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한 해 동안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총수(동일인) 일가가 17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등기 임원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등 책임이 없는 자리다. 이재현 CJ 회장은 계열사 5곳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124억원에 이르는 급여를 받았다.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공시 대상 기업 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지배 구조 현황 공개' 브리핑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조사 대상은 올해 5월 지정 집단 71곳 중 쿠팡 등 신규 집단 8곳과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62곳(소속 회사 2218개)이다.
조사 기간은 지난 2020년 5월1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대상은 ▲총수 일가 경영 참여 현황 ▲이사회 구성 및 작동 현황 ▲소수 주주권 작동 현황이다. 올해는 특히 총수 일가의 미등기 임원 재직 현황 등 새로운 항목을 공개했다.
총수 있는 54개 대기업집단의 소속회사 2100개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15.2%(319개)였다.
이 중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은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부영, DL,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셀트리온, 네이버, DB, 코오롱, 한국타이어, 이랜드, 태광,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유진, 하이트진로 21개였다.
지난 5년 연속 공정위 분석대상이 된 기업집단 21곳을 보면 총수일가가 이사로 오른 계열사 비율은 11.0%로 꾸준히 감소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오른 계열사 비율도 2.8%로 하락 추세다. 총수 본인은 1인 평균 3개사에 이사로 올라있고, SM·하림·롯데·영풍·아모레퍼시픽 5곳에선 총수 1명이 5개 이상 계열사에 등재돼 있었다.
겸직 보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89억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23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22억원 정도였다. 나머지는 5억원 이상이 아니라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대기업집단 주력회사(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나 지주회사,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규제 사각지대 회사엔 총수일가가 집중적으로 이사로 올라가 있었다.

주력회사의 42.9%, 지주회사의 82.1%,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56.3%, 규제 사각지대 회사의 20.9%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총수 본인은 1인 평균 2.6개 회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중흥건설·유진·CJ·하이트진로는 총수 1명이 5개 이상 계열사에 재직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23억7900만원,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53억원의 보수를 받았고 나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일가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재직하며 권한과 이익은 향유하면서도 그에 수반되는 책임은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4개 중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 52곳의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도 전년(62.5%)대비 증가한 69.2%였다. 이에 총수일가가 공익법인을 편법적 지배력 유지·확대에 사용할 우려가 크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성 과장은 "이달 30일부터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계열사 보유주식에 대한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가 일정범위 안에서 제한되며, 그 준수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내년도엔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2개 기업집단 소속 274개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890명으로 전체 이사의 51.0%를 차지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7.9%에 이르지만, 조사대상 기간 이사회 안건 6898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26건(0.38%)에 불과했다.
상정된 안건 99.62%는 원안 가결됐다. 특히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 341건은 전부 원안 가결됐고, 안건에 수의계약 사유조차 적지 않은 경우는 72.4%에 달해 실질적 심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74개 상장사는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를 두고 있었다. 자율 도입하는 보상위원회는 36.1%(99개), 내부거래위원회는 40.5%(111개), ESG위원회는 17.2%(47개)의 상장사가 설치했다.
올해 감사위원 선출수요가 발생한 153개사는 모두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에 부합하게 감사위원을 선출했다.
최근 1년간 5개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 2411건 중 14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원안 가결률은 총수 없는 집단(97.7%)보다 총수 있는 집단(99.6%)이 더 높았다.
62개 대기업집단 중 20개 기업집단의 38개 회사는 계열사 퇴직임원 출신 46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두산과 다우키움이 각 6명, 영풍과 태광이 각 4명, 롯데와 미래에셋이 각 3명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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