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줘서 기뻐요"..'다큐 3일' 안동역 10년 전 약속 이뤄졌다[★밤TView]

"2025년 8월 15일에 만나요"라던 10년 전 약속이 기적처럼 이뤄졌다.

22일 방송된 KBS 2TV '다큐멘터리 3일 특별판 - 어바웃 타임: 10년 전으로의 여행 72시간'에서는 "2025년 8월 15일에 만나자"라는 여대생의 제안에 덜컥 새끼손가락을 걸었던 촬영 감독 이지원 VJ의 속마음과, 실제 재회의 순간이 공개됐다.

이지원 VJ는 약속 하루 전, 안동역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아무도 안 올까봐. 바람맞은 아저씨 될까봐 걱정을 살짝 했다. 그래도 나라도 나가서 약속 장소에 있으면 낭만 있겠다. 나라도 낭만 지키러 가야지, 이런 느낌이 있다"라며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소감을 전했다.

그는 먼저 한국정신문화재단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문화도시팀 이상문 팀장은 "저뿐만 아니라 저희 직원들도 제발 만났으면 좋겠다. 그게 그냥 작은 기적 같아서, 대부분 기적이 이뤄지길 원하지 않냐"라며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넸다.

다음날 오전 6시, 이지원 VJ는 구 안동역 광장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시간이 흐르자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모두가 떨리는 마음으로 약속의 순간을 기다렸다.

하지만 정작 7시 48분을 5분 앞둔 시각, 제작진 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경찰이었다. '기차역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협박 신고가 접수된 것. 결국 제작진과 시민들은 현장을 떠나야 했고, 약속은 무산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운명의 시간, 오전 7시 48분. 제작진 앞으로 한 여성이 다가왔고, 그녀는 자신이 바로 10년 전 약속의 당사자라고 밝혔다.

방송 화면에는 "본인 요청에 따라 카메라는 꺼졌다"는 자막이 떴고, 대신 유리 씨의 '엄지 척' 포즈가 담긴 손 자신과 유리 씨와 이지원 VJ가 안동역 플랫폼에서 나란히 선 삽화가 공개되며 재회의 순간을 대신했다.

두 사람은 정확히 10년 만에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지원 VJ는 당시 대화를 묻는 질문에 "첫마디는 '잘 살았어요?'였다. 그리고 '잘 살아줘서 기뻐요' 그런 말을 서로 나눈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너무 대국민의 약속이 돼버려서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그 친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약속은 약속이니까 나왔다고 하더라.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고 했다. 가면 갈수록 약속이라는 게 더 무거워졌다고, 그래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구나 싶었다. 스스로 낭만 지켰으니까 뿌듯하지 않을까? 너무나 좋습니다"라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방송 말미에는 또 다른 주인공 혜연 씨의 근황도 전해졌다. 약속 하루 전, 해외에 있던 혜연 씨는 "현장에 가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고, 결국 유리 씨 혼자 자리했다. 하지만 혜연 씨 역시 장문의 메시지를 남기며 안타까움과 응원을 전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번 만남의 뿌리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다큐 3일' 안동역 편에서 내일로 여행 중이던 여대생 두 명은 카메라 앞에서 "10년 후에도 꼭 다큐를 찍어라"라고 말했다. 이에 이지원 VJ는 "그때도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을까"라며 망설였지만, 여대생은 "2025년 8월 15일, 여기서 만나자"라고 답하며 손가락을 걸었다. 이 장면은 10년 뒤 다시 주목을 받으며 대국민적 약속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제작진은 KBS 다큐 유튜브 채널에서 라이브를 진행했고, 300여 명의 시민들이 안동역에 모여 약속의 순간을 지켜봤다. 하지만 "안동역 광장에 폭발물을 터뜨리겠다"는 협박 글이 온라인에 등장해 경찰과 소방이 긴급 출동했고, 수색 끝에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협박 글을 올린 10대 고등학생을 검거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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