 야심차게 구성했던 토크쇼 '화신'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했다. '화신'은 봉태규, 김희선 등 새로운 느낌의 MC 조합과 생방송 진행 등의 강수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외에도 제작진이 교체된 '짝', 포맷을 바꾼 '자기야', 시간대를 옮긴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도 저조한 시청률에 그치며 아쉬움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 '슈퍼매치'·'송포유'..연이은 파일럿 시도, 대박은 없었다
올해 SBS 예능은 유난히 파일럿 프로그램의 투입이 많았다. 실험적인 콘셉트를 앞세운 파일럿 프로그램 일부가 치열한 경쟁 끝에 정규 편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박'이 난 프로그램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연예인들의 해외 이색 스포츠 경기 험기를 다룬 '월드 챌린지-우리가 간다', 소방관 체험을 다룬 리얼 예능 '심장이 뛴다'는 지난 10월 나란히 공개된 이후 정규 편성에 성공했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색다른 콘셉트를 앞세웠음에도 정규 편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라져간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슈퍼매치'는 지난 8월 콜라보레이션 경연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 뜨거운 열기 속에 경연 무대를 마쳤다. 하지만 아쉽게 정규 편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송포유'는 이승철과 엄정화가 문제아 고교생들과 함께 합창대회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예능. 탈선의 기로에 선 학생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그렸지만, 폭행 가해 학생 등을 미화한다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이와 함께 김수로, 임창정, 김민종 등 코믹 배우들이 옴니버스 형식의 콩트를 선보인 '멀티 캐릭터쇼-엑스', 손병호, 이만기가 명예 이장이 되기 위해 선거 유세를 펼치는 과정을 담아낸 '이장과 군수' 등도 일회성 방송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윤상근 기자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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