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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나, 속삭이는 무용] 한글의 아름다움을 몸짓

[조하나, 속삭이는 무용] 한글의 아름다움을 몸짓

발행 :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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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입니까?


우리는 때때로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받기도 한다. 나의 대답은 언제나 세종대왕이었다.


세종대왕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업적을 남긴 왕이다.


한글 창제는 물론 중국에서 들여온 악기를 우리 기술로 재정비하여 만들어내 우리의 문화를 발전시켰던 시기이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제작된 비의 양을 측정하는 ‘측우기’ 개발과 백성들의 농사짓기 편리하게 하기 위한 ‘해시계’와 ‘물시계’를 개발하게 하고 해와 달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혼천의’ 등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을 가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집현전을 지어 수많은 인재를 배출시키고, ‘천문 역법서’와 농업서의 ‘농사직설’ 의학서인 ‘향약집성방’과 ‘의방유취’, 역사서인 ‘고려사’와 ‘자치통감훈의’ 그리고 지리서인 ‘팔도지리서’등 다양한 책을 편찬하였다.


세종대왕 집권기는 백성들이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었던 때로 우리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피웠던 시기다.


이러한 수많은 업적 중 순위를 정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매일 사용하면서 수시로 고마움을 느끼는 우리나라 고유의 한글은 우리 민족의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다.


‘인류의 참된 역사는 언어의 기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기 전에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적어 놓은 기록이 있지만, 한글이라는 우리 모국어라는 점에서 국민이 가지는 자부심과 가치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글을 창제하여 훈민정음 반포한 일은 우리 겨레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 여겨진다.


우리 한글을 소재로 만들어진 창작품들은 다양한 장르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한복 차림의 특이한 창법으로 노래를 불렀던 대중가수 송창식의 ‘가나다라마바사’는 한글을 유쾌하게 풀었던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다.


또한 ‘한글날 노래’로 최현배 작사, 박태현 작곡의 한글 창제 및 반포를 기념하는 노래가 있고, 어린이들에게 한글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한글 동요로 ‘가나다라송’이 있다. 노래 이외에도 한글 창제에 대한 비화를 영화로 그려낸 ‘나랏말싸미’와 일제의 탄압이 가장 심했던 1940년대에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말모이’가 있다.


패션 쪽에서는 한국적인 모티브를 서양의복 스타일에 접목해 디자인한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의 한글 의상이 있으며, 한글이 주된 내용은 아니지만, 세종대왕의 업적이 담긴 ‘세종, 1446’이 뮤지컬로 공연되기도 했다.

/사진제공=밀물현대무용단 카페캡쳐(https://m.cafe.daum.net/gukeum/HOUX/11)
/사진제공=밀물현대무용단 카페캡쳐(https://m.cafe.daum.net/gukeum/HOUX/11)

이 모든 것이 대중적이었다면 예술적인 측면으로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몸동작으로 표현하는 ‘한글 춤’이 현대무용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홀소리 닿소리' 제목으로 이숙재교수가 1991년 대한민국무용제 무대에 올려 관객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무용제 대상과 각종 상을 휩쓸었었다. 하지만 이 한글을 표현하는 무용이 처음부터 관객들에게 호응이 좋았던 건 아니다.


198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공부하던 이숙재교수는 한국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소재를 무용에 도입할 생각으로 우리만의 문화유산 한글을 생각했고 한국에 돌아와서 1984년 ‘밀물현대무용단’을 창단하면서 ‘한글 춤’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글에 대한 자부심으로 만들었던 공연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한글을 주제로 한 공연 기획에 주변에서는 비웃음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글에 대한 사명감으로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서 작업해왔던 것이 7년 뒤에 인정받기 시작했다.


매년 한글 날마다 새로운 ‘한글 춤’의 작품을 올리는 ‘밀물 현대무용단’은 '한글 춤'을 독자적인 장르로 확립하기도 하였다.


2010년 한글날 기념 공연부터는 한양대 에리카 이숙재교수의 정년퇴임으로 그의 제자 이해준교수가 ‘밀물현대무용단’을 이끌게 되면서 ‘한글 춤’의 맥을 이어가는 첫 안무작 '말, 글 그리고 이야기'를 세종문화회관 야외 특설무대에 올리게 되었다.


이건청 詩을 바탕으로 시적인 ‘한글’춤’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원리와 한글 속에 담겨있는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며 미적 가치를 표현하고자 한 이해준 교수는, 한글보다 외국어를 선호하는 사회적 풍조 속에서 위대한 문화유산 한글의 가치를 현대적 시각으로 보여줌으로 '말, 글 그리고 이야기' 작품이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우리글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주었다.


이건청 詩 '나는 외로운 사람'과 '안드로메다 우주인의 편지'을 바탕으로 만든 공연의 줄거리로는 우연히 핸드폰을 통해 전송된 한글 문자를 받게 된 우주인들이 한글을 우주 탄생의 비밀을 담고 있는 코드로 생각하고 지구에 찾아와 한글의 창의적 특성과 한글 창제의 바탕이 된 음양오행의 기본원리를 깨닫게 되고 이러한 것들이 우주의 신비와 닮아있음을 지구인과 우주인이 소통하며 축제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특히 야외무대의 특성을 살려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중심으로 라이브 음악과 영상, 무대장치, 음악, 조명 그리고 뮤지컬적인 요소로 연출적 효과를 주었고, 한글의 글자 모양인 자음과 모음을 일상적인 움직임 속에서 발견되는 신체 언어로 구성하여 한글의 아름다움을 몸짓으로 형상화하였다.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들이 격찬하는 위대한 글자이다. 세계 언어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에서 한국어를 세계 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한글이 안타깝게 자국민은 그 위대함을 느끼지 못하고 남의 나라 글자인 영어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한글은 전 세계 3천여 글자 중에 창제일과 창제자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글자이며 발음기관을 본떠서 만든 과학적인 글자이자, 천지인(天地人)의 모양을 본떠 만든 독창적인 문자이다.

/사진제공=밀물현대무용단 카페 캡쳐https://m.cafe.daum.net/gukeum/HOUX/11
/사진제공=밀물현대무용단 카페 캡쳐https://m.cafe.daum.net/gukeum/HOUX/11

“한글은 민족의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자 문화의 표상인 우리의 글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들이 대중들과 자주 접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글 이전에 우리 자국민에게 더 사랑받는 문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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