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ENM이 연초 단행한 조직개편으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방송가에서는 자칫 '유 퀴즈 온 더 블럭' '쇼 미 더 머니' '환승연애' '윤식당' 같은 CJ ENM 간판 예능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기존 9개 사업본부를 5개 핵심 사업본부(예능·교양, 영화·드라마, 음악 콘텐츠, 미디어플랫폼, 글로벌)로 재편했다. 의사결정 체계의 신속성을 위해 국장 직급은 없앴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 우려로 인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CJ ENM 연결 기준 지난해 13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53.7%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4조7922억원으로 34.9% 증가했으나, 순손실이 165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7.7% 줄었다.
여기에 이른바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구창근 대표가 지난해 말 CJ ENM에 투입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인력 감축'에 대한 위기감이 감돌았다. CJ ENN은 '인위적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CJ ENM 소속 PD들은 하나둘 조직을 떠나고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김민석, 박근형 PD는 지난해 JTBC로 이적했고, '환승연애' 시리즈로 주목을 받은 이진주PD도 JTBC로 소속을 옮겼다.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 게임·추리 예능 장르를 개척한 정종연PD와 '놀라운 토요일'의 이태경 PD는 '무한도전' 김태호PD가 이끄는 제작사 테오에 합류했다. 핵심 PD들의 인력 유출은 콘텐츠 경쟁력 약화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CJ ENM 예능의 한축이었던 오디션 프로그램도 성적이 시원치 않다. CJ ENM의 음악 전문 채널 Mnet은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투표 조작 사태 이후 2021년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흥행으로 기사회생했으나, 이듬해 '비 엠비셔스', '뚝딱이의 역습', '스트릿 맨 파이터'로 이어지는 댄스IP는 인기몰이에 실패했다. 10년 넘게 힙합 오디션의 명맥을 유지해온 '쇼 미 더 머니'도 시즌11의 흥행 실패로 새 시즌 제작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걸스 플래닛'에 이은 '보이즈 플래닛'은 '프로듀스101'의 기시감이 든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tvN과 티빙은 지난해 '유 퀴즈 온 더 블럭' '놀라운 토요일' '환승연애' 등이 선전했지만, 핵심 인력이 빠지면서 아쉬움이 컸다. 그나마 나영석PD가 이영지, 이은지, 미미, 안유진 등 여성 연예인 4명을 조합한 tvN '뿅뿅 지구오락실'이 성공을 거둔 것이 위안거리다. CJ ENM 간판 PD인 나영석PD도 올해 초 신원호PD와 함께 산하 콘텐츠 제작 레이블 에그이즈커밍으로 이동했다. 콘텐츠 제작에 대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CJ ENM은 수익성 체질 개선을 위해 대대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채널의 장벽이 무너지고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플랫폼 다변화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CJ ENM은 오는 24일 나영석PD의 식당 예능 tvN '서진이네'를 시작으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안방을 공략할 계획이다. '서진이네'는 '윤식당' 시리즈의 스핀오프 예능 프로그램으로, '윤식당'에서 이사로 활약한 배우 이서진이 사장으로 승진해 멕시코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 뷔의 합류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MZ 예능으로 등극한 '뿅뿅 지구오락실' 시즌2도 상반기 방송을 앞두고 있다.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 등 여성 댄스가수들이 뭉친 tvN '댄스가수 유랑단', 요리 연구가 백종원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한식당을 개업하는 tvN '장사천재 백사장'도 준비 중이다. CJ ENM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실적 악화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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